기후재앙과 코로나 격리에 대해 시대의 거인이 보내는 깊은 사유
코로나 이후에 대한 브뤼노 라투르의 가장 생생한 목소리
“우리는 지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같은 장소를 다른 방식으로 살 수는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격리’이다. 많은 사람이 어디에 숨어 전파되고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 때문에 불안에 떠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에서 사람들 간의 거리두기가 필요해졌으며, 누군가는 작은 방 안에 격리당하기도 한다. 사실 코로나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격리당한 상태이다.
브뤼노 라투르는 자신의 앞선 책인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에서 기후 위기뿐 아니라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 대규모의 규제 완화, 악몽이 되어가는 세계화로 인해 지구에 각종 위기가 엄습하는 이 시기를 ‘신기후체제’라 선언한 바 있다. 앞선 책에 이어 『나는 어디에 있는가?』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격리라는 고통스러운 시련을 신기후체제가 부과한 우주론의 변화와 연관 지어 설명한다.
프랑스에서 올해 1월에 출간된 이 책은 라투르가 코로나19로 인해 겪은 반복된 ‘락다운’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예전과 같은 세상, 즉 격리 이전과 같은 세계 안에 살고 있지 않다고 밝힌다. 격리 이전의 사람들이 인간중심적 사고를 버리지 못했다면, 우리는 최근의 경험을 통해 앞선 세대가 평범히 누렸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존재들,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 우리가 길들이려 노력하는 각종 바이러스까지도 인간의 일방적 의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락다운 조치로 인한 ‘격리(봉쇄)’와 우리가 결국 지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유사하며, 지구에 닥친 각종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같은 장소를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팬데믹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면서 현재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위기를 통해서 배울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를 고민하면서 적어도 임계영역에 갇혀 있다는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라투르는 우리에게 사방으로 흩어지라고 명령한다. 스스로 포스트휴먼이 되기를 꿈꾸는 것처럼 앞으로 전진하고 곧장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거주할 영토를 탐사하고 모색하며 최대한 흩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착륙한 장소를 거주할 만한 곳으로 만든 행위역량들에 최대한 협력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것이 마침내 격리에서 풀려나는 해방의 길이 될 것이다.
Contents
1. 흰개미-되기
2. 어쨌거나 상당히 넓은 장소에 격리되다
3. ‘지구’는 고유명사다
4. ‘지구’는 여성명사, ‘우주’는 남성명사다
5. 폭포 형태로 이어지는 생성의 곤란
6. ‘여기 이 낮은 곳’에 단, 저 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7. 경제가 다시 표면으로 떠오르도록 놔두기
8. 하나의 영토를 제대로 된 방향에서 묘사하기
9. 풍경의 해빙
10. 필멸하는 몸들의 증식
11. 민족집단형성의 재개
12. 아주 기이한 전투들
13. 사방으로 흩어지기
14. 조금 더 알고 싶다면
Author
브뤼노 라투르,김예령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 철학자, 과학기술학 연구자이다. 1982년부터 2006년까지 파리국립광업학교에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파리정치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파리정치대학의 명예교수이며, 2018년부터는 독일 카를스루 미디어아트센터에서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그는 과학기술학 분야의 개척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서 2013년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홀베르상을 수상했다. 대표 저서로는 첫 책인 『실험실 생활(Laboratory Life)』부터, 과학기술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젊은 과학의 전선(Science in Action)』, 근대성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담은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We Have Never Been Modern)』, 과학전쟁의 결과를 탐구한 『판도라의 희망(Pandora’s Hope)』 등 숱한 문제작들을 펴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 철학자, 과학기술학 연구자이다. 1982년부터 2006년까지 파리국립광업학교에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파리정치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파리정치대학의 명예교수이며, 2018년부터는 독일 카를스루 미디어아트센터에서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그는 과학기술학 분야의 개척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서 2013년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홀베르상을 수상했다. 대표 저서로는 첫 책인 『실험실 생활(Laboratory Life)』부터, 과학기술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젊은 과학의 전선(Science in Action)』, 근대성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담은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We Have Never Been Modern)』, 과학전쟁의 결과를 탐구한 『판도라의 희망(Pandora’s Hope)』 등 숱한 문제작들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