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녹아있는 신의 뜻을 느끼고, 찾아내어 인간의 언어로 치환하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인은 이러한 능력으로 상당한 지위를 누리기도 하였으나, 모든 자연 현상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현대에 사는 시인은 외롭고 무능하다. 삶은, 영혼을 맞이하고 가꾸는 과정으로, 거칠고 힘들다. 거친 삶에서 받는 마음의 상처가 영혼을 손상시키지 않게 하려면, 감싸 안아줄 필요가 있다. 영혼의 상처를 치료하며, 타자의 영혼에 입힌 상처를 보속할 수 있도록 싸 안는 것이 사랑이다. 물질계와 영혼계의 관계를 잘 알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 흔적을 찾아내고 해석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물질계에서 받은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며, 주어진 몫의 영혼을 정갈하게 할 수도 있기에, 이에 시인의 자리가 생긴다.
Contents
1 수술실
중간 지대(수술실) 12
수술실 가는 계단 14
스크럽(洗手 Scrub) 16
아득한 길(칼, Scalpel) 18
침입(끌, Osteotome) 20
몸 속 깊이 상아백옥象牙白玉periosteal elevator 22
뼈 굴착(bone drill) 24
재주꾼 혈관 겸자鉗子, Mosquito hemostat 26
압박과 침입(육각 압박나사, Hexagonal compression screw) 28
강요强要, 쇠망치, Hammer 30
야만의 힘(톱, bone saw) 32
물체의 기억(전신 마취)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