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꾼으로 살 것인가, 소리꾼으로 죽을 것인가
조선 후기 판소리 명창 이날치, 국창 인생의 서막을 열다!
천공을 가로지르는 건,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대형 줄이었다.
보통 줄보다 딱 두 배 길고 덩달아 두 배 높아 까마득했다.
그토록 위험천만한 말랑줄을 탈 수 있는 광대는
조선 천지에 단 한 명, 이날치뿐이었다.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은 조선시대 한양을 거점으로 한 남사당패를 배경으로 ‘소리꾼을 갈망하는 줄꾼 이날치’의 여정을 신명나는 한바탕 놀이로 풀어낸다. 구수한 팔도 방언과 해학적인 광대놀음, 왁자지껄한 장터와 떠들썩한 나루터 전경, 들뜬 명절 분위기와 각종 전통놀이 등 이야기 골짜기 굽이굽이에 수놓아진 유쾌한 풍경들은 사당패의 흥취와 어우러져 조선 민초들의 삶을 고스란히 엿보게 한다. 그 위에 두루 녹여낸 판소리 다섯 마당과 다채로운 민요들은 조선의 흥과 멋을 곱씹게 하는 동시에, 소설에 맛깔난 추임새를 더한다.
날치가 촤르륵, 부채를 펼치자 그것을 신호로 풍물패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얼음을 타는 듯 조심스럽다 하여 줄타기를 어름이라 하던가. 어름사니의 걸음걸음이 과연 얼음판을 지치듯 가뿐히 미끄러져 나갔다. 날치는 활활 부채질을 하며 양반걸음으로 앞으로 쭉 나아갔다가, 얌전히 뒷짐을 지고 사붓사붓 뒷걸음질을 치다가, 또다시 도포 자락을 펄렁이며 곧장 앞뒤로 왔다리 갔다리를 반복하였다. 그러곤 껑뚱껑뚱 줄 위를 날 듯 뛰다가, 양반다리를 한 채 공중부양을 하듯 튀어 오르기까지 하였다. 쥘부채를 모아 쥐고 가랑이 사이로 줄을 타고 앉았다 일어나기는 기본이고, 휘리릭 재주넘기는 덤이요, 몸을 뒤채며 눈을 찡끗대는 건 끼 부리기였다. (p. 38)
Contents
〉〉 서장: 기축년, 담양
굴렁쇠 굴리기 - 아홉 살 홀로서기
두꺼비집 짓기 - 아비 같은 사람
〉〉 중장: 계묘년, 한양(14년 후)
· 정월 대보름
풍물놀이 - 조선 최고 어름사니, 이날치
달맞이 - 기이한 통성명
놋다리밟기 - 여덟 명의 화정패
· 이월 중춘
활쏘기 -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제비뽑기 - 편 가르기
엿치기 - 꼭두쇠 부녀의 취미
· 삼월 삼질
꽃잎 점치기 -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뱃놀이 - 뒷골방에 파랑이 인다
사방치기 - 역적이 될 수 없어 의빈이 된 사내
깨금발싸움 - 칠패시장 미친놈
· 사월 파일
수수께끼 놀이 - 대체 뉘시오
그림자놀이 - 침 묻혀 문창지에 구멍을 내고
돈치기 - 고약한 약조
물수제비뜨기 - 허락되지 않는 단 한 가지
휘파람불기 - 세상 가장 시린 춘풍
종이배 접기 - 그대의 마음을 잘 몰라서
공깃돌 놀이 - 그때 그날 일
꼭두각시놀이 - 금서와 숯골패
풀피리불기 - 잊지 않겠단 그 한마디
바람개비 돌리기 -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얼음썰매 타기 - 단 한 번의 투쟁
· 십이월 납일
새총 쏘기 - 마지막 발악
고드름 따기 - 두 눈을 번쩍 떴던가 보더라
강강술래 - 다음 생에는
〉〉 종장: 갑진년
액집태우기 - 풍요를 기원하며
Author
장다혜
1980년생. 프랑스와 영국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20대 초반에 작사가로 글쓰기를 시작, 30대엔 에세이스트로 활동하였고 40대에 장편소설『탄금』으로 소설가가 되었다. 수많은 제작사에서 영상화 제안을 받은 『탄금』은 현재 드라마 제작중에 있다. 조선시대를 동경하고 고미술을 좋아하여 마음은 늘 과거를 향해있다. 머릿속에 거대한 천국과 지옥을 펼쳐놓고 여러 인물들을 응원하고 농락하며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게 일상이다. 모든 장면, 매 순간 호기심을 견인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다.
1980년생. 프랑스와 영국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20대 초반에 작사가로 글쓰기를 시작, 30대엔 에세이스트로 활동하였고 40대에 장편소설『탄금』으로 소설가가 되었다. 수많은 제작사에서 영상화 제안을 받은 『탄금』은 현재 드라마 제작중에 있다. 조선시대를 동경하고 고미술을 좋아하여 마음은 늘 과거를 향해있다. 머릿속에 거대한 천국과 지옥을 펼쳐놓고 여러 인물들을 응원하고 농락하며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게 일상이다. 모든 장면, 매 순간 호기심을 견인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