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근 채 무릎 위 컴퓨터로 화상 회의를 하는 프로그래머, 회사 마당에 설치한 해먹에 누워 일하는 시스템 엔지니어의 모습은 꼭 광고를 위해 만들어낸 장면처럼 어색하고 인위적이다. 통상 IT 기업 종사자를 떠올리면 대도시의 높은 빌딩에서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일하는 모습을 그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 도쿠시마현, 그곳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해발 1000미터 높이의 산간 마을인 가미야마에 가면 이런 모습은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무척 흔하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과 변화된 시대에 발맞춰 업무 혁신을 이루고픈 기업들이 이곳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들이 매일 아침 비슷한 복장과 표정으로 같은 장소로 출근하여 같은 시간에 점심식사를 하고 퇴근 후 야근이나 회식을 하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모습은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었다기보다는 집단적인 습관을 반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많은 신진 기업들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를 적절히 활용하고 일과 가정, 일과 개인적 삶 사이의 균형을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사회의 회의와 불신의 벽에 부딪치기 일쑤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뛰어난 네트워크 환경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주었다. 서비스는 24시간 가동되고 전 세계가 공간 차, 시차를 뛰어넘어 함께 생산하고 소비하며 교류하는 시대다. 하지만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리는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나? 이런 갑갑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만한 마을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가미야마 마을은 실제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은 사람들과 원격 근무 등 새로운 업무 방식을 실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IT 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온 예술가, 아이들을 여유롭게 키우고픈 젊은 부부 등 점점 더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들이 모이고, 원주민들과 상생할 방법을 찾아나가며 시골 마을은 놀라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Contents
머리말 왜 가미야마 마을은 계속 진화할까 15
1장. 이상한 시골 마을이 만들어지기까지 25
외지인에게 개방적인 희한한 마을
마을을 바꾼 이상한 NPO, 그린밸리
가미야마의 기원은 실리콘밸리
푸른 눈의 인형과의 만남
작은 성공 체험을 축적하다
낯선 외지인에게 익숙해지다
세계적인 예술가 마을을 만들자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추구하는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
무(無)를 전제로 생각하다
예술가라는 낯선 존재
예술가 지원에 이어 이주자 지원으로
이주자를 ‘역지명’하는 역발상
장벽을 거두면 이주자가 올까
민간이 주도하는 것의 장점
가미야마다운 홈페이지 ‘in 가미야마’
창조적 과소
사반세기 이어져온 이유
2장. IT 기업이 실험하는 창조적 업무방식 59
업무 혁신을 목표로 한 IT 기업
실리콘밸리에서 받은 충격
지역 공헌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
좀 더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
우연을 끌어당긴 힘
IT 기업이 지방에 진출하는 이유
가미야마를 전국에 알린 ‘기적의 장면’
자유롭고 따뜻한 분위기에 반하다
위성사무실이 지역 고용을 낳다
새로운 업무방식을 체험하는 숙소
주민출자회사를 만들자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이는 마을
제작의 즐거움을 체험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산과 강을 지키는 수제 그릇
가미야마가 키운 건축가들
설계비는 줄 수 없지만 젊은 손으로
자유롭게 만들어달라
사람 유치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휴머노믹스’
3장. 이주자들은 왜 가미야마를 선택하는가 105
‘삶’과 ‘일’이 연결되는 마을을 찾아서
식재료와 손님맞이에 대한 신념
주 3일 휴일,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
업무방식
직장인 생활을 내던진 카페 주인
청년을 불러들이는 ‘가미야마 주쿠’라는 장치
일단 한번 해봐!
더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실험 이주
창업하는 졸업생들
학생을 맞이하는 가미야마의
아버지와 어머니
학생의 40퍼센트가 지역에 남는 이유
친절이 순환하는 마을
해외에서도 이주하는 인간 교차점
4장. 마을의 미래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다-지방재생 전략 만들기 141
플레이어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초조함
지방재생 전략을 짜다
그림의 떡은 필요 없다
민관연대에 안성맞춤인 사람
가미야마가 안고 있는 세 개의 과제
‘이의 없음’으로 결론 내리는 회의는 없다
상식을 깨는 ‘도가니’에서 의논
‘끝’이라는 위기감을 공유하다
토론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다
이대로 가면 닥쳐올 미래
학교 유지에 필요한 인구 적정 규모
창의력 부족을 절감한 면사무소 직원
‘공사’라는 실행 기관
공무원을 그만두지 않겠습니까
자신의 일로 생각하면 일어나는 일
가능성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최대의 성과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프로세스
5장. 민관 연대 실행기관, 가미야마 연대공사 181
전략을 실현하는 팀 편성
가미야마의 건축사에게 온 한 통의 메일
주민이지만 마을의 일을 모른다
각양각색의 사람이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마을
이 마을을 통해 일본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싶다
열정이 높은 아마정에서 배운 미래의 교육
유학 가서 하고 싶었던 일이 눈앞에 펼쳐지다
가능성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
6장. 농업의 미래를 만들다-푸드허브 프로젝트 197
‘지산지식’을 실천하는 회사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기준
음식의 미래를 공유하는 두 사람의 만남
농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이 마을에 뼈를 묻을 사람이 아니면
필요 없다
소량 생산과 소량 소비를 이어주는 허브
모여든 전문가들
푸드허브다운 자급율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먹거리 교육
농업의 미래가 보인다
7장. 임업과 건설업의 미래를 만들다-오노지 공동주택 프로젝트 225
최우선 과제는 주거 만들기
아이들을 키우는 커뮤니티의 재생
공용 공간 ‘아쿠이강 컴온’
함께 만드는 신중한 과정
지역의 나무로 지역 사람들이 만들다
지역의 나무 인증 제도를 만들다
짜맞춤 목공기술을 계승하다
임업-제재-목수, 일련의 흐름을 바꾸다
100년 넘게 살 수 있는 친환경 집 만들기
고향의 풍경을 만드는 도토리 프로젝트
8장. 교육의 미래를 만들다-지역의 리더를 키우는 농업학교 249
지역과 유리된 농업학교
마을을 만들며 바뀌는 학생들
농업학교라서 가능한, 지역과 직결된 수업
고등학생이 배우는 가미야마 창조학
‘손에 손 잡고’ 프로젝트
인생의 대선배로부터 배우는 것
지금의 농업학교에 매력이 있는가
중산간지의 농업을 이끄는 학교로
지역에서 키우는 국제 감각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신념
9장. 가미야마는 왜 잘 굴러가는가 269
마을의 혈액순환을 돕는 버스 투어
이주자와 주민의 연결
가미야마의 프로젝트가 잘 굴러가는 이유
‘연결 프로젝트’ 발표회의 흥행
목표는 진정한 ‘협동’
설레는 미래를 만들다
맺음말 가설을 뒤집는 쾌감 285
옮긴이 후기 지금 우리의 지방재생을 다시 생각하다 292
추천의 글 차근차근 쌓아올린 기적, 가미야마 마을의 재생 298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302
도판저작권 306
Author
간다 세이지,류석진,윤정구,조희정
1959년생. 에히메현에서 자랐다. 1983년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했다. 1990년부터 오사카 본사 사회부에서 지방 행정 분야를 담당했으며 1998년부터 도쿄 본사 정치부에서 총리 관저와 자치성을 담당했다. 200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오사카 본사에서 지방 분권, 지방 자치 담당 편집위원을 역임한 뒤 현재 지역보도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관심분야는 마을 만들기, 지방재생, 지방의회, 지방이주, 빈곤과 격차 등이다. 저서로는 『지금 지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今、地方で何が起こっているのか』(2008), 『가마가사키 유정 釜ケ崎有情』(2012)이 있다.
1959년생. 에히메현에서 자랐다. 1983년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했다. 1990년부터 오사카 본사 사회부에서 지방 행정 분야를 담당했으며 1998년부터 도쿄 본사 정치부에서 총리 관저와 자치성을 담당했다. 200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오사카 본사에서 지방 분권, 지방 자치 담당 편집위원을 역임한 뒤 현재 지역보도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관심분야는 마을 만들기, 지방재생, 지방의회, 지방이주, 빈곤과 격차 등이다. 저서로는 『지금 지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今、地方で何が起こっているのか』(2008), 『가마가사키 유정 釜ケ崎有情』(2012)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