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신의 조국, 프랑스에서 인종주의 정당 '국민전선'의 정치적 부상을 목도한 저자의 위기의식에서 탄생하였다. 정치적 극우 세력들이 사용하는 조작과 선전 기술에 미혹당하는 민주주의의 무능함에 경고를 보내고, 세계대전 후 냉전 시대의 종식과 함께 이제는 조작이 없는 정의로운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 대중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조작과 논증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길러 주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여전히 조작과 선동은 존재하며, 그 영역은 정치판을 넘어 광고와 산업, 공적 영역의 세계로 침입하여 이전보다 더욱더 그 영역을 확장하며 체계화되었다고 경고한다. 이에 저자는 고대 로마에서부터 현대 서구 사회에서 발생한 정치, 광고, 심리치료,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여러 조작과 선동의 사례를 그 예로 제시하고, 그 조작 기법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교란시켜 혼합하거나 융합하는 조작 기법들을 4장에서 정서조작으로 정의한 후 그 사례들을 제시하고, 5장에서는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혼합하여 우리를 기만하는 인지조작 기법들과 사례들을 제시한다. 6장에서는 이러한 정서조작과 인지조작을 구체적인 사례로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국민전선의 대표, 장-마리 르펜의 실제 TV 대담을 분석한다.
저자 브르통은 '표현의 자유'에는 관심을 갖지만 '수용의 자유'에는 관심 없는 현대 민주사회의 불균형이 이러한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고 진단하며, '표현의 자유' 뿐만 아니라 '수용의 자유' 또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대중이 이처럼 조작에 취약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남을 설득하는가와 그 설득이 어떻게 나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으며, 남의 설득에 미혹당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여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방법에 대해 대학에서조차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대중을 미혹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학 밖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판을 치나, 그들은 어떻게 하면 조작에 속지 않을 수 있는지는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브르통은 논증을 하되, 조작에 넘어가지 말고 조작과 맞서 싸워 조작을 좌절시키라고 요구한다. 이 책에서 결국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고대 수사학의 방식으로 돌아가서 토론하고 논증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논증과 조작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을 키워 "타인들과 막힘 없이 소통하면서도,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Contents
서론
1. 조작의 영속성
조작은 아직도 존재하는가?
무엇이 조작인가?
2. 말의 중요성
인간의 근본이 되는 말
민주적인 말
20세기, 즉 설득하는 체제
밀레니엄의 끝 ? 잔혹한 이념 투쟁들
설득의 신제국 ? 광고
3. 말의 기술화
기술화된 설득 기법
말의 조작기술들에 기대는 집단적인 의존
목록의 필요성
4. 정서조작
감정에 호소하기
융합적인 효과
5. 인지조작
조작적인 배치
인지적인 혼합
6. 총괄조작의 한 사례
조작으로 가득 찬 어느 토론 텍스트
7. 조작의 두 가지 효과
효과적인 조작
개인주의의 새로운 원천들
8. 약한 저항
수련 없는 실천
효율성과 인간에 대한 도구적인 개념
면책해 주는 분업화
9. 말의 규범들
조작에 호의적인, 따져 볼 만한 세 가지 전제들
조작에 맞서서 무엇을 하는가?
말의 자유는 규범적인 일이기도 하다
결론
Author
필리프 브르통,박선희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프랑스 사회학자로, 현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명예 교수이다. 그의 연구는 담화의 인류학, 의사소통 기술, 논증의 실천에 관한 것에 집중되어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산하 유럽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시절에 이 책을 저술하였으며, 이 저서로 1998년 프랑스 학술원 ‘정신과학 및 정치학 아카데미’에서 도덕철학상을 수상하였다.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프랑스 사회학자로, 현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명예 교수이다. 그의 연구는 담화의 인류학, 의사소통 기술, 논증의 실천에 관한 것에 집중되어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산하 유럽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시절에 이 책을 저술하였으며, 이 저서로 1998년 프랑스 학술원 ‘정신과학 및 정치학 아카데미’에서 도덕철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