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필자가 ‘세계’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큐브라는 퍼즐이 단순히 재미로 즐기는 장난감을 넘어 그 속에 놀라운 대칭성과 아름다움, 오묘한 법칙과 심오한 수학적 원리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그렇듯 말입니다. 살면서 만유인력의 과학적 공식이나 법칙을 모르는 사람도 경험을 통해 공기 중에 물건을 놓으면 땅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이해하듯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큐브 속에 숨어있는 심오한 수학적 원리를 모르더라도 큐브 조각들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합니다. 어떤 분야든 그 진정한 재미와 의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이 노력은 ‘몰입’이란 말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큐브에 몰입한다면 그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차원의 재미와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필자가 처음 큐브를 접한 건 초등학교 시절이었는데, 당시는 스피드큐빙에 적합한 큐브도 없고, 해법 또한 연구된 것이 별로 없어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채 어려움에 부딪히자 곧 포기해버렸습니다.
다시 큐브가 눈에 들어온 건 스무 살을 훌쩍 넘은 때였습니다. 우연히 마트에서 구입한 2×2×2 미니큐브로 시작한 큐빙이 3×3×3을 거쳐 4×4×4, 5×5×5로 이어지는 데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해서인지 과학자가 자연 현상 속에 숨어있는 공통된 원리를 찾아가듯 큐브 또한 조각들의 움직임에 어떤 공통된 원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큐브삼매경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프리드리히 해법을 익힌 후 블라인드 해법을 접할 때는 눈을 감은 채 큐브를 맞춘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자 큰 설렘까지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블라인드 해법으로 큐브를 완성했을 때 그 기쁨은 지금도 기억될 만큼 생생합니다.
돌이켜보건대 이때부터 큐브 해법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블라인드에서 얻은 만족감이 너무 컸던 터라 그 기분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곧바로 블라인드 해법 작성에 들어갔고, 당시 축약식으로 되어 난해한 해법을 두 달 여 공들여 쉽게 풀어쓴 내 식의 구체적 해법으로 완성하고 바로 큐브매니아 카페에 등록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 메시지를 받고 더욱 힘을 내어 큐브 전반에 걸친 해법 소개 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인터넷에는 큐브와 관련된 수많은 정보와 영상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제가 활동했던 카페만 해도 엄청나고 방대한 자료들이 있죠. 하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요? 너무나 많은 자료들이 인터넷 상에 있지만 그 속에서 정작 내가 필요로 하는 자료를 정확히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큐브를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고, 또한 큐빙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큐브안내서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끝에 이 책(큐브 바이블)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큐브초보자도 난이도가 낮은 영역부터 단계별로 자세하게 설명하였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여러분이 만약 시나브로 큐브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이 확장되어 간다고 느낀다면 필자의 의도는 거의 이룬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길 가에 핀 풀꽃 하나를 보고도 ‘꽃’ 이면에 숨은 생명의 신비나 우주의 원리를 읽어내는 시인들의 심미안처럼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큐브를 바라볼 때, 단순히 외형적 모양이나 색깔을 넘어 겉으로 보이지 않는 큐브의 ‘구조적 보편성’을 찾거나 떠올릴 줄 아는 공감각적 혜안을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큐브를 바라보는 작은 시각 차이가 세계를 봄에 있어도 그 본질을 꿰뚫어 보는 깊이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