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우리 세상에 요괴는 없다. 그러나 아직 증명할 방법이 없거나, 지금까지는 교묘히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걸 수도 있다. 또는 요괴란 우리 안의 감춰진 무언가를 은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우리의 불완전한 세상의 편린을 형용하거나 혹은 이 모두를 심판하려는 이들은 아닐까?
한국 장르소설을 대표하는 여섯 작가들의 '색'다른 요괴 이야기
장르소설 앤솔러지 『요괴사설』은 요괴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었다지만 그렇다고 호러 장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호러를 비롯해 SF, 풍자극, 범죄 미스터리, 음모론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요괴라는 세계이자 소재를 기기묘묘한 방식으로 파고든다. 여러 개의 요괴담을 교묘하게 직조한 메타 도시전설이 서늘한 뒷맛을 남기는가 하면, 도깨비불로 말미암은 편집증 환자의 고풍스러운 독백으로 불온한 분위기를 형성하던 이야기가 뜻밖의 세계에 당도하기도 한다. 요괴는 여러 가지 형태로 형상화되어 현대 한국에 설화로 전해지는 ‘득옥 이야기’를 끌어들인 풍자극에는 물론, 잔혹한 현실 범죄로 가득한 하드보일드극 어딘가에 슬그머니 자리하기도 한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서양 요괴 그렘린이 음모론이라는 색다른 옷을 입고 등장하는가 하면, 여성을 소유하려는 남자의 비겁하고 뒤틀린 소유욕을 주술적 의미가 담긴 요괴 문신과 엮어내기도 한다.
Contents
기획의 말: 요괴와 만나기 전에
무시소리 이야기 - 위래
도깨비불 - 비티
나의 제이드 선생님: 득옥得玉 이야기 - 전혜진
호숫가의 집 - 김봉석
그렘린 시스템 - 홍락훈
문신 - 배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