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음의 변화규칙

오는 동안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한자는 字數도 많지만 字形이 비슷한 자가 많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형성자에 있어서는 같은 자형이 들어있어, 음이 같은 경우가 많지만 다른 경우도 있어 혼동하기 쉬웠다. 그러나 어째서 음이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궁금하게만 여겼다. 가끔은 음이 두세 개 되는 字에 있어서도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고, 단지 뜻이 다른 경우에는 음이 다르다는 것만 알았을 뿐이었다. 아마 지금도 한자를 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한다.

그래서 퇴직 후 2004년부터 한자음의 변화규칙을 밝혀 보려고, 하나의 음에서 출발 하였다는 形聲字를 전부 모아 분석해 보면 결과가 나오리라 믿고, 여가가 나는 대로 computer자전의 한자 15,800여 자를 전부 성부자별로 모으고, 그기에 로마자 병음을 달고, 이의 반절음을 전부 달아 가나다순으로 배열하는 데만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전적으로 매달려 한 작업이 아니고, 시나브로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것이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는 한자음변화를 공부하려고 한자음변화에 관한 서적을 찾아보았으나, 음변화에 관한 연구는 없었다. 그것은 漢字가 고립어의 문자로 음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하나의 음에서 변화하였다는 형성자의 음이 다른 것을 보면, 변화의 규칙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혼자서 성모의 탈락, 약화, 구개음화, 유기음화, 복성모, 개모의 발생, 핵모음과 운미의 축약, 운미의 탈락, 복운미(對轉) 등을 고심 고심으로 예를 찾아내었으나, 특히 핵모음의 변화 즉 예를 들면 ‘今’의 음이 어떻게 [금, 감, 검, 김]이 되었는지? ‘弗’을 성부로 한 자의 음이 [불. 필, 발, 배]로 변했는지? 그리고 ‘之’를 성부로 한 자의 ‘寺’의 음이 어떻게 [?]와 [시]로 분화되었는지? 등의 핵모음의 변화에 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아 깊은 고심에 빠졌는데, 저의 恩師이시며 한자음의 권위자로 알려진 故 牧泉 兪昌均 박사의 〈文字에 숨겨진 民族의 淵源〉(1999)에서 “한자음은 음양의 대립으로 이루어졌다”는 그 한마디를 두고, 오랜 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끝에 어느 날 번개처럼 머릿속에 “形聲字의 음도 하나의 음에서 발달한 것이 아니고, 음성음과 양성음의 대립된 두 초음에서 음성음은 음성음의 초음에서 발달하고, 양성음은 양성음의 초음에서 발달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음성음의 초음과 양성음의 초음을 나누어 적용시켜 음변화를 검토해 보니, 딱 들어맞았다. 그래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목욕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보고 “나는 알았다"고 외쳤던 것처럼,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이에 따라 변화규칙을 찾아내는 작업에 들어갔으나,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특히 음운변화에 의한 음이 아닌 ‘假借, 通用’으로 ‘유추된 음’이 수없이 많아 수년의 곤욕을 겪었다. 그야말로 길고긴 고심의 독학이었다.

이로 하여 한자음의 변화규칙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한자를 처음 제작하여 사용한 민족도 漢族이 아니라 韓族이라고 여기게 된 것은 한자음 변화의 특징인 음성음과 양성음의 대립이 韓國語에 있고, 복성모와 복운미도 鮮初國語에 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한자음을 연구하고 계신 여러 학자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로서는 한자음의 변화규칙을 찾았다는 성과 하나만으로도 근 이십 년의 세월이 아깝지 않았다고 여기며, 앞으로 다른 나라의 한자음도 이 규칙에 따르면, 좀 더 쉽게 음변화규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