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의 현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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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19/03/15
Pages/Weight/Size 153*224*20mm
ISBN 9791189643911
Categories 사회 정치 > 사회학
Description
백문이 불여일견! 시각의 등극

현대 사회는 스펙터클의 사회다. 디지털 매체들은 영상을 사람들의 경험을 지배하는 권좌에 올려놓았다. 대선을 앞둔 후보자들 간의 치열한 각축전, 대통령 탄핵 과정, 법정에 나온 한 개인의 사생활 문제, 심지어는 방송으로 실시간 보도되는 국지전 전개과정도 대중들에게는 관전 포인트의 대상이 되었다. 스펙터클의 사회는 전쟁마저도 생방송을 통해 중계하도록 만든다. 1991년, 전설적인 종군기자 피터 아넷(Peter Arnett)을 필두로 한 케이블 뉴스채널 CNN의 취재팀은 미사일이 빗발치는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에서 미군의 폭격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단독 생방송을 시작하였다. CNN은 걸프 전쟁 발발을 바그다드에서 생중계함으로써 거대 미디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케이블 티브이나 유튜브 등 디지털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상물은 사람들의 경험을 모조리 시각화한다. 여기에서는 먹방, 인강, 맛, 냄새, 연인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까지도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시각화된 감각은 다시 우리의 감각이 되어 이후 우리의 행동과 경험에 반영된다. 시각 매체가 우리 삶 깊숙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그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을 관찰 가능한 것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본다는 것이 오늘날 가장 중요한 감각기능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머지않은 이야기다. 감각의 역사에 관한 연구에서 마크 스미스(Smith, M)에 따르면 전 근대사회에서는 지금만큼 시각을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위에 두지 않았다. 그는 서양에서 인쇄기술과 원근법의 발달로 귀가 눈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 수집원으로서의 역할을 내주었다고 보았다.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이야기와 청각이 지식과 정보를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얼마나 중요한 기능이었는지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이반 일리치에 따르면 중세 수도사들이 온 몸을 사용해서 중얼거리며 입말로 책을 읽었다면 그 이후 사람들은 눈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에겐 눈으로 쓰윽 책을 읽는 것이 너무나 익숙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마법’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일이었다. 그에 따르면 수행하는 현자는 기본적으로 필기자가 아니라 구술자였다. 그만큼 이전의 사회는 글보다 말을 더 신뢰하는 사회였다.
Author
조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