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혐오의 시대, 사랑은 어떻게 가능할까?
데이트 폭력, 불법촬영, 여성혐오, 취업난, 주거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친밀성이라는 문제
여성들은 이렇게 변했는데 왜 남성들은 그대로일까?
어쩌다 연애는 이렇게 불안한 것이 되었나?
여성과 남성의 행복한 연애는 가능할까?
「접속」에서 「치즈 인 더 트랩」까지,
대중문화 텍스트로 읽는 연애의 불안, 곤경, 모순, 가능성
2018년 8월 25일 불법촬영 편파 수사와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7만여 명의 인원이 서울 도심에 모였다. ‘OO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와 미투 운동을 통해 여성들은 학교, 직장, 예술계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폭로했다. 소라넷은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인터넷에는 수없이 많은 불법촬영 영상이 또 다른 경로로 유통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매년 1000여 건 이상 증가해 2017년에는 1만 303건에 달했다. 이와 더불어 성차별과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인식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사회는 젠더 이슈를 둘러싸고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판결, 도처에 깔린 리벤지 포르노,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데이트 폭력 한가운데에서 여성들은 이제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더 위험한 관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여성과 남성의 친밀 관계, 특히 사랑 또는 연애가 평등하고 행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많은 여성들은 과연 어떤 남성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이 극심한 온도차를 극복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지 절박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이토록 두려운 사랑』은 왜 우리가 이런 ‘연애 불능 시대’까지 와버렸는지 그 과정과 맥락을 살펴보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사랑과 연애를 향한 우리의 모순된 열망과 두려움이 형성되어온 과정을 성찰해보자는 것이다.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닥친 긴급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것만큼이나 섬세하고 정확하게 역사적, 사회적 흐름을 살피는 작업이 나란히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연애 또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왜곡되거나 훼손되어왔는지 세밀하고 현실적으로 파악해야만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지형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학자이자 문화연구자 김신현경은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키워드로, 한국의 대중문화 및 현상을 텍스트로 삼아 멀게는 신여성들로부터, 가깝게는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변동과 관련해 우리의 사랑/연애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살펴본다. 저자는 영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 제작자, 문화기획자로 활동해온 한편, 오랜 시간 동안 연애, 여성 노동, 미디어 산업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라는 고유한 장에서 벌어진 현상들을 꾸준히 분석해왔다. 이 책은 이런 오랜 관찰 및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서구와는 다른 근대화 과정을 거친 ‘한국’이라는 장에서 ‘사랑’이 지녀온 다양한 의미망들을 하나하나 풀어내서 이해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Contents
서문 친밀성에 대한 우리의 욕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부서져왔나
1강 우리의 사랑은 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가:
식민지 조선에서 오늘날까지, 사랑과 연애에 관한 질문
나혜석, 「이혼 고백장」(1934) | 드라마 「청춘시대」(2016)
2강 1990년대, 연애의 (재)탄생:
1987년 민주화 이후, 연애의 시대
영화 「접속」(1997) | 영화 「정사」(1998) |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2012, 2013, 2015~2016)
3강 자원 거래의 장이 된 연애:
IMF 경제위기와 군가산점제 위헌 판결 이후의 사랑/연애
영화 「나쁜 남자」(2002) | 영화 「버스, 정류장」(2002)
4강 도시, 여성, 일:
2000년대 ‘차가운 친밀성’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칙릿 유행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2006) |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
5강 ‘나쁜 남자’ 변천사:
여성적 욕망의 대상으로서 ‘나쁜 남자’부터 ‘무서운 남자’까지
영화 「연애의 목적」(2005) | 웹툰 「치즈 인 더 트랩」(2010~2017)
6강 그들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날 남성들은 친밀성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표출하는가
아이유, 「좋은 날」(2010) | 영화 「소셜포비아」(2015)
7강 이런 세상에서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
드라마 「밀회」(2014)
Author
김신현경,줌마네
영 페미니스트 운동으로 청춘을 보냈다. 1998년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장으로 일하면서 여성주의 잡지 《두입술》을 발간했고, 2001년 페미니스트 커뮤니티 ‘언니네’를 만드는 데도 힘을 보탰다. 2008년에는 문화기획집단 ‘영희야놀자’를 결성하여 강남 중산층 가족의 탄생과 하우스푸어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모래」(2011), 여성국극을 다룬 「왕자가 된 소녀들」(2012)을 기획, 제작했다. 2003년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연애 경험’에 대한 석사논문을 썼고, 2014년 ‘연예 산업’에 관한 박사논문을 썼다.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페미니스트 크리틱』(2018), 『일상의 여성학』(2017), 『섹슈얼리티 강의 두 번째』(2006), 『나는 페미니스트이다』(2000)를 함께 썼고,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2009)를 함께 번역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동아시아대학원 박사후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젠더 관점으로 바라본 동아시아 미디어 산업 변동, 소셜미디어 시대의 역사수정주의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영 페미니스트 운동으로 청춘을 보냈다. 1998년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장으로 일하면서 여성주의 잡지 《두입술》을 발간했고, 2001년 페미니스트 커뮤니티 ‘언니네’를 만드는 데도 힘을 보탰다. 2008년에는 문화기획집단 ‘영희야놀자’를 결성하여 강남 중산층 가족의 탄생과 하우스푸어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모래」(2011), 여성국극을 다룬 「왕자가 된 소녀들」(2012)을 기획, 제작했다. 2003년 이화여대 여성학과에서 ‘연애 경험’에 대한 석사논문을 썼고, 2014년 ‘연예 산업’에 관한 박사논문을 썼다.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 페미니스트 크리틱』(2018), 『일상의 여성학』(2017), 『섹슈얼리티 강의 두 번째』(2006), 『나는 페미니스트이다』(2000)를 함께 썼고,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2009)를 함께 번역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동아시아대학원 박사후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젠더 관점으로 바라본 동아시아 미디어 산업 변동, 소셜미디어 시대의 역사수정주의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