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역심법』은 오대 시기 마의도자의 경문을 진단이 주석한 것이다. 전해오는 자료에 따르면, 마의도자는 세속을 떠나 은거하던 승려로서 방술과 역술에 뛰어났으며 유불도 삼교융합을 꾀한 인물이었다. 진단은 역학과 도교 내단수련을 결합한 도사이자, 도서역학(圖書易學)의 창시자라고 평가되며, 「선천도」, 「태극도」, 「하도」와 「낙서」 등이 그에게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정역심법』은 「정역괘획」으로 시작한다. 「정역괘획」에는 괘들 간의 관계를 괘상의 모양으로 분류하여, 『주역』의 64괘를 상(象) 중심의 새로운 역학 이론을 제시한다. 상을 중심으로 한 복희씨 역의 도[易道]도 전해지지 않게 되자, 주공과 공자가 말[辭]을 매달아 그 의미를 연역하였다고 본다. 후대에 이르러서는 주공과 공자의 말에만 얽매여 복희씨 역의 도는 사라졌다고 한다. 이에 문자 중심의 역이 아닌 상 중심의 복희씨 역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42장의 글을 서술한다. 괘의 생성원리, 괘의 이름과 뜻, 건곤의 음양이치, 괘의 방향, 8·24·64·384 등의 수로 천지만물을 표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역심법』의 본문과 주석에는 한나라 역학자 맹희(孟喜)에서 경방(京房)에 이르는 금문역학(今文易學)의 주된 이론인 괘기설(卦氣說)과 한나라 초기 제기된 1년의 실제 날수와 역법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된 논의들에서 역학(易學)을 이용해 역법(曆法)을 설명하려는 시도, 후한 시기의 기론(氣論)으로 역을 해석하면서 우주발생론을 설명하는 『역위(易緯)』의 내용이 모두 인용되고 논의된다. 또한 「선천도」, 「하도」와 「낙서」 등, 도서역학의 원형적인 사유도 드러난다.
이렇게 보면 『정역심법』은 한대 상수학과 송대 도서역학을 연결하는 의의가 있다. 이 책이 역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까닭이다. 이러한 까닭에 『정역심법』이 출간되자 송대의 학자들이 서문과 발문을 달아 이 책의 의의를 찬동하거나 비판하였다. 당시 학자들의 이러한 시각을 보여주기 위해, 『정역심법』에 관한 서문들과 발문들을 모아 실었다. 이잠(李潛)과 정준(程準)의 서문, 이학자인 장식(張?)의 발문은 이 책의 의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에 주희(朱熹)의 두 발문은 이 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한다. 주희는 『정역심법』에서 주공과 공자를 비판하거나, 역학을 점복·의학·천문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하는 점을 비판한다. 주희의 비판에서 핵심은 유가의 도통주의 관점에서 주공과 공자를 비판한 내용을 수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역심법』의 경문과 주석만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한대 상수역학의 내용을 전제해야만 경문과 주석을 이해할 수 있다. 한대 맹희의 역학과 경방의 역학, 『역위(易緯)』의 기론, 납갑법, 역법, 도교의 수련이론 등이 압축적으로 인용되기에 이들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42개 장 모두 해설을 달아 경문과 주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이후 번역자들은 상당 시간 서로 토론하며 기존 내용을 다듬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대승 교수가 『정역심법』에 대한 해제 논문과 진단의 「용도서(龍圖序)」를 찾아 번역하고 해설을 했으며, 이봉호 교수가 진단과 소옹의 관련성에 관한 논문을 작성하여 덧붙였다.
Contents
옮긴이의 말
일러두기
1부. 『정역심법』
정역괘획
『마의도자정역심법』
제1장. 복희씨의 역도(易道)
제2장. 여섯 효(爻)의 설정
제3장. 괘상(卦象)을 보임
제4장. 역(易)의 도(道)가 전해지지 않음
제5장. 64괘의 오묘한 뜻
제6장. 괘의 소식(消息)
제7장. 괘의 맥(脈)
제8장. 경괘(經卦)와 중괘(重卦)
제9장. 건곤괘(乾坤卦)의 깨짐
제10장. 건곤(乾坤)과 음양(陰陽)
제11장. 여섯 괘[六卦]
제12장. 괘상(卦象)의 뜻
제13장. 감괘(坎卦)와 태괘(兌卦)는 수(水)
제14장. 사람의 감리괘(坎離卦)와 천지의 감리괘(坎離卦)
제15장. 사람과 만물이 갖춘 8괘(八卦)
제16장. 반대괘(反對卦)와 대대괘(待對卦)
제17장. 취상(取象)과 괘명(卦名)
제18장. 괘명(卦名)과 그 뜻
제19장. 괘의 정(正)과 복(伏), 호(互)와 참(參)
제20장. 건곤괘는 참된 체[眞體]
제21장. 육자 중괘(六子重卦)
제22장. 괘의 변(變)과 복(伏)
제23장. 잘못 전해진 괘
제24장. 괘를 그어 상을 취함
제25장. 중효(中爻)의 뜻
제26장. 괘와 납갑(納甲)
제27장. 괘와 방위(方位)
제28장. 건곤괘(乾坤卦)와 육자괘(六子卦)
제29장. 384효와 역법(曆法)
제30장. 24효와 윤달[閏月]의 수
제31장. 1년 날 수와 효(爻)
제32장. 태음(太陰), 태양(太陽), 소음(少陰), 소양(少陽)
제33장. 만물의 수(數)
제34장. 천(天)의 수와 지(地)의 수
제35장. 대연(大衍)의 수
제36장. 책수(策數)
제37장. 오행(五行)의 수
제38장. 생수(生數)와 성수(成數)
제39장. 괘효(卦爻)의 변화
제40장. 역(易)은 음양(陰陽)
제41장. 역(易)의 활법(活法)
제42장. 역도(易道)의 본질(本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