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땅, 꿈의 나라

"그것은 혼자 하는 여행, 안내해 주는 이 하나 없어.
시냇물을 따라 걷다 꿈동산에 오르면, 온갖 신기한 것들이 나를 반겨요.”

전설적인 옛 거장의 동시, 색채의 젊은 거장이 그린 작품으로 재탄생하다.

2015년. 영국의 독립출판사 ‘노브로우’(NOBROW)에서는 『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동시 『잠의 땅, 꿈의 나라』를 그림책으로 출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린이’의 개념이 막 탄생한 19세기에 가장 앞장서서 어린이를 위한 소설과 동시집을 출간한 스티븐슨을 재조명하자는 의도였지요. 노브로우에게 그림 작가 선택은 어렵지 않을 터였습니다. ‘출판해야 마땅한 작품들을 찾아 책으로 만든다.’라는 스스로의 철학에 충실했던 노브로우는 지금까지 매력 넘치는 수많은 인디 아티스트들을 발굴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브로우는 이 작품을 반드시 로버트 헌터가 맡아주었으면 했습니다. 노브로우가 발굴한 최고의 아티스트, 수천 가지의 색상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적용할 줄 아는 로버트 헌터는 가장 이상적인 ‘꿈의 빛깔’을 작품에 불어넣을 수 있는 작가였기 때문이지요. 노브로우는 동시를 헌터가 동료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등대 스튜디오’로 보내기로 합니다.

스티븐슨의 동시를 읽은 헌터는 흠뻑 매료되고 맙니다. 꿈을 행복으로 가득한 것만이 아닌 어둡고 두려운 면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지요. 헌터는 노브로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첫 어린이 동화 작업에 착수합니다.

헌터는 시를 읊조리며, 어린 시절의 추억과 지금 자신의 생활을 뒤섞어 장면을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어울리는 색상을 찾았습니다. 하늘색과 짙은 파란색, 살구색, 분홍색. 이번에도 헌터는 일반적인 4원색 인쇄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색상 공식으로 작품을 채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