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로베르트 발저 산문·단편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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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17/12/13
Pages/Weight/Size 119*199*35mm
ISBN 9791188047307
Categories 에세이
Description
미지의 ‘나’를 찾아가는 고독한 산책

발저의 산문은 대개 화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의 형식을 취하지만, 전통적인 이야기 장르의 근간이 되는 특이한 사건이나 플롯은 최소한으로 축소된다. 발저의 산문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자전적 성격과 허구적 요소가 결합된 양상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산문은 ‘자전적 허구’(Autofiction)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산과 호수의 나라 스위스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매일 그 풍경 속을 거닌 발저의 산문은 시각적 특성이 강하다. ‘언어 속에 잠재하는 미지의 생기’를 드러내는 서술기법으로 서로 무관하거나 대비되거나대립되는 사물이나 이미지를 하나의 장면으로 병치시킨다다. 예컨대 『세상의 끝』에서 무작정 ‘세상의 끝’에 다다르기 위해 16년 동안이나 방랑하는 소녀는 ‘세상의 끝’을 이렇게 상상한다.

세상의 끝이 처음에는 높은 성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가 하면 어떤 때는 깊은 낭떠러지, 때로는 아름다운 푸른 초원, 때로는 호수, 때로는 반점이 수놓인 수건, 때로는 냄비에 가득 담은 걸쭉한 죽, 때로는 맑은 허공, 때로는 온통 하얗게 펼쳐진 설원, 때로는 출렁이는 바다처럼 마냥 자신을 내맡길 수 있는 황홀경, 때로는 우중충한 잿빛의 길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 또는 안타깝게도 하느님도 모르는 그 무엇일 거라는 생각 도 들었다.

‘세상의 끝’을 ‘높은 성벽’이나 ‘깊은 낭떠러지’로 이해하면 그것은 엄청난 장애나 절체절명의 위기가 된다. 반대로 ‘세상의 끝‘을 ‘아름다운 푸른 초원’이나 ‘바다처럼 출렁이는 황홀경’으로 떠올리면 ‘세상의 끝’은 궁극의 안식처와 통하는 어떤 상태일 것이다. 그런데 이 대극적 이미지가 어떻게 동시에 ‘세상의 끝’을 가리킬 수 있을까? 우리의 인생에서 그 둘은 상극으로 경험되지만, 발저는 양자가 공존할 가능성은 없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누구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러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발저는 우리의 타성적 사고와 지각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삶의 진경과 세상의 이치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Contents
I 자연ㆍ가족ㆍ자화상

그라이펜 호수·15
은둔자의 오두막·21
몽상가·23
저녁 산책·26
자연·30
어머니의 무덤·36
아버지가 아들에게 쓰는 편지·38
아버지의 초상·42
여섯 개의 작은 이야기·69
어느 시인이 어느 신사에게 쓰는 편지·79
어느 화가가 어느 시인에게 쓴 편지·84
어떤 시인·88
타자기·95
나의 노력·99

II 사랑과 고독

지몬·109
메타·119
빌케 부인·123
크리스마스 이야기·132
어떤 추억·140
크누헬 양·142
파르치발이 여자 친구에게 쓰는 편지·145
어린아이·149
꿈이 아니었어·157
올리비오 여행기·165
꿈·174
마리·178

III 세상의 이치

두 개의 이야기·209
네 개의 이미지·216
이상한 도시·231
환상·235
재, 바늘, 연필 그리고 성냥개비·238
난로에게 말 걸기·241
날쌘돌이와 게으름뱅이·244
혈거 인간·246
천사·255
원숭이·257
단순한 이야기·264
자유에 대하여·267
철가면·271
올가의 이야기·277

IV 삶과 노동

세상의 끝 ·289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293
노동자·297
일자리를 구합니다 ·307
사무원·310
오전 근무·334
뷔블리·345
게르머·354
헬블링의 이야기·363
귀부인·386
주인과 피고용인·391
계급투쟁과 봄날의 꿈·397

V 문학예술론

브렌타노(1)·405
브렌타노(2)·418
툰의 클라이스트·425
횔덜린·443
파가니니·449
고흐의 ‘아를의 여인’에 대하여·455
형이 그린 그림 두 점 ·459
앙커의 화첩·466
세잔 생각·474
로베르트 발저 연보·480
|역자 해설| 미지의 ‘나’를 찾아가는 고독한 산책·485
임홍배(문학평론가?서울대 독문과 교수)
Author
로베르트 발저,임홍배
1878년 스위스 빌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와 예비 김나지움을 다녔으나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그 이상의 교육은 받지 못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열네 살 때부터 베른 주립은행에서 견습생 생활을 했고, 이후 취리히, 베른,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뮌헨 등 스위스와 독일의 여러 도시들로 거처를 옮기며 엔지니어 조수, 은행원, 사서, 비서 등으로 일했다.

1898년 처음으로 지역 신문에 시를 발표했고, 그 후로도 여러 작품을 문학잡지에 발표했다. 1906년부터 『탄너 일가의 남매들』 『조수』 『벤야멘타 하인학교―야콥 폰 군텐 이야기』 등 대표작을 출간했는데, 그의 작품들은 프란츠 카프카, 로베르트 무질, 헤르만 헤세, 발터 벤야민에게 찬사를 받았다. 1913년 모국 스위스로 돌아와 호텔 다락방에서 7년을 머물며 산문집 『작은 문학』 『물의 나라』, 장편소설 『토볼트』 『테오도르』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고, 1925년 2월 마지막 책 『장미』를 출간했다. 고독과 불안, 망상으로 고통받던 그는 누나의 권유로 1929년 베른에 있는 발다우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입원 뒤에도 집필을 계속했으나 1933년 헤리자우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이송된 후에는 절필한 채 여생을 보내다 1956년 12월 25일 산책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생전에 작가로서의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일생을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로베르트 발저는 1970년대 그의 난해한 작품들에 대해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이 새롭게 이루어지면서 스위스에서 국민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독일 문학사의 불가해한 신화로 재탄생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W.G. 제발트, 페터 한트케, 마르틴 발저 등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작가로 로베르트 발저를 꼽았다.
1878년 스위스 빌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와 예비 김나지움을 다녔으나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그 이상의 교육은 받지 못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열네 살 때부터 베른 주립은행에서 견습생 생활을 했고, 이후 취리히, 베른,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뮌헨 등 스위스와 독일의 여러 도시들로 거처를 옮기며 엔지니어 조수, 은행원, 사서, 비서 등으로 일했다.

1898년 처음으로 지역 신문에 시를 발표했고, 그 후로도 여러 작품을 문학잡지에 발표했다. 1906년부터 『탄너 일가의 남매들』 『조수』 『벤야멘타 하인학교―야콥 폰 군텐 이야기』 등 대표작을 출간했는데, 그의 작품들은 프란츠 카프카, 로베르트 무질, 헤르만 헤세, 발터 벤야민에게 찬사를 받았다. 1913년 모국 스위스로 돌아와 호텔 다락방에서 7년을 머물며 산문집 『작은 문학』 『물의 나라』, 장편소설 『토볼트』 『테오도르』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고, 1925년 2월 마지막 책 『장미』를 출간했다. 고독과 불안, 망상으로 고통받던 그는 누나의 권유로 1929년 베른에 있는 발다우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입원 뒤에도 집필을 계속했으나 1933년 헤리자우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이송된 후에는 절필한 채 여생을 보내다 1956년 12월 25일 산책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생전에 작가로서의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일생을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로베르트 발저는 1970년대 그의 난해한 작품들에 대해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이 새롭게 이루어지면서 스위스에서 국민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독일 문학사의 불가해한 신화로 재탄생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W.G. 제발트, 페터 한트케, 마르틴 발저 등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작가로 로베르트 발저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