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제강점기를 형성한 미신들을 살펴본다. 일제강점기는 미신이라 불리는 믿음이 특히 자연스럽게 유통되고 소통되던 세계이기 때문이다. 기우 의례, 인육포식, 풍장, 구타 치료, 백백교… 이러한 믿음이 일제강점기를 형성한다. 도대체 왜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믿음을 지녔을까? 우리는 엉뚱하고 황당하고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믿음조차 없었다면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누리기 힘들었던 세계를 상상해야 한다. 그러한 믿음이라도 있어야만 유지될 수 있었던 세계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모든 평균적 가치를 침묵시키는 공포와 절망과 슬픔이, 현 세계를 부정하는 강력한 힘의 응결체가 이러한 믿음의 실체일 것이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신문기사, 경찰 기록, 재판 기록 등을 살펴 당대 도대체 무엇을 미신이라 비난하고 있는지 그 현장에 입회하여 보고자 한다. 날것의 자료를 통해 당대의 목소리로 상상하며 일종의 학문적인 ‘유리알 유희’를 하고자 한다. 지워진 믿음, 미신을 기록한 이 연대기를 통해 독자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얼마나 많은 믿음과 실천을 지우고, 얼마나 많은 종교를 삭제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탄생한 세계인지를 감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Contents
책을 내면서 005
1장 미신이란 무엇인가
(1) 집합표상: 생각 없는 사회 012
(2) 타부: 불안의 공동체 017
(3) 수페르스티티오: 가짜 지식 022
(4) 데이시다이모니아: 미신의 논리 026
(5) 미신과 유사종교 030
2장 기우제
(1) 집단 방뇨 042
(2) 암장 발굴 050
(3) 시장 이전 063
(4) 조룡 기우 068
(5) 종교의 총력전 073
3장 나병과 인육포식
(1) 손가락을 먹은 사람들 080
(2) 생식기를 먹은 사람들 088
(3) 간을 꺼내 먹은 사람들 097
(4) 사람을 잡아먹은 사람들 103
(5) 시체를 먹은 사람들 110
(6) 인육포식의 논리 118
(7) 당신들의 천국, 소록도 130
(8) 거세와 단종 145
4장 풍장: 나무에 매달린 시신
(1) 살과 피를 말리는 풍장 156
(2) 나무에 매달린 시체 164
(3) 풍장의 짧은 역사 176
(4) 풍장의 의미 185
(5) 종두규칙, 조선종두령, 종두제증 189
(6) 공동묘지의 기피 197
(7) 수장된 시신들 204
5장 복숭아나무와 일목삼신어
(1) 복숭아나무 살인 사건 212
(2) 정신병 치료와 신장대 222
(3) ‘동팔호’의 사람들 231
(4) 눈병과 일목삼신어 239
6장 백백교 연대기
(1) 백백도: 백백교의 모체 254
백백도 교주 전정운 / 거꾸로 된 사람: 전정운 신화 / 색마와 살인마가 된 교주 / 전정운의 가계도
(2) 백백도에서 백백교로 280
백백교 교주 전용해 / 비밀종교에서 공개종교로 / 백의 의미 / 백백교회 규칙 / 백백교의 주문 / 백백교의 말세론
(3) 1937년 이전의 백백교 304
백백교의 내분: 형제와 제자의 이합집산 / 1930년 김화 사건 / 1931년 가평 사건
(4) 1937년 백백교 사건 330
판도라의 상자 / 교주의 자살 / 피의자 명세서 / 암장 시신 발굴기 / 밀교주의 / 에로·그로 종교 / 1940년 재판 기록
(5) 백백교의 분파와 후예 391
전용석의 도화교 / 이희룡의 인천교 / 전용주의 신인천교 / 전명근과 인천교 재건 사건 / 인천교의 조선 독립 기도회 사건
7장 미신사교의 시대
(1) 사교의 탄생 414
(2) 백백교 탈교자의 두 얼굴 421
일본 천황을 모신 삼황선도교 / 일본 국민이기를 거부한 태극교
(3) 훔치교 전성시대 432
차경석의 보천교 / 훔치교의 시작 / 장발적의 종교 / 조천자 조철제: 무극대도교
(4) 꿈꾸는 공간 계룡산 457
계룡산 신도안 / 천도교와 시천교 / 상제교 전성시대
(5) 시간을 꿈꾸는 종교 474
이름 없는 종교: 선도교 / 당달봉사 강승태: 무극대도교 / 미륵불 손해주: 미륵교
(6) 서로 다른 세 개의 정도교 498
글자를 보는 종교: 각세도와 대각교 / 신천자 신태제: 여자 삭발의 정도교 / 자위 기구로 포교한 정도교 / 깃발의 구원론: 이순화의 정도교
(7) 유사종교, 사교, 순수종교 524
8장 미신과 근대 세계의 탄생 529
Author
이창익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세종대, 성신여대, 광주과학기술원, 아주대에서 강의했다. 한신대, 원광대, 한림대, 고려대에서 10년 동안 연구교수로 있었다. 지금은 한신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종교와 스포츠: 몸의 테크닉과 희생제의』, 『조선시대 달력의 변천과 세시의례』, 『죽음을 사색하는 시간』 등의 책을 썼고, 파스칼 보이어의 『종교, 설명하기: 종교적 사유의 진화론적 기원』과 데이비드 치데스터의 『구원과 자살: 짐 존스·인민사원·존스타운』을 번역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세종대, 성신여대, 광주과학기술원, 아주대에서 강의했다. 한신대, 원광대, 한림대, 고려대에서 10년 동안 연구교수로 있었다. 지금은 한신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종교와 스포츠: 몸의 테크닉과 희생제의』, 『조선시대 달력의 변천과 세시의례』, 『죽음을 사색하는 시간』 등의 책을 썼고, 파스칼 보이어의 『종교, 설명하기: 종교적 사유의 진화론적 기원』과 데이비드 치데스터의 『구원과 자살: 짐 존스·인민사원·존스타운』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