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없는 시대에 ‘마르크스식으로’ 건물 짓기는 가능할까?
그러려면 마르크스가 ‘무엇’을 말했는지보다 마르크스는 ‘어떻게’ 사유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마르크스의 사유 방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사유 체험,
암송하는 마르크스가 아니라 생각하는 마르크스,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가 우선이다.
마르크스의 저술은 처음부터 전체적인 조망 아래 기획된 완성된 프로젝트의 산물이 아니다. 마르크스가 끊임없는 자기비판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저술들은 서로 심한 단층이 존재하는 심지어 모순적인 것이고, 미완의 것이다. 처음부터 완성된 전체적인 시각이 있다고 전제하는 후학의 생각 자체가 무리한 것이다. 이음새를 찾아 맞춰나가면 하나의 말끔한 유기체가 구성되리라는 추단 자체도 마르크스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는 늘 변신하고, 항상 새로운 과제와 시련에 직면한다. 마르크스가 ‘무엇’을 말했는지만 암송하고 마르크스가 ‘어떻게’ 사유했는지를 모른다면,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자기 머리로, 자기 판단으로 변하는 현실에 대응할 수 있을까. 『논어』에 나오는 말처럼, “외우기만 하고 사유하지 않으면 꽉 막히고, 머리만 굴리고 학습하려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마르크스의 사유 방식이다. 책은 그를 위해 입론인 ‘마르크스와 더불어 생각하기’ 장에서 ‘왜 마르크스식으로 사유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그다음 ‘마르크스는 어떻게 자신의 사유 세계를 수립했는가’ 장에서는 『자본』에 이르기 이전의 저작들을 통해 인식론적 단절의 함의를 살핀다. 그리고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장은 『자본』에 입문할 때 도움이 되는 상세한 설계도이다. 책 중간의 깊이 읽기에 해당하는 두 개의 장 ‘숨겨진 자본주의 세계는 어떻게 드러나는가’와 ‘마르크스의 사유는 어떻게 확장되는가’는 마르크스가 수많은 난관을 ‘어떻게’ 돌파했는지를 다루면서 그의 사유 방식과 관계 설정 방법론을 여실히 보여준다.
앞의 ‘더불어 생각하기’가 마르크스의 어깨에 올라 앉아 마르크스가 걸어간 방향을 따라가면서 사유를 키워가는 과정이었다면, 두 깊이 읽기는 마르크스의 어깨에서 이제 내려와 그가 마무리하지 못한 영역으로 조금 들어가보는 작업이다. 마르크스가 제기했지만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데 난점이 있던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루고, ‘정치의 개조’라는 질문을 좀 더 근본적으로 살폈다. 여기서는 마르크스의 사유를 확장하려 한 두 지성, 발리바르와 알튀세르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문제 설정과 사유까지 함께 논의된다. 책 말미의 ‘인문, 마르크스에게 말걸기’ 장은 마르크스의 비판적 사유를 ‘인문’과 결합해 이해하려는 창구라 할 수 있다. 마르크스가 제기한 ‘해방’의 지평을 ‘윤리 비판’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면서 마르크스에게 어떤 논의가 부재한지를 다른 인문적 장과 비교해 이야기한다.
Contents
책머리에
마르크스와 더불어 생각하기
추상화할 수 있는 힘
분석, 세상을 부순 다음 다시 세우는 벽돌 쌓기
음표로 그려진 책 또는 벽돌로 지은 집
추상에서 구체로 진행해야 한다
물신숭배의 완성을 분석하기
세 가지 시간: 마르크스의 거울 1
마르크스는 왜 자신의 글을 계속 고쳐갔나
적어도 세 가지 시간이 있다
화폐: 마르크스의 거울 2
가치형태론에 등장한 거울
전지적 자리에 올라선 화폐
노동력: 거울이 아닌 적대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다니 이게 무슨 뜻일까?
생산력을 가진 존재가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이라니?
재생산: 자본과 노동의 비대칭성
자본주의를 자본주의이게 하는 핵심 기제
자본주의적 재생산은 자동적이지 않다
개인적 소유: 마르크스의 미래 전망
사적 소유와 사회적 소유를 넘어선 개인적 소유
『자본』에서 출구를 찾는 일
리듬을 읽는 눈
마르크스는 어떻게 자신의 사유 세계를 수립했는가
: 인식론적 단절의 계기로서 [포이어바흐 테제]
프랑스혁명의 철학으로서 헤겔이라는 계기
포이어바흐에 의한 청년헤겔파의 구원
돌파구로서 포이어바흐, 『헤겔 법철학 비판』
파리에서 실제 ‘노동’을 만나다, 『경제학-철학 수고』
포이어바흐 테제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과 철학: 테제 11
시민사회론을 부정하다: 테제 9, 테제 10
실천의 유물론: 테제 5, 테제 8
관계의 존재론: 테제 1
저기 저쪽에서 여기 이쪽으로: 테제 7, 테제 4
‘사회적 관계들의 앙상블’: 테제 6
칸트 대 헤겔, 『독일 이데올로기』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자본』을 이해하려면
‘(정치)경제학 비판’은 어떻게 다른가
개념적 구성물로서 『자본』을 본다
『자본』 집필 계획의 변경
『자본 Ⅰ』의 독해
시작의 어려움, 가치형태론
노동력 상품과 자본주의의 편향적 기술 진보(또는 불변자본 편향적 축적)
『자본 Ⅱ』?『자본 Ⅲ』의 독해
『자본 Ⅱ』와 자본주의 회계 제도
『자본 Ⅱ』에서 심화하는 정치경제학 비판
『자본 Ⅲ』과 이윤율의 ‘자본주의적 성격’
『자본 Ⅲ』에서 자본주의 신비화의 완성
노동-거울
숨겨진 자본주의 세계는 어떻게 드러나는가
: 마르크스와 사회적인 것
경제학 비판과 사회적인 것의 갈래
사회적 관계의 존재론
중단된 기획으로서 소유의 문제 설정
소유론 차원에서의 단절과 연속
『자본』에서 소유의 문제 설정
푸코와 통치성: ‘자연화’의 질문
정치경제학 비판과 사회적인 것의 삼중 공간
교환의 세 층위 또는 세 공간
사회적인 것은 물신숭배의 영역에서만 확인된다
사회성의 전도: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 사회성을 대변한다
재생산의 ‘자연성’ 또는 재생산의 위기
‘자연성’으로 재생산이 문제없이 지속될 수 있을까
물신숭배적 구조의 재생산
사회적인 것의 또 다른 공간, ‘사회적인 것 2’
사회적인 것 1과 사회적인 것 2: das Gesellschaftliche와 das Soziale
사회적인 것 2에서 전개되는 ‘정치’
마르크스의 사유는 어떻게 확장되는가
: 발리바르와 ‘정치의 개조’
왜 발리바르인가?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위기까지
어떻게 정치의 종언으로 귀결되지 않을 수 있을까
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를 넘어
어떻게 동일화와 개인의 특이성이 동시에 제기될 수 있을까
프로이트
마르크스
스피노자
세계화라는 정세 조건
자본-노동 변증법이 마치 작동하지 않는 듯한 상황
정치의 개조 1: 인권의 정치
차이와 특이성에 기초한 정치는 어떻게 가능할까
정치의 개조 2: 시빌리테의 정치
탈동일화/동일화의 운동
마르크스의 난점과 공백을 어떻게 넘어서는가
: 과잉결정과 이데올로기
모순과 과잉결정
왜 과잉결정 개념이 제기되었는가
‘모순의 존재 조건이 모순 내부에 반영된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모순은 역사적 모순이다
이데올로기
실천으로서 이데올로기의 긍정성
‘이데올로기는 개인을 주체로 생산하다’
라캉의 상징계와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호명은 기능주의인가? 이데올로기의 바깥은 없는가?
자본-역사
인문, 마르크스에게 말걸기
인문
내가 타인의 해방을 위한 조건
나 자신, 타인, 구조
‘자기 스스로’라는 지점
스승과 부끄러움
마르크스
마르크스, 불귀의 점
마르크스의 질문들
정치경제 비판과 이데올로기 비판
텍스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윤리
타인과의 관계
분노를 넘어서는 윤리
억압받는 자의 위엄
윤리 비판
비움이 쓸모가 된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행하려는 사람’
인간관계의 윤리
‘기여자起予者’
바리케이드 위에 서기
역사의 천사
벼랑에 서기가 아닌, 벼랑이 되기
참고 문헌
주요 개념어 찾아보기
Author
백승욱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중국의 ‘단위체제’와 노동정책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빙엄튼 대학 페르낭브로델 센터 방문연구원, 한신대 중국지역학과 교수, 서섹스대학 글로벌정치경제연구센터 방문연구원,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 비판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대 중국 사회의 변동, 세계체계 분석,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생각하는 마르크스>, <중국문화대혁명과 정치의 아포리아>, <자본주의 역사강의>, <세계화의 경계에 선 중국> 등이 있고, 역서로 <장기 20세기>, <우리가 아는 세계의 종언> 등이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중국의 ‘단위체제’와 노동정책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빙엄튼 대학 페르낭브로델 센터 방문연구원, 한신대 중국지역학과 교수, 서섹스대학 글로벌정치경제연구센터 방문연구원,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 비판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대 중국 사회의 변동, 세계체계 분석,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생각하는 마르크스>, <중국문화대혁명과 정치의 아포리아>, <자본주의 역사강의>, <세계화의 경계에 선 중국> 등이 있고, 역서로 <장기 20세기>, <우리가 아는 세계의 종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