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자연을 개발해 왔습니다.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터널을 뚫고 땅을 파고 뒤엎어 도로를 놓고 건물을 지었지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 생활은 전보다 편리해졌지만 자연은 점차 망가지고 있습니다. 생태계가 무너지고 이상기온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이 보내는 일종의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자연을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책고래마을 시리즈 아홉 번째 그림책 『강변 살자』는 무분별한 개발로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여강(驪江)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강은 여주 사람들이 남한강을 부르는 이름이에요. 여강의 한 마을, 주인공 아이는 강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친구들과 강변에 모여 물놀이를 하고, 가을이면 아빠와 금빛 갈대밭을 거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낯선 사람들이 나타나 강을 살린다며 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강은 점점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눈부시게 빛나던 모래사장도, 물고기도 사라졌지요.
2009년 시작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여강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강천보가 건설되고 자전거 도로가 생겼습니다. 한강문화관이라는 체험시설도 만들어졌어요. 예전 여강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은 ‘보기 좋아졌다’, ‘살기 좋아졌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여강은 자연미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유속이 느려지면서 수질이 악화되고 녹조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자연에 끼친 해로움이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돌아온다는 것도 말이지요. 《강변 살자》는 자연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박찬희 작가의 담담한 글과 정림 작가의 서정적인 그림이 만나 여강에 일어난 일이 더욱 묵직하게 가슴을 두드리지요.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며 우리를 둘러싼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