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어집(術語集)]은 야마구치 마사오, 하스미 시게히코, 가라타니 고진 등과 함께 20세기 후반 일본 사상계를 대표하는 나카무라 유지로의 가장 대중적인 저서이다. [술어집]은 인문서로는 이례적으로 1984년 초판 이래 30만 부 이상의 누적 판매를 기록해 일본에서 인문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현대철학의 핵심 주제인 언어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해서 근대 이성에 기반한 지식을 넘어선 현대의 새로운 지식 체계를 모색하고 있는 이 책은 서술의 대상이 난해할 수밖에 없음에도 저자가 철학 용어의 단순한 정의를 넘어 술어라는 관점에서 말의 동적인 성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에세이 형식으로 기술한 현대 철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데카르트부터 칸트에 이르기까지의 이성을 중심으로 한 서양 근대 철학은 과학과 계몽주의의 성과와 더불어 근대적 합리주의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성 중심주의는 차별과 배제의 시스템이기도 했으며 그것을 정식화한 것은 니체를 비롯해서 푸코, 들뢰즈, 데리다 등의 사상가들이었다. 철학 바깥의 영역에서는 소쉬르의 언어학과 레비스트로스가 길을 열었던 인류학 분야의 연구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물리학, 우주론 등의 현대 과학의 성과 역시 서구 근대적 이성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저자 나카야마 유지로는 이러한 현대 철학의 거시적 관점을 제시한 뒤 각각의 술어들이 어떠한 문제의식을 수반하면서 등장했는지 그 배경을 간략하면서도 요령 있게 서술해 나간다. 현대는 지식의 재편,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로 규정된다. 과거의 역사에서 볼 수 있는 이데올로기 변화나 시대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현대는 좀 더 기초에 있는 근본적인 것, 우리의 사고나 느낌의 전제가 되는 틀이나 지평 자체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
그러한 변화는 어디에서 드러나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언어에서 비롯된다. 현대 철학은 그런 의미에서 언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이자 재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는 완성된 개념이나 사고를 그저 표현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개념의 모태이자 사고의 지평이다. 그리고 나아가 인간을 총체적으로 표현하고 세계의 근원적 구조와 관련된 것이다. 언어는 그런 맥락에서 현대 철학의 커다란 주제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철학은 개념의 형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발전해 왔지만 현대 철학이 철학의 영역 안으로 포함시킨 것은 대중문화, 신화, 인류학, 문학, 민속학, 과학 등 실로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고찰을 통해 철학 언어 역시 개념적 의미를 뛰어넘어 감각과 이미지와 문화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 나간다.
[술어집]에 포함된 40개의 단어는 현대 철학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들이다. 현대 철학의 성과에 대해서 박제화된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서 언어의 컨텍스트 속에서 술어들의 의미를 길어올리고 있다. 현대 철학의 모험을 탐색하려 하는 독자들에게, 그리고 현대 철학의 복잡하고 난해한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독자들에게 이 책만큼 유용한 길잡이의 역할을 하는 책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Contents
서문 지식의 방법으로서의 술어
1. 아이덴티티
2. 놀이
3. 유비
4. 암묵적 지식
5. 이상(異常)
6. 에로스
7. 엔트로피
8. 가면
9. 기호
10. 광기
11. 공동주관
12. 극장국가
13. 교환
14. 구조론
15. 코스몰러지
16. 아동
17. 코먼센스
18. 차이
19. 여성 원리
20. 신체
21. 신화
22. 희생양
23. 제도
24. 성스러운 것
25. 이중구속
26. 통과의례
27. 어릿광대
28. 도시
29. 토포스
30. 파토스
31. 퍼포먼스
32. 패러다임
33. 프락시스
34. 분열병
35. 변증법 법
36. 폭력
37. 병
38. 임상 지식
39. 레토릭
40. 로고스중심주의
참고문헌
후기
인명 색인.용어 색인
Author
나카무라 유지로,송태욱
20세기 후반 일본의 현대사상 담론의 중심에 있던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도쿄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메이지대학교 법학부 교수로 오랫동안 있었다. 서양철학을 기반으로 해서 일본 문화와 언어, 과학, 예술 등을 조명한 많은 저서를 남겼다. 주요 저작이 이와나미쇼텐에서 2차에 걸쳐 펴낸 <나카무라 유지로 저작집>(전20권)으로 정리되어 있다. 야마구치 마사오, 하스미 시게히코, 가라타니 고진 등과 함께 1970년대 독보적인 활약상을 보인 학술지 <현대사상>의 주요 필진이었으며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오에 겐자부로, 다케미쓰 토루, 오카 마코토 등과 학술지 <헤르메스>의 편집 동인으로 활약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오감의 통합 양식’인 sensus communis에 기반한 공통감각론을 주장해 상식common sense에 근거한 이성적 지식을 넘어서 신체, 공통감각에 기반한 실천적 지식의 모색을 통해 근대적 의미의 지의 해체를 시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많은 글들은 일본의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고 시험 문제로도 자주 출제되고 있다. 저서로 『현대정념론』 『언어, 이성, 광기』 『지의 변모』 『공통감각론』 『정신의 토포스』 『체호프의 세계』 『마녀 란다 고考』 『미시마의 그림자』 『임상지란 무엇인가』 『술어집』 『형태의 오디세이』, 『악의 철학노트』 등이 있다.
20세기 후반 일본의 현대사상 담론의 중심에 있던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도쿄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메이지대학교 법학부 교수로 오랫동안 있었다. 서양철학을 기반으로 해서 일본 문화와 언어, 과학, 예술 등을 조명한 많은 저서를 남겼다. 주요 저작이 이와나미쇼텐에서 2차에 걸쳐 펴낸 <나카무라 유지로 저작집>(전20권)으로 정리되어 있다. 야마구치 마사오, 하스미 시게히코, 가라타니 고진 등과 함께 1970년대 독보적인 활약상을 보인 학술지 <현대사상>의 주요 필진이었으며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오에 겐자부로, 다케미쓰 토루, 오카 마코토 등과 학술지 <헤르메스>의 편집 동인으로 활약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오감의 통합 양식’인 sensus communis에 기반한 공통감각론을 주장해 상식common sense에 근거한 이성적 지식을 넘어서 신체, 공통감각에 기반한 실천적 지식의 모색을 통해 근대적 의미의 지의 해체를 시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많은 글들은 일본의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고 시험 문제로도 자주 출제되고 있다. 저서로 『현대정념론』 『언어, 이성, 광기』 『지의 변모』 『공통감각론』 『정신의 토포스』 『체호프의 세계』 『마녀 란다 고考』 『미시마의 그림자』 『임상지란 무엇인가』 『술어집』 『형태의 오디세이』, 『악의 철학노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