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매체, 그리고 도서관

고대 신화는 문화를 잉태하고, 그 기반 위에서 문명이 창출되었다. 문화의 가장 광범위한 정리가 문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명이 출현하려면 3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문자, 도시, 청동기가 그것이며, 문자가 선행조건이다. 문자가 존재해야 문화와 문명을 기록할 수 있다. 문자 발명은 필연적으로 기록매체 개발과 변용을 수반한다. 그리고 문자와 매체가 조합된 집합적 기억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잉태한다. 환언하면 도서관의 모태는 신화다. 그 기반 위에 창출된 문화와 문명의 속살을 문자로 남긴 것이 점토판, 파피루스, 양피지, 죽간목독, 종이 등 기록매체며, 그들의 흔적과 기억이 내장된 지적 공간이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기호학의 총체이자 지식문명의 코드다. 그 문양과 속살인 문자와 매체는 인류의 문화 유전자에 대한 기호인 동시에 축적과 기억의 장치다. 선사(先史)와 역사(歷史)를 구분하는 잣대다. 해서 도서관은 인류 문명사, 6000년의 기억세계가 응축된 서사시인 동시에 방대한 파노라마다. 문자가 문명의 초석이고 기록매체가 문명의 기둥이라면 도서관은 문명과 역사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