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마음을 적시는 아포리즘(aphorism)이 허다하다. 말하는 이의 체험이 깊을수록 아포리즘은 간결해지고, 보는 이들은 강력하게 감화된다. 그런데 체험의 깊이를 말할 때, 2500년 불교의 선적(禪的) 경지를 빼놓을 수 없다. 몰아(沒我)와 망언(忘言)의 경지에서 나온, 일상의 언어를 훌쩍 뛰어넘은 언설(言說)들, 절제된 그러나 폭포수처럼 흘러넘치는 말, 말, 말…. 어쩌면 불합리한 일이지만 불립문자(不立文字)의 틈을 비집고 나온 선적(禪的) 언어들은 세월을 넘어 쌓이고 쌓이면서, 생소한 경지를 열어젖힌다.
깊은 숲, 고적한 산사(山寺)로부터 발원한 그 선적 언어들 가운데 주옥이라 할 82개 문장을, 멀리 조선 중기의 선사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이 뽑았다. 82개의 원문에 시(송)와 산문(주해·평)으로 해설을 달았고, 그게 선사들이 애독, 애송하는 『선가귀감(禪家龜鑑)』이다.
평안도 묘향산에 오래 기거해 서산(西山)으로도 불리는 휴정은 유·불·선에 능하고, 선(禪)과 교(敎)에 두루 능통한 이였다. 그는 또 어떤 말이 사람의 어두운 마음을 밝히는지 잘 아는, 텍스트에 대한 예민한 감식가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축적된 팔만 경전의 바다에서 그가 건져 올린 원문들, 그리고 그가 시와 산문으로 붙인 해설이 현대인의 마음까지 관통하는 궁극의 아포리즘이 되는 이유이다.
Contents
서(序)
1. 한 물건
2. 깨달음의 유전자
3. 다르마
4. 속박과 장애를 벗어나
5. 말없이 말 없는 데 이르고
6. 문자 밖 선의 속뜻
7. 홀로 앉으니 풀잎이 푸르구나
8. 단번에 확! 트인 그 자리
9. 생각의 자취가 끊긴 곳
10. 뜰 앞의 잣나무
11. 단박에 깨닫고 점점 닦아가는
12. 살아 있는 말, 죽어 있는 말
13. 공안은 무엇인가
14. 크게 의심하는 마음
15. 개와 깨달음
16. 화두 드는 법
17. 조사관문을 뚫어라
18.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
19. 자연의 대칭성 가운데 서 있으라
20. 이성적 원리
21. 선은 반야다
22. 어느 생에 건널 것인가
23. 초월 이후
24. 한 생각이 탁! 터져야
25. 눈 밝은 스승에게 점검을
26. 단박에 깨닫는다
27. 굽히지도 말고, 잘난 체도 말고
28. 올바른 행위와 진실한 실천
29. 깨달아도 내가 성인이란 생각이 없다
30. 본래 갖춰진 마음을 더럽히지 말라
31. 성문 연각과 대열반
32. 생각을 비우면 사물이 나타난다
33. 고요하게 빈 그 자리
34. 환상을 버리면 깨달음
35. 구분 짓지 말라, 생사와 니르바나를
36. 니르바나에 이를 것도 없다
37. 깨달음 이후
38. 모래로 밥을 짓겠는가
39. 계율을 한번 깨뜨리면 온갖 허물이
40. 계율을 부처 모시듯
41. 욕망을 끊어라
42. 선정의 힘
43. 마음의 본성은 밝고 명석하다
44. 속박에서 벗어나는 일
45. 사물의 상태 그대로가 니르바나
46. 한 몸처럼 생각하라
47. 감정도 생각도 갖지 말라
48. 참는 게 수행의 근본
49. 헛된 생각 말라
50. 다라니를 외우라
51. 나의 참된 본성에 예배하라
52. 바로 이 자리가 극락정토
53. 뱃속의 다이아몬드
54. 팔만대장경을 다 읽어도
55. 으스대지 말라
56.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57. 하늘을 찌를 대장부로다
58. 고통의 불덩어리
59. 얼음덩어리로 깎은 예술품
60. ‘갑질’ 일삼는 자들을 혼쭐내라
61. 부처를 파는 도적들
62. 베풂 받는 것을 헛되이 여기지 말라
63. 눈앞 즐거움이 죽은 뒤의 고통
64. 신도들의 베풂을 가벼이 받지 말라
65. 독약 받듯, 화살 받듯
66. 숫돌의 희생
67. 정신을 바짝 차려 분발하라
68. 대중생활 청결 규례
69. 마음은 머물지 않는다
70. 거리낌이 없다
71. 마음도 대상도 끊어라
72. ‘나 자신’이란 생각조차 버려라
73. 내 마음이 실재다
74. 지혜로 번쩍이는 칼을 가져라
75. 있는 그대로의 모습
76. 뛰어난 선 수행자의 병
77. 가르침 없음을 소중히 여겨라
78. 마음에서 마음으로
79. 선종의 다섯 갈래
80. 임제 할과 덕산 방
81. 바람 없어도 물결은 일고
82. 아는 것을 뽐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