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b에서 ‘b판고전’ 시리즈 12권으로 미키 기요시(三木淸, 1897~1945)의 첫 저작 『파스칼의 인간 연구(パスカルに於ける人間の硏究)』(1926)가 문학평론가 윤인로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악마와의 도당’이라는 이름으로,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시기 내각 국책연구기관 ‘쇼와연구회’의 중심 멤버로, 또한 ‘동아협동체론의 이데올로그’로 평균화된 채 인지되고 있는 저자가 마르부르크에서의 유학을 마친 청년기에 파리의 하숙집에서 쓴 이 책의 논고들은 니체, 키르케고르, 도스토옙스키 등에 대한 독서 편력 속에서, ‘파스칼의 신’을 인간 존재의 본원적 조건으로서의 ‘공포’와 ‘결단’의 발원지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저자는 1930년대 초반 일본에서의 ‘불안의 철학’을 중심으로 한 논쟁의 중심에 섰던 것, 그 동력이자 산물로서 『셰스토프 선집』을 편집했던 것, 그런 불안의 철학과 문학이 일본에서 유행하기 위해 선행해야 했던 마르크스주의를 재독해하면서 마르크스?엥겔스의 『독일 이데올로기』를 번역했던 것, 나아가 그의 미완성 프로젝트 『구상력의 논리』(1937~1943) 속 ‘신화 비판’이 제국의 질서를 위해 삶을 질료화하는 신화적 통치술로서의 ‘신의 입장’에 대한 비판으로 전개되었던 것, 그런 비판이 동시에 제국 일본의 정치적 결단 및 그 정당성의 정립과 접촉하는 아포리아의 장소가 되고 있었던 것, 그것들의 원형질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 이 책 『파스칼의 인간 연구』이다.
이 소개글을 압축하는 미키의 문장들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의 질서는 다른 질서에 대해 초월적이다. 거기서는 단지 ‘이것이냐-저것이냐’의 최후결단적인 태도, 자기 전체의 존재를 통한 비약만이 의미를 지닐 뿐이다. 이 진리를 경험할 때 인간은 공포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Contents
서문_7
제1장 인간의 분석_13
제2장 내기_55
제3장 사랑의 정념에 관한 언설_87
제4장 세 가지 질서_119
제5장 방법_151
제6장 종교에서의 생의 해석_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