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자 소설가인 수현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그의 팬 유진과 함께 살게 되면서 서로를 겪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만화는 ‘일상 혹은 드라마’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하양지 만화가 특유의 작품입니다. 두 사람이 스쳐 나누는 사소한 대화에 극적인 의미가 담겨 있고, 드라마틱한 사건에도 사려깊은 유머와 각자에 대한 이해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부분부분 인용되는 수현의 소설 『이상한 복식의 남학교』나, 유진이 상상하는 ‘모리샤와 울프’의 이야기처럼 작품 속 작품도 그들을 살펴보는 흥미로운 단서가 됩니다.
상대에 대한 환상이 90% 사라진 사이에 생활과 마음이 쌓여 환상만으론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수현은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지, 그 공백의 시간이 무엇으로 채워지는지, 유진의 마음은 어디로 흐를지 알 것 같으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