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의 예나는 온통 고민에 휩싸여 있다. 납작한 가슴은 자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연애도 뜻대로 되지 않으며 하나뿐인 절친은 등을 돌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암으로 투병 중이다. 계획하고 꿈꾸었던 삶이 한꺼번에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다. 모든 것이 절망적인 상태에서 예나의 마음은 엉뚱한 데로 향한다. 학교에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존재였던 예나가 파티에 드나들면서 방황하는 십대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루하루 생기를 잃어가는 엄마 대신 고지식하기 이를 데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동거, 예나는 사춘기의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더더욱 알 수 없게 된다. 어른들의 눈에 문제아로 찍힌 울리와 어울리면서 예나는 현실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 용감하게 맞서는 쪽은 울리였다. 울리를 통해 예나는 새로운 현실을 만나면서 고통을 헤쳐나가는 법을 터득해간다.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해야만 하는 순간 삶은 또 다른 인연과 희망을 선사해준다는 것을 배운다. 결국 납작한 가슴은 자라게 되어 있고 고통 속에서도 종종 행복의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예나의 시는 이렇게 변해간다. 누군가는 떠나도 나의 삶은 계속되리라고. 슬픔을 대신해 사랑하는 사람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