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내리는 서리처럼 냉철한 대화술 ! 제자들의 질문에 친절한 답변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면서 깊이 되새기게 하는 통찰력 !
맹자의 인물됨은 『맹자』를 읽어보면 저절로 알 수 있다. 날카로운 판단력과 능숙한 화술이 독자를 매료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억지스러울 만큼 자기의 이론을 굽힐 줄 모르는 고지식함도 보인다. 『맹자』를 보면, 당시 군주들이 맹자와 대화를 하면서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맹자의 화술은 중국 역대 문장가 가운데서도 가장 탁월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논어』가 짧은 명구 형식으로 구성되었다면, 『맹자』는 대화체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확연하게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또한 공자의 인품이 봄에 부는 순풍 같다면 맹자의 인품은 가을에 내리는 서리처럼 냉철하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맹자의 중요한 사상들, 예컨대 왕도(王道)와 성선(性善)과 부동심(不動心)과 호연지기(浩然之氣)와 사단(四端)과 성즉리(性卽理)의 성리학 체계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역사소설처럼 쉽게 읽히게 한다.
이러한 사실은 “대화체”라는 형식이 옛글을 읽는다는 지루함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주고받는 말들을 음미하다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다. 특히 플라톤의 저술,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든, 향연과 같은 그리스 고전을 보면, 그들도 하나같이 추구하는 목표를 행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목적하는 곳에 이르는 것을 보는데, 이 『맹자』에서도 그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독자는 플라톤의 저술과 비교하며 읽으면 동서양 철학의 진면목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