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는 인류가 이루어 낸 동서 문명의 축이다. 경주에서부터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지나 터키의 이스탄불과 로마까지 연결하면 장장 1만 4천km에 달한다. 실크로드란 원래 중국 비단의 유럽 수출 통로에서 비롯되었으나, 그 개념이 확대되어 지금은 문명교류의 상징어가 되었다. 실제로 이 길을 따라 비단이 오고 간 것은 역사상 짧은 기간이었을 뿐, 오히려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문물이 오랫동안 교류를 해 온 통로였다. 실제로 실크로드는 문명의 생산과 창조 공간이기도 했다. 그 가장 뚜렷한 예가 바로 불교와 이슬람교가 이 길을 따라 동서남북으로 전파되어 세계적인 종교가 된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각 지역의 토착종교 혹은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하여 조로아스터교나 기독교까지 합종(合綜)을 이루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종교가 오랜 역사적 지리적 환경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오며 ‘하나’로써만 존재하지 아니 하고 혼합주의(syncretism)의 형태로 드러나는 까닭이다.
수피즘은 이러한 환경에서 태어난 신비주의 종교이다. 따라서 수피즘은 실크로드를 읽는 대표적인 문화코드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이슬람이 등장한 후에 본격적으로 분파를 형성하고 그 성격도 다듬어지는 과정을 거쳤다. 다시 말해, 그것은 단순히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실체의 틀 속에서 교리적 논쟁만을 거쳐 탄생한 논리가 아니다. 오히려 이슬람 이전의 여러 토착종교가 가지고 있던 신비주의적 접신술이나 의례 등과도 적극적으로 혼합된 결과물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Contents
제1장 신앙과 종교의 긴장관계로서 수피즘 / 1 김 중 순
제2장 셀주크 투르크 시대 수피즘의 탄생과 메블라나 잘랄레딘 루미 / 37 이 희 수
제3장 중앙아시아의 수피즘 / 67 김 중 순
제4장 동남아의 수피즘 / 97 오 명 석
제5장 페르시아의 수피즘 / 147 신 규 섭
제6장 실크로드로부터 세상을 밝힌 수피: 메블라나 / 185 압두르라흐만 쉔
필자약력 /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