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지博物志는 ‘동물, 식물, 광물, 지질 따위의 사물이나 현상을 종합적으로 기록한 책’이란 뜻이다. 비록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동물지Historia Animalium』가 박물지 성격을 띤 원형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플리니우스의 『박물지』가 ‘박물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최초의 저작이다. 플리니우스의 저작 이외에도 중국 서진西晉의 문장가이자 시인인 장화張華가 엮은 『박물지博物志』(전 10권), 프랑스의 박물학자 뷔퐁Georges-Louis Leclerc de Buffon의 『왕실박물관의 해설을 통한 박물지, 총론 및 각론Histoire Naturelle, generale et particuliere, avec la description du Cabinet du Roi』(전 44권)이 ‘박물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플리니우스의 저작들 중 지금까지 유일하게 전해지는 『박물지』(전 37권)는 그의 마지막 저작이며, 현재까지 남아 있는 로마 시대의 방대한 단일 저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대의 지식을 총망라하고 있는 이 저작의 주제 영역은 오늘날 자연사natural history로 이해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몇 년 후 베스파시아누스에 이어 로마의 황제가 될 티투스에게 헌정한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플리니우스는 문학적 형태로 자연 세계를 재창조하고자 했으며 각 항목을 독립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자연 전체의 한 부분으로 서술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관심사가 ‘자연 풍경에서의 인간 삶’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자연의 구성 요소들을 그 자체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에서의 역할에 대한 관점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다루는 범위는 백과사전식이지만, 구조는 현대의 백과사전과는 다르다. 더구나 『박물지』에 수록된 온갖 기이한 이야기와 로마의 경계 너머에 사는 다양한 인종에 관한 이야기는 로마 제국의 지리적 경계를 설정함과 동시에 온갖 인종과 자원이 모여드는 곳은 결국 로마라는 점을 보여 줌으로써 로마 중심적인 세계관과 정치 질서를 은연중에 전제하고 있다.
Contents
긴이의 말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는 어떤 책인가
머리말 플리니우스와 『박물지』에 대하여
헌정사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가 친구 티투스 베스파시아누스에게
제1부 지구와 원소에 대한 설명
1장_ 지구의 특성과 형태│2장_ 신│3장_ 세계의 크기│4장_ 갑자기 나타나는 별들 또는 혜성│5장_ 별에 관한 힙파르코스의 학설│6장_ 카스토르와 폴룩스라는 이름의 별│ 7장_ 천둥과 번개│8장_ 땅의 속성│9장_ 이탈리아│10장_ 휘페르보레이족│11장_ 브리타니아│12장_ 아틀라스산│13장 타프로바나섬
제2부 인간의 탄생과 구조
1장_ 인간│2장_ 여러 민족의 놀라운 관습들│3장_ 비범한 힘을 가진 장사들│4장_ 비범한 민첩함과 예민한 시각의 사례들│5장_ 정신력과 용기│6장_ 놀라운 재능과 지혜를 가진 사람들
제3부 육상동물
1장_ 코끼리의 능력│2장_ 코끼리 전투│3장_ 코끼리 사냥법│4장_ 코끼리의 나이와 여러 특징│5장_ 사자│6장_ 사자의 놀라운 재주│7장_ 표범과 호랑이│8장_ 낙타│9장_ 코뿔소와 크로코타│10장_ 눈으로 사냥하는 에티오피아의 야수들│11장_ 늑대와 파충류│12장_ 악어와 하마│13장_ 동물들이 알려 주는 위험의 전조│14장_ 하이에나│15장_ 사슴│16장_ 카멜레온│17장_ 곰과 그 새끼│18장_ 고슴도치│19장_ 멧돼지│20장_ 원숭이
제4부 가축
1장_ 개(주인에 대한 충성의 사례들)│2장_ 말│3장_ 소│4장_ 이집트의 아피스│5장_ 양과 양모│6장_ 양모로 만든 다양한 옷감│7장_ 염소
제5부 수생동물
1장_ 거대 동물들이 바다에 사는 이유│2장_ 트리톤과 네레이드의 모습을 띤 것들│3장_ 대왕고래와 범고래│4장_ 돌고래│5장_ 다양한 종류의 거북│6장_ 수생동물의 종류│7장_ 식용으로 적합한 물고기│8장_ 특이한 물고기들│9장_ 피 없는 물고기들│10장_ 다양한 종류의 갑각류│11장_ 진주│12장_ 자줏빛고둥│13장_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함께 지닌 제3의 생명체│14장_ 상어│15장_ 굴 양식장과 양어장│16장_ 민물고기│17장_ 능성어 잡는 법│18장_ 빨판상어와 전기가오리│19장_ 물고기의 본능과 특성│20장_ 산호│21장_ 다양한 종류의 굴
제6부 조류
1장_ 타조│2장_ 불사조│3장_ 독수리│4장_ 큰독수리와 매│5장_ 까마귀와 큰까마귀 그리고 부엉이│6장_ 마르스 딱따구리│7장_ 공작과 수탉│8장_ 거위│9장_ 두루미│10장_ 황새와 백조│11장_ 로마를 찾아오는 철새들│12장_ 제비│13장_ 겨울에 로마를 떠나는 철새들│14장_ 나이팅게일│15장_ 호반새 그리고 항해하기 좋은 ‘호반새의 날’│16장_ 둥지를 지을 때 나타나는 새들의 본능적 지혜│17장_ 검은방울새와 자고새│18장_ 비둘기│19장_ 새들의 다양한 비행과 이동방식│20장_ 기이하고 멋진 새들│21장_ 사육용 새장(가둬 키우는 날짐승들)│22장_ 동물들의 특성
제7부 곤충류
1장_ 지극히 미미한 존재│2장_ 곤충의 호흡과 혈액│3장_ 벌│4장_ 벌이 일하는 방식│5장_ 벌들의 관리 방식│6장_ 말벌과 호박벌│7장_ 누에│8장_ 거미│9장_ 메뚜기│10장_ 개미
제8부 금속
1장_ 금│2장_ 금반지의 기원│3장_ 금화│4장_ 은│5장_ 은거울과 은그릇│6장_ 엄청난 재산을 가진 사람들│7장_ 사치스러운 은접시│8장_ 청동│9장_ 청동상│10장_ 로마의 유명한 거상(巨像)들│11장_ 가장 유명한 청동 작품과 그것을 만든 장인들│12장_ 철│13장_ 회화와 물감에 관한 설명│14장_ 초기의 화가들│15장_ 붓의 화가들│16장_ 다양한 그림들│17장_ 모델링 기법의 창안자들│18장_ 도예 작품│19장_ 조각│20장_ 오벨리스크
맺음말 이탈리아
부록 『박물지』에서 유래한 판타지와 게임 속 상상 동물
Author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서경주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Gaius Plinius Secundus(23~79)는 로마인이 알프스 이남의 갈리아라고 부르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코모Como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보냈지만, 열여섯 살이 되던 해 로마로 가서 이집트 문법학자인 아피온의 문하에 들어갔다. 그는 아프리카, 이집트, 그리스 등을 여행하며 헤로도토스 같은 유명한 여행가가 되었으며, 스물세 살 때 게르마니아로 파견되어 폼포니우스 세쿤두스 휘하에서 군 복무를 하며 그의 총애를 받아 기병대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스물여덟 살이 되었을 때 로마로 돌아와 법률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갈망이 걷잡을 수 없이 강해져서 법률 공부를 그만두고, 그가 잘 아는 폼포니우스의 생애와 게르마니아 전쟁의 역사를 저술하는 데 착수했다. 그가 쓴 『게르마니아 전쟁사Bella Germaniae』는 모두 20권이었는데 현재 한 권도 전하지 않는다. 네로 황제 치하에서 플리니우스는 히스파니아(에스파냐) 동남부 해안 근처의 행정장관이자 징세관에 임명되었다. 그가 그곳에서 근무하던 70년, 매제 루키우스 카이킬루스 킬로는 나중에 『서한집Epistulae』의 저자이자 법률가로 명성을 떨친 열 살 된 아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해 플리니우스는 임지에서 돌아오자마자 조카를 입양했다. 우리가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조카(그를 소플리니우스로 부르기도 한다) 덕분이다.
플리니우스는 베수비오 화산이 마주보이는 항구 미세눔(지금의 미세노)의 해군기지 사령관으로 근무하던 중 79년 8월 24일과 25일에 걸친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실종되었거나 조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화산 폭발로 헤르쿨라네움과 폼페이 그리고 오플론티스가 쑥대밭이 되었기 때문에 근처 스타비아이에 머물고 있던 그도 화산 연기에 질식사했다는 설이 있고, 19세기 미국의 의사이자 식물학자인 제이컵 비글로Jacob Bigelow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 후 20세기 폼페이에서 발견된 유골 중에 플리니우스의 유골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Gaius Plinius Secundus(23~79)는 로마인이 알프스 이남의 갈리아라고 부르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코모Como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보냈지만, 열여섯 살이 되던 해 로마로 가서 이집트 문법학자인 아피온의 문하에 들어갔다. 그는 아프리카, 이집트, 그리스 등을 여행하며 헤로도토스 같은 유명한 여행가가 되었으며, 스물세 살 때 게르마니아로 파견되어 폼포니우스 세쿤두스 휘하에서 군 복무를 하며 그의 총애를 받아 기병대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스물여덟 살이 되었을 때 로마로 돌아와 법률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갈망이 걷잡을 수 없이 강해져서 법률 공부를 그만두고, 그가 잘 아는 폼포니우스의 생애와 게르마니아 전쟁의 역사를 저술하는 데 착수했다. 그가 쓴 『게르마니아 전쟁사Bella Germaniae』는 모두 20권이었는데 현재 한 권도 전하지 않는다. 네로 황제 치하에서 플리니우스는 히스파니아(에스파냐) 동남부 해안 근처의 행정장관이자 징세관에 임명되었다. 그가 그곳에서 근무하던 70년, 매제 루키우스 카이킬루스 킬로는 나중에 『서한집Epistulae』의 저자이자 법률가로 명성을 떨친 열 살 된 아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해 플리니우스는 임지에서 돌아오자마자 조카를 입양했다. 우리가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조카(그를 소플리니우스로 부르기도 한다) 덕분이다.
플리니우스는 베수비오 화산이 마주보이는 항구 미세눔(지금의 미세노)의 해군기지 사령관으로 근무하던 중 79년 8월 24일과 25일에 걸친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실종되었거나 조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화산 폭발로 헤르쿨라네움과 폼페이 그리고 오플론티스가 쑥대밭이 되었기 때문에 근처 스타비아이에 머물고 있던 그도 화산 연기에 질식사했다는 설이 있고, 19세기 미국의 의사이자 식물학자인 제이컵 비글로Jacob Bigelow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 후 20세기 폼페이에서 발견된 유골 중에 플리니우스의 유골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