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동네 시인선〉 029. 1990년 『현대시조』에 시조를, 2001년 『월간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서윤규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이 시집을 읽으며 독자들은 많은 설득적 정보와 마주하게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같은 궤적의 문제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감정이입이나 공감보다는 ‘작고, 낮은 데 존재하는 것’을 관찰하고 보고하며, 유추된 자기로부터 관찰한 타자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작은 존재들이 처한 비극적 상황을 이미지화한다. 생에 대한 깊은 인식과 감각적 소여를 바탕으로 한 이러한 비극적 인생관은, 시인에게 ‘슬픔’의 주체로서 자기를 확립하기 위한 불가피한 경로로서 드러난다. 시인은 우리를 얼얼하게 만드는 슬픔을 속으로 끌어안고 감내하며 자기 질책 혹은 자기 징벌의 수단으로 삼는 듯 보이지만, 이를 통해 시의 파장을 더 멀리까지 뻗으며 그것을 새로운 삶의 밑거름으로 삼는다. 시인은 자기를 믿고 회의하며 따라서 소통하며, 자기 변혁을 꿈꾸는 아주 작은 존재들의 희미하지만 강력한 존재 증거를 여기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Contents
시인의 말
제1부
겨울 산책
꽃
두부
반죽
삶은 계란처럼
거울
목련 왕국
맛이 간다는 것에 대하여
화분
주문진
먼지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호미
겨울 귀뚜라미
공기방울집
제2부
눈물
지렁이
염낭거미 가족
바랭이
절벽 위에 핀 꽃은
개미들의 세계에서는
바랭이의 생존 전략
허리 굽은 노인
노을을 지피듯
민들레
딸기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
거미줄
거미
자전거
새싹
제3부
허무주의자
마늘
기침
나무의 생계
겨울 빨래
독서 일기
아르바이트
똑순이
고백
잠자리가 말없이 나를 불러 세우다
소리산
그대 생각
손목
고요 속의 폭풍처럼
프로권투와 시(詩)
제4부
자화상(自畵像)
돈과 마음, 그리고……
입사지원서
어머니가 김장을 담그신다
후박나무
우울한 건달처럼
딱새
캔
사방-연속-꽃무늬-벽지처럼
아흐레 민박
고추잠자리
칼국수
거리의 이름
신윤복의〈미인도〉를 보다가
담뱃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