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보다 딱 하루만 더 오래 사는 게 꿈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부모들이다. 비장애인들은 장애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면 잠시 동안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다가도 곧 미적지근한 안도감을 느끼고는 잊어버리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장애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우리의 삶 가까운 곳에 있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장애 인구수는 250만 명 정도로, 이는 총 인구 대비 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장애 인구는 2%대에서 5%대로 급증했으며 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 또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구체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사람들이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한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병증이라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타인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솔직하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총 인구의 5%나 되는 장애인들을 거리에서나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칠 수 없다는 것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현실의 방증일 것이다. 여기에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불편한 시선 또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장애아가 태어남과 동시에 가족 모두가 장애인이 된 것 같다고 느끼고, 편견도 동정도 싫으니 그저 보통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바람을 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장애 가정의 현실이다. 장애가 한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와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참혹한 뉴스로 또는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뒤범벅된 채 장애인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임 청소년 문학 여섯 번째 책인 《안녕, 아이비》는 이렇게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장애아와 그 가족들의 삶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중증 뇌성마비 환자인 열두 살 소녀 아이비를 동생으로 둔 열여섯 살 소년 데이비드의 시선으로 장애, 사회의 편견, 사고사, 가족애 등의 다양한 주제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Contents
뜻밖의 초대
내 동생 아이비
무지개 찾기
늙은 개와 작별하기
발작성 경련
한나와 정원
오두막 여행
초점 없는 눈동자
퍼즐 맞추기
괜찮아, 아이비
산책하기 좋은 날
끔찍한 사고
무덤 같은 집
씁쓸한 장례식
첫 키스
무성한 소문
부질없는 희망
아빠의 자책
아무도 모르는 진실
무서운 생각
아빠의 선택
부서진 경사로
소나기
어쭙잖은 화해
이제 모두 괜찮을 거야
안녕, 아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