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인 <꿈과 저항을 위하여>는 블로흐의 존재론과 미학 그리고 신학적 입장을 이론적으로 다루었고, 두 번째인 <마르크스, 뮌처, 혹은 악마의 궁둥이>는 혁명적 사상가인 마르크스와 혁명적 신학자인 토마스 뮌처의 사상을 집중적으로 구명하였다. 이번에 나온 <자연법과 유토피아>는 광대한 에른스트 블로흐의 학문 세계 중에서 특히 중요한 두 가지 주제인 자연법과 유토피아에 초점을 맞춘 글들과 블로흐 연구와 관련하여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글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제1부는 에른스트 블로흐의 대작 <희망의 원리>를 번역한 필자가 에른스트 블로흐를 알게 되고 그 책을 번역하기까지의 학문적 여정을 담담히 풀어놓은 이야기와 블로흐의 초기 작품인 <유토피아의 정신>과 <혁명적 신학자 토마스 뮌처>를 소개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1부에서 주목할 글은 “자연법과 계층 사회”인데, 이 글은 “만인에게 자신의 것을 행하게 하라”는 플라톤의 관념에 토대한 서구의 정의관을 역사적으로 정리하고 있으며, 계층 사회를 전제로 한 서구에서의 정의란 그에 대한 차별화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그런 서구적 정의관에서 정의가 무엇이냐고 묻기보다는 이 땅에 왜 불의가 창궐하는지를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2부는 유토피아 연구에서의 천년왕국의 사고와 유토피아에 관한 블로흐의 입장, 시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등을 밝히고 있다. 이 글들에서 필자는 유토피아의 역사에서 꼭 정리되어야 하는 개념들, 특성들, 역사철학적 전제 조건들 등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블로흐의 유토피아에 관한 반론과 변론 (2)”는 <꿈과 저항을 위하여>에 실린 글에 이어 20세기 후반에 활동한 미하엘 빈터, 이매뉴얼 월러스틴 한스 프라이어 등의 유토피아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블로흐와의 상관관계를 추적하고 있다.
제3부는 블로흐 연구와 관련하여 비판적으로 언급될 수 있는 철학적, 문학적, 역사적 텍스트를 논평하고 있다. 예컨대 필자는 블로흐의 사상을 전제로 하여 일리치의 젠더론, 푸리에의 팔랑스테르, 윤노빈의 한울 사상,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 그리고 움베르트 에코의 문헌 속에 나타난 탈역사주의 등의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Contents
서문
1부
사상의 보석은 아직 숨어 있다
에른스트 블로흐의 『유토피아의 정신』
에른스트 블로흐의 『유토피아의 정신』(제2판)
에른스트 블로흐의 『혁명의 신학자 토마스 뮌처』
문학과 환상에 관한 12개의 고정관념
자연법과 계층 사회
자연법과 만인의 평등
2부
천년왕국의 사고와 유토피아
유토피아의 시간화, 혹은 시간 유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그리고 주체 유토피아
블로흐의 유토피아에 관한 반론과 변론 (2)
3부
이반 일리치의 『젠더』이론 비판
원시사회는 암반 위에 있고, 문명사회는 절벽을 기어오르는가?
푸리에의 유토피아 “팔랑스테르,” 그 특성과 한계
“생존은 막힘없이 피어나는 우주의 꽃이다.” 윤노빈의 한울 사상
유물론적 모더니스트,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에 관하여
거짓된 현실상, 변증법 죽이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