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는 이제 낯설지 않다.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출생과 자살률, 인구 절벽과 초고령화 사회 진입,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등에 더해 기후 재난, 전쟁 위협, 에너지·산업 전환 등 지정학적 문제들이 중첩된 복합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멸의 ‘속도’다. 과거 우리는 최빈국이자 약소국으로 분단과 전쟁까지 겪었지만 이내 초고속으로 문명적 근대화, 경제적 산업화,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성공의 원동력이었던 발전주의, 성장 이데올로기, 능력주의, 개인주의, 개발주의가 이제는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공동체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압축 성장’의 결과로 ‘압축 소멸’을 맞게 된 것이다.
나라 자체가 소멸할 위기 앞에서 우리는 꽤 둔감하다. 사회학자 엄기호 교수의 지적처럼 ‘소멸에 대한 감각이 소멸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대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외면한 채 담담히 최후를 기다려야 할까? 격변으로 인해 사회가 어려울 때, 제도를 만들고 고치고 운영하는 기술인 ‘정치’가 파멸을 막는 장치로서 작동해야 한다. 정치학자로서 국회와 정부에서 이론 현장과 실무 현장을 풍부하게 경험한 이관후 교수는 ‘사회의 소멸에는 정치의 소멸이 선행한다. 우리 사회가 소멸을 막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치가 먼저 소멸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16쪽)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는 국가 소멸을 극복할 고민과 대안은커녕 당장의 사회적 갈등이나 재난조차 해결할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우리는 국가 부재 상태에서 무관심과 무능으로 일관하는 정치를 보고 있다. 과연 정치 소멸과 국가 소멸이라는 양대 위기를 어떻게 막아 내야 할까? 저자는 ‘벼락 발전한 것은 벼락 소멸하기 마련’이라는 자조를 단호하게 배척하고, 지금 우리가 처한 국내외 상황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분석해 이 책에 담았다. 절망을 부추기는 대신 희망을 찾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해법 모색은 소멸을 앞둔 시한부 대한민국에 매우 귀중한 인사이트를 선사할 것이다.
Contents
들어가는 말
1부 대한민국은 왜 소멸을 선택했나
희망 소멸 사회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압축 성장 대한민국, 압축 소멸을 결심하다
지금 여기 사는 청년이 행복해야 하는 이유
지극히 한국적인 자살률과 출생률
정치가 소멸하면 나라도 소멸한다
2부 절망을 부추기는 사회, 위기를 방치하는 정치
안전도, 희망도 없는 아수라의 세계
5000만 전 국민이 서울에서 산다면
저출생 문제 막을 생각 없는 저출생 정책
전쟁 위기는 교통사고처럼 온다
3부 정치의 소멸은 어떻게 오는가
게임과 스포츠만도 못한 정치
정치를 거부한 대통령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
대한민국 계파 정치는 왜 변질되었나
정치와 행정이 사라진 검찰 공화국
‘자유 민주주의’ 정부에서 후퇴한 민주주의
무엇을 위한 법치,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정의당은 왜 원외로 내몰렸나
4부 다시 희망을 찾아서
기후 재난은 선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정치 복원, 압축 소멸을 막는 유일한 방법
한강을 기념하는 법
나가는 글
Author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영국 런던대학교(UCL)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경희대 등에서 강의했고, 현재 국무총리비서실 소통메시지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논문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와 주권의 재구성」(2019) 등을 썼고, 공저로 『한국 민주주의, 100년의 혁명』(2019)이 있다. 최근에 『정치를 옹호함』(2021)을 번역했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영국 런던대학교(UCL)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경희대 등에서 강의했고, 현재 국무총리비서실 소통메시지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논문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와 주권의 재구성」(2019) 등을 썼고, 공저로 『한국 민주주의, 100년의 혁명』(2019)이 있다. 최근에 『정치를 옹호함』(2021)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