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세상의 곳곳에서
노란 리본의 약속을 지켜온 사람들, 그 10년의 여정
“‘기억의 방’은 한을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고,
상처가 아문 자리에 새살이 돋아나는 신생의 방이다.” - 김훈(소설가)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참담한 소식과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우리는 거리로, 광장으로 나와 함께 외쳤다. 그 연대의 힘으로 특별법을 제정했고, 선체를 인양했으며, 무책임한 정부를 탄핵했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처럼, 세월호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기억을 약속했던 공간들은 하나둘 사라져 갔다.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완, 책임자들은 속속 무죄를 판결받았다. 그리고 2024년, 또다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참사 10주기’의 소식을 듣는다. 빠른 세월에 놀라기도 잠시, 많은 이들이 잊거나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도 약속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다시 놀란다.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는 세월호참사 10년의 시간을 통과해 온 기억공간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생존자, 유가족, 활동가들을 인터뷰하고, 안전사회를 위한 다음 걸음을 고민하는 책이다. 세월호참사를 증언하는 여러 기록에서 잘 다뤄지진 않았으나, 피해자와 연대자들의 광장이자 집이자 쉼터였던 ‘세월호 기억공간’을 재조명하고 그 필요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월호참사 이후에도 이태원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우리 사회에 끔찍한 참사는 반복되어 왔다. 변한 게 없다고 느껴질지 모르나, 기억공간의 문을 열고 흔적을 쫓는 글을 읽다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가 그려온 선명한 변화의 궤적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 4·16재단이 주축이 되어 발족한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의 기획으로 송경동 시인이 직접 각 분야에서 구술, 인터뷰 활동을 해온 10인의 작가를 모았다. 10년 전의 약속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10년을 그리겠다는 다짐을 응원하기 위해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가 서문을, 김훈 소설가가 추천의 글을 보탰다. 작가, 생존자, 유가족, 활동가들이 모아온 10년의 사진 또한 선별해 실었는데, 이는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곳곳에서 커져버린 기억의 공백을 생동감 있게 메우려는 시도이다.
이 책에 참여한 인터뷰이들은 자신이 걸어온 여정을 성실히 증언한다. 세상이 그날을 잊고 지우려 할 때, 내 일처럼 기억공간을 지켜낸 이유에 대해, 살았다는 죄책감과 책임감 사이에서 ‘나’를 찾아간 여정에 대해, 가족을 떠나보낸 그리움과 미안함을 삭이며 그날의 진실을 쫓아온 시간에 대해 말한다. 이야기는 배가 가라앉아 있던 바다처럼 어둡기도 했으나, 10년째 다시 찾아오는 봄처럼 곧 피어날 희망을 품기도 했다. 꿋꿋이 약속의 자리를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는 지난한 세월에 무력함을 느꼈던 이들에겐 다시 나아갈 용기를, 참사를 잠시 잊고 지냈던 이들에겐 다시 기억의 여정에 참여할 계기를 마련해 준다.
Contents
서문 - 10년 동안 약속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박래군 4 · 16재단 상임이사)
1장. 10년의 기억을 담은 공간들
세월호는 아직, 여기에 - 목포신항만 세월호 선체, 김애숙 · 정성욱
골목 곳곳에 아이들의 기억이 있다 - 안산 ‘기억과 약속의 길’, 고명선
늦은 출항, 45명의 탑승객을 마저 태우고 -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양성일
하루에 하루를 보태며 지켜낸 교실 - 단원고 4 · 16기억교실, 이은화
쓸쓸한 팽목 곁을 지켜온 10년 - 세월호 팽목기억관, 정기열
제주에서, 다시 묶는 리본 - 세월호 제주기억관, 박은영 · 김원
아이들에게 박수쳐 줄 준비가 되어 있나요? - 단원고 생존 학생을 위한 공간 ‘쉼표’, 장성희
기억하는 것은 빛이 난다 -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 양승미
리본을 다는 게 용기인 세상에서 - 4 · 16재단, 가온누리 가족
안전지대가 되겠다는 약속 - 4 · 16생명안전공원, 조선재
2장. 10년의 기억을 품은 사람들
우리의 세월을 잇는 바람이 될게 - 단원고 생존자 유가영 · 설수빈
파도 잔잔하우다, 죽지는 않겠네 - 세월호 일반인 생존자 오용선
이름 없는 죽음들이 눈에 밟혀서 -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협의회 위원장 전태호
지금이 내 삶이자 일상 - 0416단원고 가족협의회 위원장 김정화
매일 무너지고 매일 일어나요 - 4 · 16기억저장소 소장 이지성
기꺼이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단원고 희생자 박성호의 누나 박보나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 416합창단 단원 안명미
너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게 - 4 · 16가족극단 ‘노란리본’ 대표 김명임
나무를 도닥이며, 함께 웃으면서 - 4 · 16희망목공협동조합 조합원 유해종
엄마들은 울지 않는다 - 4 · 16가족나눔봉사단 단장 박정화
Author
히니,변정정희,신정임,안미선,용우,장태린,박내현,정윤영,희정,변정윤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노동인권 활동가. 노동, 인권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잘 듣는 것이 결국 그 존재와 가장 깊게 만나는 일이라 생각하며 기록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학력이나 능력, 나이나 경험처럼 가진 것으로 줄 세워지는 것이 견디기 힘들고 대체 그 능력이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질문하고 듣고 공부하고 있다.
'듣는 귀'를 갖고 싶어서 기록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번역은 책이면서 글이면서 다른 세계 간을 잇는 또다른 활동이라 한없이 매력적이다. 쓴 책으로는 『힐튼호텔옆 쪽방촌 이야기』, 『숨을 참다』, 옮긴 책은 『파울루 프레이리 읽기』가 있다.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노동인권 활동가. 노동, 인권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잘 듣는 것이 결국 그 존재와 가장 깊게 만나는 일이라 생각하며 기록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학력이나 능력, 나이나 경험처럼 가진 것으로 줄 세워지는 것이 견디기 힘들고 대체 그 능력이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질문하고 듣고 공부하고 있다.
'듣는 귀'를 갖고 싶어서 기록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번역은 책이면서 글이면서 다른 세계 간을 잇는 또다른 활동이라 한없이 매력적이다. 쓴 책으로는 『힐튼호텔옆 쪽방촌 이야기』, 『숨을 참다』, 옮긴 책은 『파울루 프레이리 읽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