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말한 궁극의 것은 도道 다. 그러나 장자의 도란 무슨 기적과 예언을 행하고, 무슨 천리 바깥의 일을 본다거나 듣는다거나 하는 그런 황당무계한 것들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모든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도다(道通爲一). 이 우주 안에서 모든 만물은 통하여 하나이며, 사물의 형체라고 하는 것은 하늘이 잠시 위탁하여 맡겨놓은 것, 즉 ‘위형 委形 ’일 뿐이다. 거기에 독립?자존하는 실체는 없으며 근원적으로 모든 만물은 하나다. 그러므로 만물은 나이고 나는 만물이다.
나무도 그 형체를 잠시 하늘이 맡겨놓은 것이고, 돌도 그 형체를 하늘이 잠시 맡겨놓은 것이고, 우리 인간도 그 형체를 하늘이 잠시 맡겨놓은 것이다. 만물은 언젠가 형체가 소멸되어 태허 太虛 로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쓸모를 판단할 것인가! 인간은 쓸모 있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이 갖는 모든 가능성은 그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온다.
장자는 보통사람들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며,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한다. 장자철학은 철학이면서 철학을 넘어서 있고, 종교이면서 종교로 오염되기 이전의 진리를 간직하고 있다. 장자에는 교묘한 말장난이나 헛된 사변이 없고 칭칭 감아놓은 관념의 거미줄도 없다. 또 장자에는 터무니없는 교리나 도그마, 어리석은 우상숭배나 인격적 우주모형 따위도 없다. 장자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다. 우리 앞에 선 장자는 2류의 철학자, 3류의 정치인, 4류의 문필가처럼 달콤한 말로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위로와 위안으로 우리의 불만을 대충 덮어두려 하지도 않는다. 장자는 거짓을 폭로하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다.
요컨대, 장자는 결코 달콤하지 않다. 오히려 장자는 쓰다. 그러나 이 쓰디쓴 장자라는 약이 우리 시대의 깊은 영혼의 병들을 치유케 해줄 것이다. 장자에는 분명 그런 치유력이 있다. 어떤가? 이만하면 장자는 한번 만나볼 만한 인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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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부 : 내편(內篇)
제1편 : 소요유(逍遙遊)
대붕 이야기, 매미와 메추라기 이야기, 신인 이야기, 무하유지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