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마을을 떠났던 소년이 노인이 되어 돌아왔다. 그는 항상 커다란 배낭을 메고 다닌다.”
커다란 배낭을 멘 노인이 느릿느릿 걷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노인보다는 커다란 배낭 속의 비밀이 더 궁금하다. 하지만 노인의 비밀은 다른 것이다. 무거운 것으로 자신을 누르지 않으면 마치 중력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처럼 허공에 떠오르게 된다. 부유하는 인생……. 노인은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살기 위해 어릴 적부터 무거운 돌이 든 배낭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배낭 속의 돌은 하나둘 늘어 간다. 낡고 닳은 무거운 배낭은, 노인이 평생 짊어졌던 인생과 같은 것이었다. 또한 그 배낭은 노인을 지탱해 주고 있는 영혼의 무게일 수도 있고, 살아가는 동안 점점 더 무게를 더해 가며 씌워질 인생의 굴레일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은 배낭을 멘 기이한 모습 때문에 평생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다녔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서야 자신이 자랐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고향 사람들에게도 그는 낯선 이방인이다. 마을에는 빈집과 노인에 대한 괴상한 추측들과 무성한 소문들이 생겨나며 노인은 마을에서도 환영 대신 적대를 받는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 노인……. 그는 자신의 집에서 드디어 평생 동안 짊어졌던 굴레를 벗어던지고 삶을 마감하며 허공으로 떠오른다. 노인의 죽음보다도 배낭의 비밀에 관심이 더 많았던 마을 주민들, 배낭 속의 단순한 돌덩이를 확인하고는 훨훨 날아다니는 노인을 잡아 와 무거운 배낭과 함께 장례를 치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