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튀르 랭보는 시인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 언어는 삶 자체였고 운명의 드러남이었으며, 시를 쓴다는 것은 단어들의 배열과 조작이 아니라 영혼의 투영이었기 때문이다. 삶의 방편으로 시작된 시 쓰기가 어느덧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의 이데올로기적 불합리를 고발하는 행위로 전환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불과 몇 년 사이에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 및 새로운 운명에 대한 탐색, 그리고 언어 자체에 대한 놀라운 장악력으로 외부의 풍경을 내면의 깊은 세계로 구축하였다.
랭보의 작품들은 초기 시에서부터 자유 운문시를 거쳐 두 권의 산문시집에 이르기까지, 그가 어떻게 사회와 세상에 맞섰고 우주의 사물들을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으며, 결국 왜 문학은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는 단어들의 허망한 소음들로 그득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동시에 이 쓸모없는 문학이 그가 떠난 이후에 불꽃 같은 언어의 혼으로 어떻게 되살아나 불사조처럼 우리에게 날아오고 있는지를 이들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Contents
Ⅰ. 시의 태동과 시인의 역할
1. 초기 운문시의 이데올로기
1) 「《92년과 93년의 전사자들이여……》」: 보나파르트 파들의 위선
2) 「악惡」: 제정과 교회의 결탁
3) 「황제들의 분노」: 제정의 몰락
4) 「골짜기에 잠든 자」 - 인상주의냐 주술적 힘이냐
5) 「사르브뤽의 빛나는 승리」 - 황제의 졸병들
2. 보들레르 비평가, 랭보 - 순수 예술이냐 진보의 예술이냐
3. 초기 운문시의 여성들 - 오필리아, 베누스 그리고 잔-마리
Ⅱ. 시의 몇 가지 존재 양태
1. 「놀란 아이들」
1) 왜 이 작품은 작가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가?
2) 시의 제작시기 문제: 1870년 봄과 가을
3) 시어와 시적 영감의 문제: 1871년 시와의 관계
4) 여러 판본들의 검토 작업
2. 「까마귀 떼」
1) 에밀 블레몽과의 관계
2) 「카시스의 강」과의 관계
3) “엊그제의 주검들”에 대하여
4) “차가운 바람”과 “오월의 꾀꼬리”에 대하여
3. 「눈물」
1) 이본들의 비교 검토
2) 은둔의 장소
3) 갈증의 시학
4) 시의 음화陰畵
5) 연금술의 실패
4. 「카시스의 강」
1) “카시스”는 무엇인가?
2) 시의 생성과 파멸의 장소
3) 중세의 신비와 고독 그리고 시의 앞날
4) 「투시자」로서의 시인
5. 「《오 계절이여, 오 성城이여……》」
1) 이본들의 비교 검토
2) 제목의 문제
3) “계절”과 “성”에 대한 분석
4) “행복에 대한 마술적 연구”
5) 시적 계획의 종말
Ⅲ. 『지옥에서 보낸 한철』
1. 이교도 정신과 문학의 배신
1) 반-복음 정신: “위대한 범죄자”
2) “이교도의 피”와 그 순수성
2. “저주받은 자의 수첩”
1) 「《지난날에, 이 기억이 확실하다면, ……》」
2) 「나쁜 피」
3) 「지옥의 밤」
4) 「착란 I - 어리석은 처녀 / 지옥의 남편」
5) 「착란 II - 언어의 연금술」
6) 「불가능」
7) 「섬광」
8) 「아침」
9) 「고별」
Ⅳ. 『일뤼미나시옹』
1. 신비주의인가 언어의 극단인가
2. 몇몇 텍스트의 강독: 시학을 통한 해석
1) 「어린 시절」
2) 「삶들」
3) 「노동자들」
4) 「비속한 야상곡」
5) 「야만인」
3. 신화로 텍스트 읽기
1) 「대홍수 이후」의 유카리스
2) 「고대풍」, 목신과 헤르마프로디토스
3) 「미의 존재」, 갈라테이아의 탄생
4) 「도시」의 검은 연기, 복수의 여신들
5) 「도시들」의 근대적 공간과 신화의 혼용
6) 「새벽」의 여신, 에오스 / 태양의 신 아폴론과 다프네
Ⅴ. 시의 소멸(혹은 시는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고 있는가?)
1. 시인의 운명과 문학의 앞날
2. 현존과 희망의 시
3. 랭보와 본푸아 - 저 다른 곳, 비시간성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