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죽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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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4/10/18
Pages/Weight/Size 140*210*35mm
ISBN 9791169093057
Categories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Description
악몽에 사로잡힌 마을의 하룻밤 이야기
신화의 거대함과 속도감, 놀라운 은유……
밤과 죽음, 꿈과 현실 사이를 우아하고 뛰어난 실험정신으로 가로지르다

★홍루몽상 수상
★『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자 선정 도서
★『퍼블리셔스위클리』 올해 최고의 도서

어둡고 불길한 밤, 하루 동안 벌어지는 꿈같은 이야기

이 책은 하룻밤 동안 한 마을이 악몽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다. 건조하고 무더운 6월 6일 오후 5시에 시작되어 검은 밤을 통과한 뒤 해 뜰 시각인 이튿날 아침 6시에 끝난다. 하지만 제목이 암시하듯 그다음 날 해는 제시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시간대별로 권과 절이 촘촘히 나뉘다가 마지막 9, 10, 11권에 이르러서는 시곗바늘이 계속 06:00에 멈춰 있는 이유다.

세계적 거장인 옌롄커는 종종 작품에서 꿈을 활용해왔지만, 마을 사람들이 집단 몽유에 빠지는 『해가 죽던 날』은 그 기법에 있어 가장 독특한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홍루몽상을 받으며 “마술적 리얼리즘의 색채가 강하다”는 심사평을 받은 것이나, 서구권 평론가들이 제임스 조이스나 후안 룰포의 작품에 견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차례는 1권에서 11권으로 구성되며, 각 권의 제목은 ‘들새들이 사람의 뇌 속으로 들어간’ 데서 시작해 뇌 안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부화시키고, 어지럽게 날다가 뇌 속에서 죽거나 마침내 비상하는 것으로 끝난다. 작가는 몽유를 ‘들새가 사람 머릿속으로 들어가 어지럽히며, 꿈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거나 혹은 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화자는 열네 살 소년 녠녠으로, 약간 모자라다. 녠녠이 푸녠산맥 꼭대기에 올라가 온갖 신과 정령께 무릎 꿇고 비는 내용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옌롄커는 소설에서 작중인물로 자신을 등장시키는데, 소년은 이웃에 사는 작가인 옌롄커의 글재주가 다했으니 문학적 영감이 “한 차례 또 한 차례 비처럼 그의 몸 위에 뿌려지기를” 간청한다. 또한 하늘의 먹과 하늘의 종이를 내려주어 그가 『사람의 밤』이란 소설을 써내게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이야기의 서막을 열고 종막을 닫는 주인공은 녠녠의 아버지 리톈바오다. 6월 6일 저녁, 마을 주민이 하나둘 꿈속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이내 전염병처럼 번져 대규모 몽유가 벌어진다. 꿈속에 머무는 사람들은 본능과 욕망을 좇아 현실에서 도둑질과 강간을 일삼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깨어 있는 사람은 녠녠과 그의 아버지뿐이다. 이 두 사람만이 마을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잠깐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보자. 현재 쉰 살인 리톈바오는 스물두 살 때 마을의 무덤들이 파헤쳐져 시신을 화장시키고 유골을 잿가루로 만드는 데 첩자 노릇을 한 적이 있다. 오늘 밤의 악몽은 28년 전 그 일과 무관하지 않다.

리톈바오와 함께 모든 상황을 목격할 뿐 아니라 작중 내레이터가 되는 녠녠은 어린아이인 까닭에 피곤함이 없고, 따라서 몽유에 빠지지도 않는다. 그 밤 욕망의 세계에서 옌롄커가 어린애를 목격자로 내세운 것은 이야기를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소년은 어수룩하고 순진해 세상을 투명하게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녠녠은 키가 150센티미터도 안 되는 아버지의 한 많은 삶, 필력이 다해 작품 집필을 못 하는 옌롄커의 초조함, 절뚝발이 엄마의 애환을 함께하며, 그들을 돕다가 마침내 신들에게도 매달리고 호소한다.
Contents
앞: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제1권 일경: 들새들이 사람의 뇌 속으로 날아들었다

1. 17:00~18:00 | 2. 18:00~18:30 | 3. 18:31~19:30

제2권 이경·상: 새들이 그곳을 어지럽게 날고 있었다

1. 21:00~21:20 | 2. 21:20~21:40 | 3. 21:40~21:50

제3권 이경·하: 새들이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1. 21:50~22:00 | 2. 22:01~22:22

제4권 삼경: 새들이 그곳에 알을 낳았다

1. 23:00~23:41 | 2. 23:42~24:00 | 3. 24:01~24:15

제5권 사경·상: 새들이 그곳에서 알을 품었다

1. 24:50~01:10 | 2. 01:10~01:20 | 3. 01:21~01:50

제6권 사경·하: 둥지 가득 새들이 부화했다

1. 01:50~02:20 | 2. 02:22~02:35 | 3. 02:35~03:00

제7권 오경·상: 큰 새와 작은 새들이 어지럽게 날고 있었다

1. 03:01~03:10 | 2. 03:11~03:31 | 3. 03:32~04:05

제8권 오경·하: 산 사람도 있고 죽은 사람도 있었다

1. 04:06~04:26 | 2. 04:30~04:50 | 3. 04:51~05:10 | 4. 05:10~05:15

제9권 경후: 새들은 밤의 뇌 속에서 죽었다

1. 05:10~05:30 | 2. 05:30~05:50 | 3. 05:50~06:00

제10권 무경: 아직 한 마리가 살아 있었다

1. 06:00~06:00 | 2. 06:00~06:00 | 3. 06:00~06:00

제11권 상승: 마지막 한 마리 큰 새가 날아가버렸다

1. 06:00~06:00 | 2. 06:00~06:00 | 3. 06:00~06:00 | 4. 06:00~06:00

뒤: 또 무슨 말을 할까요


옮긴이의 말
Author
옌롄커,김태성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고, 허난대학 정치교육과를 거쳐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해 제1, 2회 루쉰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문학상, 프란츠카프카문학상, 홍루몽상 최고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옌롄커는 자신의 고향 땅에 대한 기억으로 소설을 써냈는데, 『일광유년』 『물처럼 단단하게』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사서』 『작렬지』 등이 모두 대지에 대한 비판과 배반이었다. 『물처럼 단단하게』는 ‘혁명’과 ‘성적인 주제’ 면에서 모두 금기를 범한 책으로 간주돼 쟁론을 비껴가지 못했고 『레닌의 키스』를 발표함으로써 작가는 군복을 벗어야 했다. 군인의 신분을 벗어나면서 옌롄커는 해방을 느끼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썼는데, 또다시 중국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비판과 금지 대상이 되었다. 중국 현실 세계에 대한 도피와 풍자를 담은 『사서』와 『작렬지』 역시 금서가 되었다.

옌롄커 자신은 『딩씨 마을의 꿈』이 “인성의 따뜻한 온정으로 가득한 정신의 여행”이었다고 하며, “쓰는 과정에서 최대한도로 스스로 현실과 역사에 대해 너그럽고 포용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책 역시 금서 목록에 올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는 자기검열을 수없이 해 스스로를 “인격적 결함과 연약성의 실천 도감”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옌롄커는 자신이 “어둠을 가장 잘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산문집 『침묵과 한숨』에 그가 목격한 중국 현실과 문학의 어둠을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썼다. 불안, 두려움, 초조함이 평생 그의 뒤를 따라다녔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중국의 현실을 봤고, 이를 작품으로 쓸 수 있었다.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고, 허난대학 정치교육과를 거쳐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해 제1, 2회 루쉰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문학상, 프란츠카프카문학상, 홍루몽상 최고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옌롄커는 자신의 고향 땅에 대한 기억으로 소설을 써냈는데, 『일광유년』 『물처럼 단단하게』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사서』 『작렬지』 등이 모두 대지에 대한 비판과 배반이었다. 『물처럼 단단하게』는 ‘혁명’과 ‘성적인 주제’ 면에서 모두 금기를 범한 책으로 간주돼 쟁론을 비껴가지 못했고 『레닌의 키스』를 발표함으로써 작가는 군복을 벗어야 했다. 군인의 신분을 벗어나면서 옌롄커는 해방을 느끼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썼는데, 또다시 중국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비판과 금지 대상이 되었다. 중국 현실 세계에 대한 도피와 풍자를 담은 『사서』와 『작렬지』 역시 금서가 되었다.

옌롄커 자신은 『딩씨 마을의 꿈』이 “인성의 따뜻한 온정으로 가득한 정신의 여행”이었다고 하며, “쓰는 과정에서 최대한도로 스스로 현실과 역사에 대해 너그럽고 포용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책 역시 금서 목록에 올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작가는 자기검열을 수없이 해 스스로를 “인격적 결함과 연약성의 실천 도감”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옌롄커는 자신이 “어둠을 가장 잘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산문집 『침묵과 한숨』에 그가 목격한 중국 현실과 문학의 어둠을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썼다. 불안, 두려움, 초조함이 평생 그의 뒤를 따라다녔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중국의 현실을 봤고, 이를 작품으로 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