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쯔젠은 단편소설의 대가다. 등단 후 30년간 100여 편의 단편을 발표했고, 그중 열여섯 편의 정수를 작가가 직접 골라 『가장 짧은 낮』으로 펴냈다.
그의 작품들은 우선 색채 감각이 두드러진다. 그런 감각이 작가가 자란 중국 북방의 자연 풍경과 겹쳐지며 등장인물들의 심상心象을 드러낸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시간을 얼굴에 차곡차곡 축적해와 “청포도 두 알 같은 눈두덩이” “오래된 낙엽처럼 얼굴 위를 기어다니는 검버섯” “뇌우가 닥치기 전의 하늘을 무겁게 채우고 있는 먹구름 같은 검버섯”으로 묘사된다. 사람뿐 아니라 대기와 땅도 시간에 사로잡혀 나이를 먹어왔다. “조금씩 노쇠해가는 하늘” “누런 가을처럼 늙어 있는 날들” “밤새 타고 남은 회색 재인 달”…….
츠쯔젠의 소설은 늘 계절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펼쳐지는 일상에서 사건을 포착한다. 「해빙」은 작은 봄에서 큰 봄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작은 봄에 얼음이 녹으면 샤오야오링 마을 사람들은 진흙길에 신발이 붙들려 나동그라지고 자빠진다. 관절이 부실한 노인들은 넘어지는 순간 울고 싶은 심정이 되고, 가사를 도맡고 있는 주부들은 쌓이는 빨랫감에 신경이 곤두선다. 작은 봄의 어느 날 초등학교 교장인 쑤저광에게 긴급 문건이 내려왔다. 문화대혁명 때 하방된 적이 있던 그는 혹시 또 험지로 보내질까봐 불안에 떤다. 진흙 묻은 옷 빨래를 하다가 돌연 남편과 떨어질까봐 초조해진 아내 리쑤산, 그러면서도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줄지 모를 이웃 남자 왕퉁량을 향해 품는 욕망, 마침내 남편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모든 욕망이 무위로 돌아가 짜증만 덕지덕지 달라붙게 된 평온한 일상. 시간이 흘러 이내 큰 봄이 다가온다. 이 작품에서는 얼음이 녹을 때 사람들의 욕망도 함께 꿈틀거려, 그들의 마음에 달라붙는 계절의 모습은 더없이 감각적이다.
Contents
머리말: 내 문학의 강
1. 깨끗한 물
2. 해빙
3. 가장 짧은 낮
4. 그들의 손톱
5. 스촨
6. 말 장화를 삶다
7. 무월霧月의 외양간
8. 돼지기름 한 항아리
9. 눈 커튼
10. 말 한 필, 두 사람
11. 꽃잎 죽
12. 가는 비 내리는 그리그해의 황혼
13. 친구들아 눈 보러 와
14. 감자 꽃
15. 백설의 묘원
16. 어골
옮긴이의 말: 아름다운 북방의 동화
Author
츠쯔젠,김태성
1964년 헤이룽장(黑龍江) 성 모허(漠河) 출생이다. ‘루쉰문학상’, ‘빙신(氷心)산문상’, ‘좡중원(壯重文)문학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두루 수상하며 중국의 대표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루쉰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유일무이한 작가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주관하는 ‘제임스 조이스 창작기금’의 수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4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며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소수 민족의 삶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는 그녀는 ‘대담하고 놀라운 중국의 이야기꾼’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중국 최고의 영예로 손꼽히는 ‘마오둔(茅盾) 문학상’(제7회)을 수상한 작품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 비견되는 이 작품은 다른 문명의 생태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인간미를 그려내고 있다.
1964년 헤이룽장(黑龍江) 성 모허(漠河) 출생이다. ‘루쉰문학상’, ‘빙신(氷心)산문상’, ‘좡중원(壯重文)문학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두루 수상하며 중국의 대표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루쉰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유일무이한 작가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주관하는 ‘제임스 조이스 창작기금’의 수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4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며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소수 민족의 삶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는 그녀는 ‘대담하고 놀라운 중국의 이야기꾼’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중국 최고의 영예로 손꼽히는 ‘마오둔(茅盾) 문학상’(제7회)을 수상한 작품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 비견되는 이 작품은 다른 문명의 생태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인간미를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