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洋古典 그 중에서도 四書五經은 오랫동안 동양전통사회를 떠받치는 정신적 지주였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수십억 世界人이 삶의 지침으로 존중하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며, 그 자체가 인류의 정신세계를 압축해 놓은 삶에 대한 귀중한 洞察이다. 사서오경을 통해 축적된 지식과 思索한 정신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는 이들 文獻에 붙여진 수십억 자에 달하는 註釋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그간 축적된 방대한 양의 주석에는 거의 모든 학문영역이 녹아들어 있다. 결국 수천 년 동아시아 사회의 학문적 근원이 이들 문헌에 뿌리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경우 전통적으로는 수천 년에 이르는 장구한 기간 동안 이들 문헌을 대다수 지식인들이 熟讀해 왔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을 독창적으로 이해하고 발전시켜 다양한 분야에서 찬란한 문화를 이룩해 왔다. 하지만 근대 이후 상당 기간 동안 편협된 語文政策과 그릇된 敎育政策으로 현재에는 국민 대부분이 이들 문헌에 대한 이해도가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으며, 그로 인해 거대한 문화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民族文化가 질적으로 크게 跳躍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사서오경의 주석은 문헌별로 적게는 수백 종, 많게는 수천 종에 이르지만 크게 나누면 漢 代의 古註와 宋代의 新註를 큰 줄기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고주 또는 신주를 부연하거나 참고하여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 明淸代의 주석 또한 새로운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아울러 근대 이후 새로운 세계관에 기반하여 고전을 주석한 近現代의 성과물도 중요한 참고자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주석 또한 번역의 결과물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 사서오경 번역의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점으로, 우리의 학문 전통을 형성해 온 우리나라 선현들의 經學的 견해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서오경의 주석은 중국의 주석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우리 선현들의 주석 또한 현재까지 정리된 것만 해도 3,000만여 자에 이르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산 丁若鏞의 『論語古今註』를 비롯한 일부만이 번역되어 있을 뿐이다. 이같은 실정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의 번역은 우리 선현들의 학문적 견해가 반영된 연구번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학문풍토를 이해하고 진작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하겠다.
사서오경 번역에서 신주의 경우는 본회에서 사서삼경 완역본이 간행되어서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우리의 학문 전통이 주자학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주자학적 견해가 반영된 신주를 망라한 사서삼경 번역이 완료된 것은 크게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신주와 맞먹는 학술적 비중을 가진 고주가 반영되지 않은 점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서삼경 고주의 번역은 신주의 주석이 기반하고 있는 성리학적 세계관을 넘어 학문적 균형을 갖추고 고전을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주나 신주를 참고하거나 부연하여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 명청대의 주석은 학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번역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日本 傳統時期 학자들의 주석 또한 각기 독창적인 학풍을 수립하고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명치시기부터 사서오경을 비롯한 중국의 고문헌을 ‘漢文大系’라는 명칭으로 정리하여 ‘全釋漢文大系’와 ‘新釋漢文大系’ 등 다수의 탁월한 번역서 시리즈를 간행하였다. 그 결과 일본은 동양의 고전으로 서양근대를 번역하는 국가적인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그로 인해 오늘날 동아시아인들의 근대어는 일본어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할 만큼 학술적·문화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