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직의 개혁과 성평등 관점을 위해
경찰청 안으로 용감히 걸어 들어간
페미니스트 9인의 생생한 기록
경찰이 성평등 관점을 갖는 것은 왜 중요할까? 아니,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경찰이 성평등 관점을 지니고 있지 않을 때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경찰은 여러 정부 부처들 가운데서도 특히 시민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조직이다. 그런 경찰에 성평등 관점이 부재한다면, 각기 다른 성별과 성 정체성 등을 지닌 다양한 시민들이 일상의 여러 측면에서 차별을 겪게 될 것이며, 범죄 등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도 동등하게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런 일들을 여러 차례 겪은 바 있다. 여성단체의 쉼터에 가정폭력 가해자가 난입했을 때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가해자의 편에 서거나, 이른바 ‘n번방 사건’, ‘딥페이크 사건’으로 불리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경찰은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왔다.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해시태그 운동이나, 디지털 성범죄 및 그에 대한 경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한 2018년 혜화역 ‘불편한 용기’ 시위는 이렇게 성평등 관점은 물론 기본적인 인권 의식을 결여한 경찰 행정 및 수사 방식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시민들의 저항 행동이었다.
이 책은 그런 경찰 조직을 근본적인 차원에서부터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모인 페미니스트 행정가 및 전문가 9인(이성은, 이경환, 주재선, 김창연, 이해리, 정혜심, 이임혜경, 이은아, 추지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2018년 3월 30일 경찰청은 미투운동의 흐름과 문제의식을 기민하게 인지하며 중앙행정기관 최초로 여성정책이 아닌 성평등정책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꽤 급진적인 선택을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경찰은 조직 내부 구성원이 아닌 외부 페미니스트 정책 전문가를 기용해 젠더 거버넌스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고, 이 책의 기획자 겸 저자인 여성학자 이성은이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의 부서장으로 임명되었다. 성평등 관점을 도입해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경찰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젠더 거버넌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후로 2023년까지 5년간 그 젠더 거버넌스의 주축을 담당했던 페미니스트 행정가들 및 전문가들은 성평등정책담당관실과 성평등위원회를 주축으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면서 여러 경찰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해나갔고, 경찰 조직 곳곳에 성평등 관점을 도입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냈다. 지난했지만 성공적이었던 그 협업에 대한 생생한 기록인 이 책은 경찰이 앞으로도 성평등 관점을 잃지 않도록 시민들이 계속해서 지켜보고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Contents
기획의 말 5
1부 젠더 거버넌스로 소통하다
경찰이 열어갈 성평등 대한민국? _이성은 18
해임 위기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별통합모집 _이성은 34
형식적인 거수기에 머무르지 않았던 경찰청 성평등위원회 _이경환 52
2부 성평등정책을 실천하다
경찰청의 성평등 목표는 어떻게 수립되었는가 _주재선 70
경찰 업무를 성평등하게 바꾸는 매일의 협업 _김창연 88
경찰서 곳곳에 숨겨진 공간의 정치 _이해리 106
3부 함께 배우며 경험하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까지 _정혜심 128
성평등한 경찰이 시민과 호흡할 수 있다 _이임혜경 148
경찰 관리자 성평등 교육, 변화의 시작 _이은아 166
여성혐오에 맞서는 경찰관들을 만나다 _추지현 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