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광기와 인정에 대한 철학적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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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3/06/21
Pages/Weight/Size 140*210*35mm
ISBN 9791168730649
Categories 사회 정치 > 사회비평/비판
Description
“사회는 반드시 광기와의 대화를 시작해야만 한다”
‘미쳤다는 것’을 문화와 정체성의 근거로 재발명하는
흥미진진한 철학적 탐구의 여정
모욕과 낙인을 걷어내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의 핵심 인물인 주디 체임벌린Judi Chambelin은 탐탁지 않은 행동을 가리켜 ‘아프다’거나 ‘미쳤다’고 지칭하는 것이 만연해 있는 사회적 경향성을 지칭하기 위해 정신장애차별주의mentalism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의식화는 단지 정신의료 시스템의 영역에 멈추지 않고 환자경험자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포함하는 거대한 차별의 체계 전체를 문제 삼는다.”

‘광기’의 또 다른 이름은 언제나 부정적인 무엇이었다. ‘비정상’ ‘비이성’ 등과 같은 그 명명들은 광기의 이름이자 동시에 낙인이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점에 따르면, 광기는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요인 등의 상호작용으로 야기되는 정신질환에 해당하며, 조현병, 양극성 장애, 정신증 등과 같은 하위 유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의료적 관점은 광기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상상력을 강하게 억압할 뿐 아니라, 광기가 지닐 수 있는 창조적 힘을 외면한다. 즉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광기는 치료 및 교정해야 할 병리적 대상으로서, 철저히 의료적 임상 현장에 종속되어 있다.

다른 한편, 지배적인 의료적 관점의 반대편에는 ‘정신질환’이라는 낙인과 꼬리표에 맞서 광기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고 그 생생한 언어를 되찾고자 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있다. ‘매드 프라이드mad pride’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매드운동은 광기의 의료화 흐름에 저항하며 강제치료, 회복을 위한 서비스의 부재, 사회적 낙인 및 차별 등의 문제에 활발히 개입한다. 매드운동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광기에 대한 사회문화적 존중과 인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면, 근본적인 차원에서 사고 전환이 이뤄진다. 흔히 긍정적인 정체성에 대한 모욕으로 일컬어지는 광기를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광기를 마음의 질환으로 바라보는 의료적 관점과 정신의학을 개혁하는 것이 대안으로 부상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철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저자 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는 ‘미쳤다는 것’, 즉 광기가 하나의 정체성으로 인정받기 위해 어떤 사회적 요건들이 필요한지 세밀히 논증하고 탐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광기라는 현상을 두고 정신의학과 당사자들의 매드운동이 팽팽히 대립하는 현실이 이 책의 배경을 이룬다. 저자는 매드운동과 그 당사자들이 진정한 사회적 인정을 획득하고 자신의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 운동의 주장은 물론 그에 회의감을 드러내는 정신의학의 관점 모두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매드 프라이드’로 대표되는 당사자운동에 대한 깊은 존중의 태도로 일관하는 저자는 그 운동을 그저 옹호하는 손쉬운 방편 대신, 당사자운동과 그 반대편 그 모두의 입장을 톺아보는 길고 험난한 여정을 택한다.

매드운동은 정체성, 자아, 행위주체성, 합리성에 대한 우리의 지배적 관점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귀중한 문화적 자원이며, 지금처럼 광기를 의료적 틀 안에 가두는 것이 (잠재적) 당사자들을 부당하게 배제하는 일은 아닌지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드 정체성에 대한 무조건적 인정을 강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런 방식으로는 광기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전복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대립하는 두 집단 혹은 관점이 ‘화해의 태도’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할 때,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에 기반한 화해를 이뤄낼 때, 대항적 광기 서사는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우리 모두를 그 ‘대화’로 이끄는 초대장이다.
Contents
책머리에 9
서문 19

1부. 광기

1장 정신장애운동과 인정에 대한 요구 37
1. 들어가며 37 | 2. 정신장애운동의 간략한 역사 42 | 3. 광기의 의미 61 | 4. 매드 프라이드 69 | 5. 매드 프라이드 담론에 대한 철학적 관여 88 | 6. 나가며: 다음으로 다룰 문제들 91

2장 정신적 고난과 장애의 문제 93
1. 들어가며 93 | 2. 장애 97 | 3. 정신적 고난 128 | 4. 나가며 132

2부. 인정

3장 인정의 개념과 자유의 문제 137
1. 들어가며 137 | 2. 자유로운 행위주체란 무엇인가?: 도덕적 의무 vs 인륜성 142 | 3. 《정신현상학》에서 나타나는 인정의 개념적 구조 148 | 4. 인정은 어떤 종류의 개념인가? 166 | 5. 인정 개념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76 | 6. 나가며 187

4장 정체성, 그리고 인정의 심리적 결과 190
1. 들어가며 190 | 2. 정체성 193 | 3. 인정투쟁 217 | 4. 인정의 심리적 영향 227 | 5. 나가며 241

5장 무시: 정치적 개혁 혹은 화해? 243
1. 들어가며 243 | 2. 사회적 해악으로서의 무시 245 | 3. 무시와 정치적 개혁 249 | 4. 무시와 화해 264 | 5. 무시에 대한 대응: 정치적 개혁과 화해의 역할 274 | 6. 나가며 278

3부. 인정으로 가는 경로

6장 매드문화 283
1. 들어가며 283 | 2. 문화란 무엇인가? 285 | 3. 광기가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까? 288 | 4. 문화적 권리로 가는 경로 295 | 5. 나가며 307

7장 매드 정체성 Ⅰ: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체성과 실패한 정체성 308
1. 들어가며 308 | 2.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체성과 실패한 정체성의 구별 314 | 3. 망상적 정체성 323 | 4.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체성과 실패한 정체성을 구분하는 방법론 357 | 5. 나가며 363

8장 매드 정체성 Ⅱ: 자아의 통합성과 연속성 365
1. 들어가며 365 | 2. 자아의 통합성과 분열 367 | 3. 자아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387 | 4. 나가며 405

9장 광기와 인정 범위의 경계 407
1. 들어가며 407 | 2. 인정의 경계 408 | 3. 광기에 대한 서사들 417 | 4. 정체성 형성에 있어서의 손상을 극복하기 429 | 5. 주관적 서사와 매드 서사의 차이 436 | 6. 나가며 440

4부. 매드운동에 접근하는 방식

10장 매드 정체성과 인정에 대한 요구 445
1. 들어가며 445 | 2. 인정에 대한 요구의 규범적 정당성 448 | 3. 매드 정체성 인정에 대한 요구는 규범적 효력을 갖는가? 451 | 4. 무시에 대응하기 471 | 5. 매드 서사와 문화적 레퍼토리 477 | 6. 나가며 483

11장 결론: 화해로 나아가는 길 485
1. 회의론자와 지지론자의 화해 485 | 2. 광기와 사회를 화해시키기 490

감사의 말 495
자료 출처에 대한 안내 499
주 500
참고문헌 538
옮긴이의 말 554
찾아보기 565
Author
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송승연,유기훈
정신과 의사. 이집트 카이로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 소재의 가이스칼리지병원, 킹스칼리지병원, 성토머스병원에서 수련받았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철학과 정신의학의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정신의학과 철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광기와 정신질환을 둘러싼 정체성과 인정, 문화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다. 여러 학술지와 언론에 〈정신의학의 정체성과 정신장애운동의 도전The Identity of Psychiatry and the Challenge of Mad Activism〉 〈광기를 옹호하며: 장애라는 문제In Defence of Madness: The Problem of Disability〉 등의 글을 발표했다. 현재는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 철학과 연구펠로우이자 킹스칼리지런던에서 객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 이집트 카이로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 소재의 가이스칼리지병원, 킹스칼리지병원, 성토머스병원에서 수련받았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철학과 정신의학의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정신의학과 철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광기와 정신질환을 둘러싼 정체성과 인정, 문화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다. 여러 학술지와 언론에 〈정신의학의 정체성과 정신장애운동의 도전The Identity of Psychiatry and the Challenge of Mad Activism〉 〈광기를 옹호하며: 장애라는 문제In Defence of Madness: The Problem of Disability〉 등의 글을 발표했다. 현재는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 철학과 연구펠로우이자 킹스칼리지런던에서 객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