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형제들 (큰글씨책)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33인 ‘절규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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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2/04/28
Pages/Weight/Size 210*297*30mm
ISBN 9791168260382
Categories 사회 정치 > 사회학
Description
“개인의 탐욕과 비뚤어진 국가 권력이 만들어낸 지옥,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의 증언으로 되살아난 처절한 진실


2020년 4월, 한 영상이 공개되었다. 여기엔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의 처절한 육성이 담겨있었다.

“언니들이 밤에 불려 가면 밀감이나 사탕 같은 걸 얻어 와요. 그거 얻어먹으려고 우리는 그 앞에 서 있었어요. 그게 성폭행인 줄 모르고 멍청한 것들 이… 그 언니만 나갔다 오면 빵도 가져오고 초코파이도 가져오고 산도도 가져오고 그러니까 멍청한 것들이 그 언니가 나가고 언제쯤 온다는 그 시각에 거기 서 있는 거예요. 그거 얻어 처먹으려고. 나는 그게 지금 너무너무… 그 언니들한테 너무너무 미안한 거예요.” - 피해생존자 박순이

이 증언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의 육체적·심리적 고통과 누군가의 고통을 방관하였다는 죄책감, 트라우마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 선도라는 명목으로 불법적인 납치와 감금, 폭행, 살인 등이 자행된 곳이다. 형제복지원의 전신으로, 1960년 설립된 형제육아원의 운영 기간까지 더하면 그 기간은 무려 27년에 달한다. 그 안에서는 실제로 살인에 가까운 폭력, 노동 착취, 성적 유린, 그리고 살인이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피해생존자 27명과 이들을 지켜본 야학교사 1명,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고 도왔던 시민사회·학계 전문가 5명의 증언은 이러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형제복지원의 운영자인 박인근 원장과 그의 일가는 수천 명에 달하던 형제복지원 사람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다. 모든 이들이 감시와 감금의 대상이었고, 비뚤어진 군대식 문화가 일상 전반에 작동됐다. 산기슭에 있던 주례 형제복지원, 그 산을 깎아 터를 닦고 직접 흙으로 벽돌을 만들고 쌓아 건물을 올린 이들도 형제복지원 원생들이었다. 이들은 낚시 공장, 가구 공장, 봉제 공장, 목공장 등 각종 공장에서 무급에 가까운 노역을 하루 10시간 이상 감당했다. 제대로 된 치료 대신 상처 부위에 소금이나 된장을 발라야 했고, 쓰레기나 다름없는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했다. 박인근 원장을 위시한 관리자들에게 원생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원생은 단지 돈벌이 수단,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숫자에 지나지 않았다.

구타는 일상이었고, 성폭행도 비일비재했다. 박인근 원장은 형제복지원을 폭력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원생 간에 계급을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체벌하도록 했다. 폭력에 저항하거나 도망가다 잡혀 돌아오면 죽을 만큼 때렸고, 실제 많은 이들이 모진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에 달한다) 시신은 뒷산에 암매장했고, 일부 시신은 해부용으로 대학병원에 팔기까지 했다.

“김** 어르신이 완전히 제 할아버지뻘이었고. 그분이 하여튼 무슨 일로 (선도실에) 끌려갔다가 나왔는데… 실려서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딱 보니까 그 위로[산으로] 올라가더라고요. 뒤로 따라 올라가서 지켜봤는데 거기서 그냥 묻어버리더라고요. - 피해생존자 김경우

한낱 민간시설에 불과했던 형제복지원이 그토록 쉽게 불법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공권력이 이들의 편에서 적극 가담했기 때문이다. 증언에 따르면 피해생존자 대다수는 자신의 집 앞에서 놀다가, 또는 거리에서 자다가,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다가,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가기 위해 부산역을 경유하다가 ‘경찰’에 의해 형제복지원으로 잡혀갔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1986년 기준으로 전체 수용자 3,975명 가운데 경찰을 통해 입소한 인원이 3,117명, 구청을 통해 입소한 인원은 253명이었다고 한다. 원생 대다수가 경찰이나 행정관계자의 손에 의해 형제복지원으로 넘겨진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피해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입증된다.

초등학생 시절, 한여름 밤 더위를 피해 집 근처 시민회관에서 잠을 잤는데, 눈을 떠보니 형제복지원이었다. - 피해생존자 김수길

어머니를 여읜 뒤 슬픔에 겨워 술에 취해 방에서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쳐 어딘가로 끌려갔다. - 피해생존자 여인철

설날을 맞아 서울에서 고향으로 가는 길에 부산역 대합실에서 진주행 열차를 기다리다 경찰에 의해 형제복지원으로 들어갔다. - 피해생존자 한상현

도둑놈을 한 놈 잡으면 고과 점수가 5점인데 형제원에 한 명 집어넣으면 똑같이 5점이었다고 하니까… - 피해생존자 이향직

공권력의 배후에는 내무부 훈령 410호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라는 법적 근거가 있었다. 막강한 권력의 비호는 형제복지원의 불법적인 운영을 더욱 부추겼다. 전두환 정권은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국민포장(1981년)과 국민훈장 동백장(1984년)을 수여했고, 매년 10억~20억 원을 시설 운영비로 지원했다. 박인근 원장 개인의 추악한 탐욕과 비뚤어진 국가 권력의 합작품인 형제복지원은 그렇게 30년 가까이 견고하게 운영되었고, 그 안의 수많은 원생은 소리 없이 죽거나 다치고, 병들어갔다. 이 책은 그 절망의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담하게 전달한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생생한 경험담. 아무리 뛰어난 작가가 유려한 표현을 보태도, 당사자의 입에서 갓 튀어나온 날것의 말보다 힘이 있을 순 없다. (중략) 이 책은 글로 만들어진 ‘논픽션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증언의 조각이 더 큰 사건의 조각으로 모이고, 다시 더더욱 큰 진실의 조각이 되어 마침내 우리는 형제복지원의 실체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프롤로그 중
Contents
프롤로그
인물 소개

1부 인간 청소

1. 납치와 감금
2. 옛 형제육아원

2부 짐승의 삶

1. 감시와 규율
2. 일상의 지옥
3. 살기 위해 먹다
4. 치료는 사치
5. 거짓 연기
6. 그들만의 학교
7. 간부와 박인근

3부 묻힌 죽음

1. 착취 공장
2. 노예 노동
3. 살인 구타
4. 성폭행
5. 죽은 자들

4부 담장 너머

1. 실패한 도망
2. 필사의 탈출
3. 집으로…

5부 곪은 상처

1. 부적응 후유증
2. 트라우마
3. 위태로운 생계
4. 호주골프장
5. 불안한 가족
6. 한(恨)
7. 바람
8. 입을 열다

6부 진실을 향해

에필로그
Author
이대진
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 뜻한 바 없이 고향으로 돌아와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지역의 문제에 대한 '뜻'이 생겼다. 한국 사회의 축소판으로써, 전국에 울림을 줄 수 있는 부산 지역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살아남은 형제들’ 프로젝트의 출발은 2014년 초 전화 한 통이다. 대학 후배인 「그것이 알고 싶다」 배정훈 PD의 연락이었다. 부산에서 벌어진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루려고 하는데 당시 사건을 취재한 [부산일보] 기자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해 3월 방송은 전파를 탔고, 반향은 엄청났다. 그때 생긴 ‘부채의식’은 수년 동안 저자의 마음 한편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지역 언론으로서 지역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사건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걸까 반문해온 그는 여섯 해가 지난 2020년, 전담 출입처가 없는 부서로 발령받으며 ‘살아남은 형제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피해생존자의 증언에 긴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 2021년 『살아남은 형제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 뜻한 바 없이 고향으로 돌아와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지역의 문제에 대한 '뜻'이 생겼다. 한국 사회의 축소판으로써, 전국에 울림을 줄 수 있는 부산 지역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살아남은 형제들’ 프로젝트의 출발은 2014년 초 전화 한 통이다. 대학 후배인 「그것이 알고 싶다」 배정훈 PD의 연락이었다. 부산에서 벌어진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루려고 하는데 당시 사건을 취재한 [부산일보] 기자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해 3월 방송은 전파를 탔고, 반향은 엄청났다. 그때 생긴 ‘부채의식’은 수년 동안 저자의 마음 한편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지역 언론으로서 지역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사건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걸까 반문해온 그는 여섯 해가 지난 2020년, 전담 출입처가 없는 부서로 발령받으며 ‘살아남은 형제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피해생존자의 증언에 긴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 2021년 『살아남은 형제들』을 세상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