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재중동포)의 역사는 신산한 우리의 근현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민족은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만주 일대에 살고 있었지만 일반적 의미에서 ‘조선족’은 일제 강점기 무렵 만주로 들어온 세대 또는 그 후손들이라 할 수 있다. 독립운동과 강제이주 등 거친 역사적 현실로 말미암아 생성된 공간과 시간에서 살아온 이들과 그 후손들. 우리는 이들을 조선족이라 부른다.
20세기 후반, 냉전시기 40∼50년간 조선족과 한국인은 중국의 국민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각기 다른 이념과 제도 하에서 색다른 삶을 살아왔다. 이렇게 남남으로 살아오던 한민족이 동질감과 서로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극적으로 상봉한 것은 1992년 한국과 중국의 수교를 통해서였다. 조국인 중국에 충성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조상의 뼈가 묻혀 있는 고국을 사랑해야 하는 것, 이것이 조선족 사회가 갖고 있는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어느새 우리는 조선족을 합·불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하며 단순히 돈을 벌려는 목적 즉 ‘코리안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모여든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다. 조선족 스스로 제기하는 정체성이나 조선족사회의 내부 목소리를 듣기보다 ‘유리한 처지’에 간신히 놓인 우리의 처지에 감사하며 비판적 시선만 던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해 본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조선족 사회는 심각한 변화를 겪었다. 이 가운데 제일 특징적인 것이 인구 이동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동북 주거지역에서 산해관 이남지역으로, 국내에서 국외로 진출함에 따라 민족 사회의 기반이었던 농촌 마을은 공허해지고 동북 주거지의 조선족 인구도 날로 감소되는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중국의 개혁개방, 도시화 과정 그리고 한중수교의 큰 흐름에 따라 조선족 사회는 신속한 발전과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발전 과정에서의 ‘진통’ 또한 만만치 않아 심지어는 ‘위기설’, ‘해체설’ 등이 나올 정도로 조선족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이 심각하였다.
민족이론과 민족정책연구가 전공인 저자는 그때부터 조선족 사회에 대하여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나름대로 현지조사와 관련연구들을 하여왔다. 그리고 시기와 단계에 맞추어 관련 주제와 토론에 대응하여 칼럼, 담론 등 수십 편을 관련 신문과 사이트에 발표하였다.
저자는 조선족 문제를 고민하면서 민족 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을 사회 발전 과정에서의 ‘진통’으로 보아왔다. 하지만 ‘진통’이란 어느 정도 지나면 넘어가야 하는데 조선족 사회는 여전히 ‘진통’의 아뭄을 보지 못하고 계속 몸부림치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다른 한편 ‘진통’을 도전이라 할 때 도전이 있으면 기회도 있듯이 ‘진통’을 잘 극복하면 우리에게는 또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되리라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또한 이러한 글들을 모아 새삼스럽게 책자를 출간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한중 수교 이후 “코리아드림”이 중국조선족에게 준 심각한 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고 싶어 했고 아래와 같은 말을 전했다.
“중국 조선족과 한국 사이의 관계는 숙명적이었으나 한동안 단절되어 서로 통하지 않은 부분이 여러 모로 많아 서로의 왕래와 교류에서 많은 갈등과 불신을 자아낸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재한 조선족에 대한 한국민의 이해는 결핍하였고 오해는 깊었다. 이전에 비해 현재 상황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다. 따라서 본 시론집이 한국인들이 조선족을 이해하고 오해를 푸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책의 출간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중국 최고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의 민족학&인류학 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간 알지 못했고 외면했던 20여 년 사이의 조선족 사회를 보여줄 것이다.
Contents
머리말
한민족, 중국 국민
조선족 사회의 급속한 인구 이동
계획성 결여의 비미래지향성 소비 경향
조선족 도시 민족 교육의 출로―중앙민족대학 부속소학교와 손잡은 사례에서
시대에 적응한 교육만이 민족 발전의 진정한 동력―조선족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민족 교육
중국 조선족의 국적회복 문제에 대하여
근시안적 재중동포정책
중국 조선족 사회에 대한 유익한 탐구―『조선족 사회와의 만남』을 읽고
도시화 과정과 민족의 발전
조선족 인구 이동과 네트워크의 필요성
전통집거지는 조선족의 ‘대 후방’
우리의 주체성을 지켜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원한 타산과 지속적인 개척정신
‘화합과 공존’의 이념을 위하여
급속한 인구 이동에 앓는 조선족 사회
우리에게는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도시 민족 교육의 중요성
방문취업제에 따른 한국어시험에 대한 단상
한국방문취업제를 둘러싸고
한국의 재중동포정책, 이래도 믿어야 되는지?
혼란스러운 “방문취업제”
중국 조선족 문화발전의 대책
조선족 사회 어디로 가야 하나?
땅이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민족 경제인재와 경영관리인재 양성이 급선무
소중한 우리 땅 방치하면 안 된다
조선족 도시공동체 구축에 관한 구상(제강)
기업인과 사회 기부
도시 민족공동체 구성과 네트워크의 역할
오직 선진민족으로 탈바꿈하여야
조선족의 민족 정체성에 관하여
민족적 경제력 제고에 관한 사고
“연변시”의 구상은 “연변조선족자치시”인지 아니면
일반 지구급“시”인지?―“연변시”구상에 대한 소감
조선족 문화 산업 활성화,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주인공 의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중국인들의 “반한 정서” 발생 및 해소 방법
F4 비자 신청에서 느낀 불합리성
조선족 농민과 토지 도급 경영권에 관하여
“조선족”이냐, “재중동포”냐?―나도 한마디
돈도 벌고 땅도 지키자
한반도 통일과 중국 조선족의 역할
교실을 찾은 순간
정음우리말학교를 지속적으로 꾸려나가자면…
“정음문화”의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하여
“훈민정음”은 문자에 그치지 않는다
화제가 되고 있는 도시우리말 교육
민족 문화 전승의 중요한 시점
우리 자신이 “선족”(鮮族)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도시우리말 교육에 관한 단상
어려울수록 더 강해져야…
도시우리말학교협의회 설립 5주년 기념사진책을 내면서
단지 “조선족”이다는 집념으로…―하북성 청룡현 탑구(塔溝)“박씨마을”을 찾아서
요동 조선족 사회를 돌아보다
연변을 다녀오다
문화가 살아야 민족이 남는다―단동시 조선족 사회의 활약상을 보고
우리말 주말 학교, 동북지역에도 많이 세워야
Author
정신철
길림성 반석현 출생. 중국사회과학원 민족학인류학 연구소 교수. 중국조선민족사학회 회장. 중국국무원 정부 특수수당금 수혜 전문가. 연구 영역은 마르크스주의 민족이론, 중국민족문제와 조선민족연구 등이다.
길림성 반석현 출생. 중국사회과학원 민족학인류학 연구소 교수. 중국조선민족사학회 회장. 중국국무원 정부 특수수당금 수혜 전문가. 연구 영역은 마르크스주의 민족이론, 중국민족문제와 조선민족연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