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두 시 다섯 분이 아니고 두 시 오 분이라고 말해요?”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던진 질문이 한국어를 전공하고 수십 년 한국어를 가르쳐 온 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한국 사람은 궁금해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궁금해하고 질문을 한다. 오래전에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읽으라고 했더니 한글부터 혼자 배워온 학생이 [도온 업스고 가난하안 사람들]이라고 발음했을 때 “[업스고] 아니고 [업꼬]”라고 고쳐 읽도록 했더니 “왜 업스고 아닙니까?”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어 논문이나 전공 서적에 나오지 않는 내용, 학생들이 궁금해하는데 알아보면 재미있는 한국어에 관한 내용을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국어 전공 선생님 몇 분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동안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들, 선생님들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설명하기 어려웠던 것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알아두면 유익하고 재미있을 것들을 글로 쓰고 출판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한국어의 역사와 문화, 속담, 발음, 어휘, 형태와 문법, 어문규정 등 대여섯 가지 주제로 대주제별 스물다섯 개 정도 질문 내용으로 책을 내기로 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개별 주제를 글로 옮겨 구체적 내용으로 풀어내는 데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논문과 서적을 뒤져도 근거를 찾기 어려운 주제도 있었고,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어 어느 주장이 옳은지 판가름 나지 않은 쟁점들도 있었고, 글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맞추어야 하는지 판단의 어려움도 있었다. 기획 단계에서는 다섯 명이 함께 쓰기로 했지만 두 분이 행정적, 개인적 사정 등으로 참여를 하지 못해 결국 세 명이 출판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필자들이 글을 쓰고 또 모여서 집필 회의를 진행하기에도 여러 가지 제약이 따랐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어서 필자들이 각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 준비와 진행을 하면서 글을 쓰고, 쓴 글을 가지고 모여서 집필 회의하기도 어려웠고, 또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는 개인적 어려움이 닥쳐 글을 쓸 수 없는 기간도 있었다. 그래서, 책 출판이 자꾸 미루어져 그만두는 것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있었지만 수십 년 동안 한국어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책으로 묶어내는 것은 한국어 학습자나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도 중요하고, 필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끝까지 가자고 마음을 모았다.
필자들이 평소에 생각해 두었던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로 글을 쓰고 초고를 모아, 화법과 발음, 일상생활 표현과 속담, 관용표현과 어휘, 형태와 문법, 규범과 지식으로 묶어서 정리했다. 어떤 주제는 관련 자료가 너무 부족하고, 어떤 주제는 학계에서도 아직 쟁점 정리가 안 되어 있고, 어떤 주제는 너무 전문적이어서 교양 수준으로 다루기에는 어렵고 벅찼다. 전공 학술 논문이 아니라 처음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나 한국어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 수준으로 내용과 분량을 맞추다 보니 필자들이 쓰고 싶은 내용을 다 쓸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가능하면 일반 교양서 수준으로 풀어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글을 쓰려고 노력해서 나온 책이다.
Contents
머리말
1부 화법과 발음
한국어는 정말 소리나는 대로 쓰고 읽나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은 원래 된소리가 많아요
한국어 ‘꽃’은 왜 여러 개로 소리 나는 걸까요
김밥은 [김빱]이라고 발음하나요, [김밥]이라고 발음하나요
‘밟다’는 [발따]가 맞아요, [밥따]가 맞아요
‘의사’는 [으사]·[이사]·[으이사] 중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요
제 한국 친구들은 ‘요’를 [여]처럼 발음해요. 이게 맞아요
COVID19는 ‘코로나십구’라고 하나요, ‘코로나일구’라고 하나요
한국어는 숫자 읽기가 왜 이렇게 까다롭나요
왜 다섯 시 다섯 분이라고 하지 않아요
“Mr. Kim!”은 한국말로 “김씨!”라고 부르나요
군대에서 젊은 장교가 나이 많은 원사에게 반말을 써도 되나요
시어머니의 “얘야, 아직 아범 안 왔니”는 무슨 뜻일까요
미장원과 헤어숍, 어떻게 달라요
‘이것은 내 동생이다’가 맞아요
‘좀 도와 달라.’고 하면 정말 조금만 도와주나요
한국말에는 ‘너무’와 ‘같다’가 너무 많은 것 같은가요
한국인은 오렌지와 옐로우를 구별하지 못하나요
다른 사람의 말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요
‘불법체류자’를 ‘미등록외국인’으로 고쳐 쓰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2부 일상 표현과 속담
‘고맙습니다’ 보다 ‘감사합니다’가 더 예의 바른 말인가요
왜 ‘남북동서’가 아니고 ‘동서남북’인가요
한국 결혼식에서는 꼭 국수를 먹어야 하나요
한국 사람들을 왜 전화를 끊을 때 ‘들어가라.’고 하는 걸까요
한국 친구들과는 언제쯤 정말 밥 한번 먹을 수 있을까요
“좋은 말할 때 들어!” 왜 우리 엄마는 항상 좋은 말만 하나요
사람들이 저보고 ‘오지랖이 넓다.’고 해요. 이거 좋은 말이죠
간이 콩알만해졌다고요
한번 뗀 시치미는 언제 다시 붙이나요
콩가루 집안은 즐거운 집일까요
정말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읊나요
누워서 떡 먹는 것이 왜 쉽습니까
3부 관용표현과 어휘
℃는 왜 섭씨라고 하고 ℉는 왜 화씨라고 하나요
왜 생각은 들고나는데, 마음은 왜 먹나요
편을 가를까, 편을 먹을까? 무슨 말로 나눌까
‘헬리콥터’를 왜 ‘잠자리비행기’라고 부르지 않나요
광어와 넙치는 다른 물고기인가요
한국어는 참새, 뱁새, 황새, 도요새인데, 영어에는 왜 새 이름에 bird가 없어요
가족이 아닌데 왜 아저씨, 아줌마, 언니, 오빠라고 해요
신체와 육체의 차이가 뭐예요
‘한량’과 ‘불한당’ 중 누가 더 나빠요
‘사람’의 반대말은 무엇인가요
한국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요
‘방금, 금방, 이제,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바빠서 바쁘고, 바쁘니까 바쁘겠지요
한국어를 ‘가리키는’ 건가요? ‘가르치는’ 건가요
‘닭도리탕’은 ‘닭볶음탕’으로 고쳐 말하는 게 맞겠지요
턱스크에 불만인 나, 프로불편러인가요
댕댕이 커여워요! ?‘야민정음’이란 무엇인가요
별것을 다 줄여서 ‘별다줄’ 하는 까닭은 뭘까요
‘잘 부탁합니다’는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요
덕력 높은 덕후의 덕질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4부 형태와 문법
‘개맛있으면’ 맛있는 것보다 더 맛있는 건가요
‘자동차’의 형태소는 과연 몇 개일까요
‘좋아요’는 ‘good’일까요, ‘like’일까요
‘안’과 ‘않’ 어떻게 구별하나요
‘할는지’가 맞아요, ‘할른지’가 맞아요
‘알맞은 것’과 ‘알맞는 것’은 어떻게 달라요
‘친구를 사겼어요’라는 오류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왜 할 줄 아는데 지금은 할 수 없어요
‘칠칠치 못하다’가 맞나요, ‘칠칠맞다’가 맞나요
한국어는 왜 말할 때 주어를 안 써요
한국인의 독특한 시간 인식: 활용어미 ‘더’는 언제 쓰나요
한국어에도 문장 5형식이 있나요
한국어 문장 종결법은 몇 가지인가요
5부 규범과 지식
한국어의 이름이 한글인가요
‘훈민정음’을 언제부터 ‘한글’이라고 했나요
기역, 니은, 한글 자모 이름과 순서는 언제 누가 정했나요
남북한 맞춤법의 기본 원칙과 사전의 자모 순서는 어떻게 다른가요
남한과 북한의 어문규정은 언제부터 달라졌나요
한국어 띄어쓰기. 왜 이렇게 어렵나요
외국어로서 한국어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했을까요
‘한국어교육’에 큰 영향을 준 정책은 무엇이 있었나요
한국어교육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알아두면 쓸모있는 한국어 교육과정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어로 생존하려면 몇 개의 단어를 알아야 할까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daebak(대박)’이 있다고요
한국의 마을 이름: ‘대전(大田)’을 왜 ‘한밭’이라고 해요
한국어에는 ‘내일’이 없나요
Author
이창덕(李昌德),조형일(趙衡壹),강남욱(姜南旭)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질문행위의 언어적 행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국어교육 영역에서 화법(듣기, 말하기) 교육 연구와 교육을 해 왔다. 『삶과 화법』, 『화법교육론』, 『수업을 살리는 교사화법』 등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대화분석과 국어교육’ 등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대화와인간관계 개선의 길, 외국어로서 한국어교육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며, 한글운동단체 ‘외솔회’ 회장을 맡아 바른 우리말 쓰기 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질문행위의 언어적 행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국어교육 영역에서 화법(듣기, 말하기) 교육 연구와 교육을 해 왔다. 『삶과 화법』, 『화법교육론』, 『수업을 살리는 교사화법』 등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대화분석과 국어교육’ 등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대화와인간관계 개선의 길, 외국어로서 한국어교육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며, 한글운동단체 ‘외솔회’ 회장을 맡아 바른 우리말 쓰기 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