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시력이 떨어져 안경을 쓰게 된 저에게 어른들은 걱정부터 늘어놓으셨어요. 안경은 위험하다, 불편하다, 심지어 콧대가 낮아져 못생겨질 거다. 그런 말을 들으면 순간 불안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실, 걱정은 그때뿐이었죠. 호기심 많은 아이에게 안경이란 불편함보다 나만의 신기한 물건이 생겼다는 설렘, 그로 인해 세상이 잘 보이기까지 하니 그저 즐겁기만 했거든요. 눈앞은 조금 흐려졌지만 저의 마음은 여전히 맑았던 시절이네요. 그러고 보면 눈은 얼굴이 아닌 마음에도 있는 것 같아요.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요. 아이가 자라면서 시력이 떨어지듯 저는 나이가 들면서 마음의 눈이 나빠지나 봐요. 가끔 눈에 비치는 모습을 그대로 보지 않고, 제멋대로 판단해버리거든요. 또, 실체가 보이지 않는데 불안과 두려움부터 떠올리기도 해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 지금보다 더 용감했던 이유는 아마 걱정보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시력이 좋았기 때문이겠지요.
이러다 안경 없이는 거울 속 내 얼굴도 볼 수 없는 것처럼 마음이 흐트러져 나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일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야가 흐려진 마음에 안경을 써야겠어요. 저처럼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당차게 세상을 마주보고 싶은 어른들을 위해 마음의 안경이 되어 줄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이 책에 담긴 동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빠지다 보면 천진난만했던 내 모습을 몽글몽글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가끔은 겁쟁이가 되는 어린 친구들도 꼭 읽어 보세요. 나와 닮은 주인공을 응원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용기가 생길 거라 믿어요. 그리고 누구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에는 신기한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요. 가령, 모두가 한숨을 쉬는 상황에서도 좌절이 아닌 ‘극복과 성장의 기회’로 문제를 바라보게 되거나, 위기 속에서 현상을 왜곡하기보다 스스로 방법을 찾고자 하는 긍정의 시선을 갖게 될 수도 있지요.
『댕글댕글, 너와 나의 이야기』의 작가 모두, 여러분이 언제까지나 희망찬 눈으로 거울 속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을 헤아릴 수 있길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