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류가 새롭게 맞이한 인류세에 즈음하여 한나 아렌트가 제기한 ‘인간의 조건’이라는 철학적 물음을 재조명한다. 아렌트의 견해에 인류세를 인간사와 자연사의 얽힘으로 이해한 차크라바르티의 견해를 더하고, 퀑탱 메이야수의 사변적 실재론이나 티모시 모튼의 객체지향철학 등이 제기한 ‘사물’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경유하여,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체험과 연결시키면서 재구성하고 있다.
인류세란 “산업혁명 이래의 인간의 활동으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붕괴되고, 그로 인해 인간의 조건이 위협받는 시대”이다. 이에 즈음하여 근대문명이 구축해 온 인공세계는 자연세계 위에 놓인 것이며, 자연 세계는 연약하고 깨지기 쉬우며 인간에게 우호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 책은 인류세에 즈음하여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수용하며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인간이 붕괴의 길로 추락할 것인가, 성찰을 바탕으로 자연세계와 화해하고 붕괴 이후의 새로운 세계의 창조를 지향할 것인가를 묻는다.
Contents
한국어판 저자 서문
프롤로그 『인류세의 철학』은 어떻게 탄생했나?
해제 〈붕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서론
제1장 인간과 자연의 관계
· 인공물과 자연 · 인공물로서의 경계
· 인간의 세계·경계·자연과의 만남 · 인간의 세계와 그 붕괴
· 인간세계의 한계로서의 경계 · ‘아우라의 붕괴’에서의 양의성(兩義性)
· 자연 이해의 어려움 · 세계의 사물성
· 상호연관의 펼쳐짐
제2장 인간세계의 이탈
· 인간이 아닌 것의 세계 · 인류세
· 인류세 시대의 인간의 조건 · 인간의 조건의 사물성
· 이탈하는 인간세계 · 인간세계를 교란시키는 자연
제3장 인간세계의 취약함
· 인간세계의 과학기술화 · 지구로부터의 인간 이탈
· 인간의 조건의 붕괴 · 환경 위기와 인간 소멸
· 무용해지는 기분과 인공세계의 구축 · 생태적 현실로
제4장 생태적 세계
· 데이터로 본 현실의 충격 · 데이터가 제시하는 현실의 역설
· 마음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 유체적(流體的) 사고에 대한 비판
· 인간은 자연 속에 살아 있다 · 인간적인 것과 생태적인 것의 사이
· 취약성의 현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