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유학자들의 『도덕경道德經』 주석을 번역하면서 매번 느끼는 점은 그 내용을 해독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흔히 왕필王弼의 『노자주老子注』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유학의 시각을 덧붙이지 않고 노자의 논리적 사유를 철저히 적용해 차분해 읽어보면 저절로 해석되는 것이 왕필의 주석이다. 그런데 조선 유학자들의 주석을 해석하기 어려운 것은 『도덕경』의 구절이 당시의 시대적 폐단을 걱정하는 유학자 그 자신의 시각으로 주석되었기 때문이다. 곧 노자의 사상에 유학의 관점이 덧입혀지는 동시에 당시의 시대적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까지 겹으로 꼬아 『도덕경』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서명응의 『도덕지귀』도 압도적인 서양의 과학문명에 뒤처진 그 당시의 문제를 유학자의 시각에다가 동양의 전통과학 곧 음양오행과 『역』의 상수학적 관점을 가지고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다. 서명응에 대한 다른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지만 『도덕지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옮긴이는 서명응의 저서에서 『도덕지귀』 연구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고전의 구절이면, 참고할 수 있도록 대부분 각주를 통해 인용해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