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쥐덫]이 71년째 공연되고 있고, 브로드웨이에는 같은 작품을 천 번 이상 보았다는 관객이 있으며, 일본 타카라즈카의 팬들은 10여 년 이상을 선호 스타와 함께 살아가면서 같은 공연을 보고 또 본다. 우리나라에도 일주일 내내 같은 뮤지컬을 보는 관객, 천정에 뮤지컬이 떠다닌다는 관객 등 거의 중독적인 관객들이 있다.
이 책은 우리가 회전문 관객이라고 부르는 뮤지컬 마니아들의 소비행동과 소비심리를 다룬 책이다. 필자는 이들을 반복소비자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문화산업에서는 반복소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 번 본 작품보다는 새로운 작품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연, 특히 뮤지컬에는 같은 공연을 보고 또 보는 중독적인 마니아 소비자들이 있다. 왜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뮤지컬에 반복소비자가 많은 것은 뮤지컬이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성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촉진하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일반 소비자와는 다른 반복소비자들의 심리적인 특성이 있을 것이다.
뮤지컬은 관객과 배우 간에 강한 상호작용이 작동하는 관계성의 예술이다. 공연의 작품성은 내용과 깊은 의미에 있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좋은 공연은 작품과 배우, 배우와 관객, 기술적 장치와 관객 , 나아가 공연과 사회가 형성하는 사회적 관계의 깊이에 있다. 관계성이 높은 공연에서는 작품이 관객 속으로 들어올 뿐만 아니라 관객이 배우 속으로도 빠져 들어간다.
우리나라에 반복소비자들이 생긴 것은 2천년대 중반경이다. 그로부터 약 20년 . 반복소비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관객도 많아지고 있고, 이들의 관람 태도는 공연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은 뮤지컬의 생산과 소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복소비자들은 중요한 패트런으로서 공연 흥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막강한 문화권력이 되었다.
현대사회의 문화소비는 점점 감각적이고 스펙터클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의 미학자들은 이를 감성학으로 부르고 있다. 뮤지컬은 이러한 시대적 감수성을 잘 담아내고 있는 문화형식이다. 뮤지컬 반복소비 현상은 젊은 여성들이 중심이 된 하위
문화이자, 많은 나라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글로벌한 문화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