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원래 일본 독자를 위해 집필한 것이다. 2002년에 공화국 공작원에 의한 일본인 납치가 밝혀진 이후 일본에서 조선학교에 대한 바람받이는 더욱 세차게 되었다. 위험한 존재, 미지의 존재로서의 조선학교에 대한 예단과 편견이 넘쳐, 정부나 지자체는 그러한 ‘국민감정’을 근거로 여러 가지 공적보장제도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하였다. 위에서의 배외주의는 일반시민의 배외감정의 조장을 뒷받침하였으며 결국 조선학교를 습격하는 사건마저 일어났다. 최근에도 아이들이 이용하는 역에 ‘조선인을 죽이는 모임’이라는 낙서가 발견되었다.
사회권규약위원회, 인종차별철폐 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를 비롯한 국련 각종 위원회에 의한 일본정부에 대한 권고의 효과가 거의 없음을 알 수도 있다. 조선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안심과 안전, 또한 생명이 지켜지기는커녕 위협 받고 있는 현황에서 조선학교를 지원하자고 일어난 일본사람들은 각지에서 지원단체를 결성하였다. 제한 없는 유언비어와 공격, 제도적 차별의 시정을 요구하는 재판의 연패가 계속되어 재일조선인도 비폐하여 자신감을 잃어버렸으며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거나 조선학교의 교육을 의심하는 관계자도 나타났다.
일본사회에서 조선학교는 결코 큰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혹은 그렇기 때문에 조선학교에 대해 논할 때, 거기에는 긍정적 및 부정적인 여러 욕망이 작동한다. 나는 조선학교 출신의 한 명으로서, 또한 연구자로서, 사상교육을 실시하여 간첩을 양성하는 기관이라고 조선학교를 단정하는 황당무계한 논의에도,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교육의 이상형을 찾아 조선학교를 비판할 여지없이 절찬하는 논의에도 가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한 일본에서의 당사자, 관계자, 지원자, 공격자들의 시선과 욕망의 그물눈을 뚫고 조선학교를 논한 것이 이 책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논조에 대해 어느 정도의 위화감이 있을 수 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또한 그러한 필자의 논하는 방법 자체를 분석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읽어주셨으면 한다. 조선학교에 대해 반공주의적인 입장에서 비판하거나 민족주의적인 입장에서 연대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식민지 구 종주국에서 70년을 넘어서 ‘민족’이라 불리는 무언가를 되찾자고 투쟁과 창조를 계속해온 재일조선인들의 노력의 일부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조선학교와 거기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결코 잊혀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서장 투쟁과 창조의 조선학교사
제1절 문제제기-조선학교 교육사의 부재 1
제2절 선행연구와 과제 4
(1) 조선학교사연구의 성과와 한계 -탈식민화에 대한 교육사로서 조선학교사 억압과 저항이라는 싸움 4
(2) 교육의 반성성(反省性)이라는 궤적으로서 교육사 12
(3) 이 책의 과제 16
제3절 대상과 방법 19
(1) 조선학교라는 것은 19
(2) 1950~1960년대의 자리매김―조선학교 교육의 기본형 성립기 23
(3) 역사자료 25
제4절 구성 28
제1장 탄생과 파괴
제1절 초창기의 교육 31
(1) 조선학교의 시작 31
(2) 학교체계의 구축 37
제2절 조선학교의 폐쇄 46
(1) 1948년 학교폐쇄조치와 4.24 교육투쟁 46
(2) 1949년의 학교폐쇄조치와 재일조선인의 저항 49
제3절 멈추지 않는 걸음 58
(1) 취학의무제의 폐지 58
(2) 다양한 형태의 민족교육 실시 62
(3) 재일조선통일민주전선의 결성 65
제2장 본국 교육의 이식
제1절 학교체계의 재구축 73
(1)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의 결성 74
(2) 교육원조비와 장학금 75
(3) 귀국의 실현 78
(4) 교원양성대책 84
제2절 교육의 재편 97
(1) 본국교과서의 번각사용 97
(2) 학교규정의 제정 101
(3) 3대 중점과업의 설정 105
제3장 모순의 발현
제1절 기초생산기술교육의 이식과 실천 110
(1) 조국건설을 위하여 110
(2) 열악한 교육환경과 교원들의 노력 111
(3) 기본생산기술교육의 실제 115
제2절 바라보던 미래 123
제4장 교과서의 창조
제1절 본국 교과서의 한계 131
제2절 1963년 신판 교과서 - ‘창조적인 적용’의 내실 139
(1) 재일조선인의 시점, 생활의 도입 140
(2) 한자표기의 재개 143
(3) 일본사회와 자연의 반영 145
제3절 교과서 내용의 사회적 규정 159
(1) ‘우리’라는 것은 누구인가 - 조국과 재일조선인 159
(2) ‘약한 표현’의 채택 - 일본 사회의 평가 163
(3) 냉전·분단 이데올로기의 지속 167
제5장 생겨나는 말들
제1절 국어상용이라는 대응 175
(1) 이중언어환경과 교원들의 실력 175
(2) 국어를 말하게 하는 어려움 181
(3) ‘이상한 국어’ 187
제2절 높아가는 ‘올바른 국어’ 습득의 기운 189
제3절 탈식민화의 양태-목표로 한 정화, 만들어진 아종 196
(1) 생성되고 이어지는 재일조선어 196
(2) ‘올바른 국어’의 습득을 목표로 203
제6장 조선학교 내 생활철방
제1절 교육관계자의 참여와 생활철방의 도입[輸入] 212
제2절 도립조선인고등학교 ??새싹문집??(1952년) 217
제3절 아이들에게 있어서의 탈식민화 220
(1) 조선어로 ‘그대로 쓰기’의 의미 220
(2) ‘해방’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223
제7장 조선에 대한 자긍심
제1절 애국전통의 학습 232
제2절 조선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추구 236
(1) 일본식 이름의 개명 - 가정의 논리와 충돌 237
(2) 치마저고리 교복의 착용 - 아이들의 주체성 240
제3절 조선인으로서의 경험 245
(1) 풍경 246
(2) 노래 254
(3) 휴교일 258
(4) 운동 261
제8장 명멸하는 재일조선인의 역사
제1절 재일조선인으로서 공통의 기억 266
제2절 ‘61년 8월 강의’ 문제 273
(1) ‘재일조선인 운동사’ 강의 실시 276
(2) 야기된 혼란 283
(3) 재일조선인 운동사의 부정 285
제3절 재일조선인사에 대한 희구 291
(1) 재일조선인사의 부재 291
(2) 발굴·정리·활용·접속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