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데 코르쿠트의 서(書)

대부분의 국가공동체와 민족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전설적 또는 역사적 영웅들의 행적을 이야기함으로써 민족의 단결과 애국심, 그리고 자긍심을 높여왔다. 『데데 코르쿠트의 서(書)』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 신앙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운 오구즈족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로 튀르크어권 공동체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영웅서사시이다. 오구즈족은 튀르크계 유목민족으로, 몽골의 오르혼과 러시아 예니세이강에서 발견된 비석에, 그리고 여러 역사서에 돌궐제국과 위구르제국에 대항하여 싸울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형성했던 민족으로 기록되어 있다. 알타이산맥과 툴라 강변에 거주했던 이들은 8세기 이후 점차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이주했고, 11세기 이후에는 자카프카스 동부지역과 이란 북서지역에 정착했다. 그 당시 이 지역에는 이미 기독교를 신봉하는 아르메니아인과 그루지야인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오구즈족은 영토적·종교적 문제로 이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는데, 『데데 코르쿠트의 서(書)』는 이 시기에 활약한 전설적인 오구즈족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 12편을 모은 책이다.

‘데데’는 튀르크어로 할아버지, 현자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데데 코르쿠트의 서(書)』는 코르쿠트 할아버지의 글, 즉 코르쿠트 할아버지가 전하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이 이야기는 전통적으로 현악기 반주에 맞춰 구술하는 형태로 전승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터키 전역에서 연행되고 있다. 이 이야기는 현대 아제르바이잔인, 터키인, 투르크멘인, 가가우즈인의 직접적인 조상인 오구즈족의 지혜, 종교, 관습, 전통을 반영하는 서사문학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