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계간 『현대시문학』(여름호)에 문학평론가로, 2005년 계간 『시작』(겨울호)으로 시인이 되어 세 권의 시집을 선보였며 2014년 펴낸 첫 평론집 『불통으로 소통하기』가 2014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되었던 김남호 시인이 두 번째 평론집 『깊고 푸른 고백』을 8년 만에 펴냈다.
김남호 작가가 첫 평론집 『불통으로 소통하기』에서 소통이 선이고 불통은 악인 것처럼 여기던 당시의 화두인 ‘소통’에 주목했다면, 두 번째 평론집 『깊고 푸른 고백』은 여러 시인들의 시 속에 숨어 있는 고백에 주목했다.
『깊고 푸른 고백』은 4부로 나누었다. 1부 ‘시는 고백의 문학이다’에서는 왜 시가 고백이어야 하는지, 좋은 시는 은밀하고 서늘한 고백인지를 8가지 담론으로 드러내고 있다. 고백은 독백이나 방백, 푸념이나 엄살 등 짝퉁들과는 다르다. 눈 밝은 독자들은 좋은 고백은 전압이 높다는 것을 안다. 첫 줄부터 심장을 쩌릿하게 조여오던 그 순도 높은 고백의 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2부 ‘깊고 푸른 고백들’에서는 여러 시 전문잡지의 특집으로 선정되거나 주목해야 할 유홍준, 조민, 석민재, 이해존, 서동균 시인 등 7명의 개성 강한 시세계를 다루었다. 3부 ‘고백의 다양한 양상’에서는 김언희 시집 『보고 싶은 오빠』, 김진희 시집 『거미에 기대어』, 임동확 시집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 김규정 시집 『넋두리』 등 8명의 시집에서 표현되는 고백의 양상을 살펴봤다. 4부 ‘지역 시인들의 당찬 고백’에서는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이성배 시집 『이어도 주막』, 진효정 시집 『일곱 번째 꽃잎』, 이필수 시집 『오늘이 좋은 이유』 등 5명의 시집 해설과 서평에서 나타나는 그들만의 차별화한 고백을 살펴봤다.
김남호 평론가는 “돌이켜보면 나를 매료시킨 시들은 대개 ‘깊고 푸른 고백’이었다. 말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살 수가 없어서 대밭에 구덩이라도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야 했던 복두쟁이의 절규 정도면 더욱 좋겠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지만 본인에게는 너무도 절박한 말들. 지옥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지옥에 안착하는 말들. 그런 고백이면 황홀하겠다”라고 말하면서 “시가 고백이듯이 나의 평론도 고백이기를 바란다. 부글거리는 속을 못 견디고 속엣것을 모조리 게워내는 골목길 가로등 아래 취객처럼, 솟구쳐오르는 속엣것뿐만 아니라 내장까지 심장까지 심지어 전생까지 토하는 시인들, 그들의 고통스러운 고해성사 옆에서 등이라도 두드려주는, 함께 헛구역질이라도 해주는, 뜨거운 ‘고백의 연대’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바라건대 나의 평론에서는 아름답고 세련된 문채의 아취(雅趣)가 아니라 후회와 각오로 범벅이 된 시인들의 토사물로 악취가 진동했으면 좋겠다. 그 악취 속에서 내 평론의 첫 문장이 흔들리는 고백처럼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책을 펴내며」에서 고백했다.
Contents
책을 펴내며 | 고백의 뜨거운 연대이기를 · 4
제1부 | 시는 고백의 문학이다
시는 고백의 문학이다 · 12
시는 그리움의 문학이다 · 20
채송화는 전압이 높다 · 27
정밀하게 관찰하고 건조하게 묘사하기 · 33
‘설정’으로 시에 비친 삶을 읽다 · 46
그림을 그릴 수 없는 두 가지 이유 · 58
다만, 달아나지 않았던가! · 69
이슬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 81
― ‘이슬’에 비춰본 현대시의 불편함과 현대성
제2부 | 깊고 푸른 고백들
골목 순례자의 깊고 푸른 눈 · 100
― 서동균 시의 한 읽기
말과 표정을 지워버린 도부(屠夫)의 시 · 110
― 유홍준 시의 한 읽기
성에 낀 창을 녹여내는 푸른 입김의 시 · 121
― 이해존 시의 한 읽기
‘갯벌’ 위에 ‘달빛’으로 쓴 여성 잔혹사 · 130
― 조향옥 시의 한 읽기
기승전결 없는 ‘협객’의 시 · 140
― 조민 시의 한 읽기
왜 우리는 슬픔에 공을 들여야 하는가 · 150
― 정선희 시의 한 읽기
절박함의 끝에서 절박함과 맞서기 혹은 껴안기 · 160
― 석민재 시의 한 읽기
제3부 | 고백의 다양한 양상
극북(極北)에 그린 ‘모래만다라’ · 174
― 김언희 시집 『보고 싶은 오빠』
무심함으로써 심오해지는 역설의 시학 · 185
― 김효숙 시집 『나의 델포이』
소멸을 바라보는 세 가지 방식 · 197
― 김령 시집 『어떤 돌은 밤에 웃는다』
시의 ‘가치’ 혹은 ‘같이’의 시 · 212
― 김진희 시집 『거미에 기대어』
무언 혹은 무심하게 말하기 · 226
― 윤덕 시집 『팬터마임』
시로써 죽음과 맞서는 경이 · 238
― 김규정 시집 『넋두리』
‘순간’에 점심(點心)하려는 ‘시간의 예술’들 · 250
― 김광기 시집 『시계 이빨』, 임동확 시집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
제4부 | 지역 시인들의 당찬 고백
바다, 시는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가 · 264
― 이성배 시집 『이어도 주막』
‘나’라는 지옥에 대한 보고서 · 282
― 진효정 시집 『일곱 번째 꽃잎』
일상에서 기적을 보는 무한긍정의 힘 · 295
― 이필수 시집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
모든 걸 보면서 어느 것도 보지 않는 자의 시선 · 309
― 조문환 시집 『바람의 지문』
벽을 뚫기 위한 세 개의 질문 · 321
― 이경숙 시집 『벽 속의 귀』
Author
김남호
1961년 경상남도 하동에서 나고 자랐다. 상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했다. 2002년 [현대시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2005년 『시작』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고단한 잠』, 『링 위의 돼지』, 『고래의 편두통』, 『두근거리는 북쪽』 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 『불통으로 소통하기』가 있다. 형평지역문학상,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고향에서 지역의 문인들과 더불어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1961년 경상남도 하동에서 나고 자랐다. 상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했다. 2002년 [현대시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2005년 『시작』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고단한 잠』, 『링 위의 돼지』, 『고래의 편두통』, 『두근거리는 북쪽』 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 『불통으로 소통하기』가 있다. 형평지역문학상,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고향에서 지역의 문인들과 더불어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