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사회에 나가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일은 중요하다. 어린이가 자라면서 그때그때 발달을 이루고 성장하여 마침내 자립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명인으로서 우리는 스스로를 관리하여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꼭 완수해야 할 과제가 있고, 단계마다 꼬박꼬박 치러야 할 일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떤 쓸모를 가질까 골몰하다 보면 많은 것을 놓치기 십상이다. 왜 살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지? 삶의 의미는 무엇이지? 삶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정답은 남들이 정해놓은 것일 때가 많다.
『식탁을 굴러 도망친 감자』는 바로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 그림책이다. 원제가 ‘감자와 삶의 의미Die Kartoffel und der Sinn des Lebens’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감자가 살아가는 이유를 요리조리 궁리하는 이야기다. 감자에게 삶의 의미라…… 꽤나 웃기는 상황이지만 우리의 주인공 감자는 진지하다. 감자는 왜 세상에 존재할까? 바로바로 요리가 되기 위해서다. 감자튀김, 감자볶음, 감자샐러드, 감자수프, 맛있는 감자 요리가 되어 인간의 식량이 되는 것. 감자들은 이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고 인간에게 먹히는 것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감자의 쓸모가 바로 그것이니까. 하지만 꼭 그래야 할까?
삶의 의미란 동글동글 노란 감자가 가득 담긴 귀여운 그림책에서 다루기 너무 무거운 질문일지도 모른다. 감자 주제에 요리가 되는 것 말고 삶의 의미가 따로 있을 턱이 있나. 그리하여 먹히고 싶어 하지 않는 작은 감자에게는 비난이 쏟아진다. “인간을 배부르게 하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잖아!” “너도 우리랑 같이 수프 속에 들어가야 해.” 물론 작은 감자도 요리가 되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감자가 꼭 요리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야.” 작은 감자는 그렇게 선언하고는 식탁에서 굴러떨어져 세상 속으로 나아간다.
Author
비르테 뮐러,윤혜정
1973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 살고 있다. 1995년 함부르크에 있는 조형 미술 대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면서, 여러 차례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다. 1999년에 볼로냐 국제 도서전에 작품을 출품하였고, 같은 해에 볼리비아에서 완성한 졸업 작품은 2002년 조형미술 분야 최우수 성적을 받았다. 비르테 뮐러의 그림들은 많은 웃음을 줄 뿐만 아니라 유별난 표현력과 개성적이고 깔끔한 구도로 그려져 있다. 대표작으로는 『거인 루디』 『눈까마귀』『개구리 프리츠』 『할머니, 어디 있어요?』 『요리사 핀』 『오늘은 전부 시시해요, 엄마』 등이 있다.
1973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 살고 있다. 1995년 함부르크에 있는 조형 미술 대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면서, 여러 차례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다. 1999년에 볼로냐 국제 도서전에 작품을 출품하였고, 같은 해에 볼리비아에서 완성한 졸업 작품은 2002년 조형미술 분야 최우수 성적을 받았다. 비르테 뮐러의 그림들은 많은 웃음을 줄 뿐만 아니라 유별난 표현력과 개성적이고 깔끔한 구도로 그려져 있다. 대표작으로는 『거인 루디』 『눈까마귀』『개구리 프리츠』 『할머니, 어디 있어요?』 『요리사 핀』 『오늘은 전부 시시해요, 엄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