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프랑스 마르세유의 오바뉴 거리에서 지어진 지 100년도 넘은 낡은 빌딩 두 채가 무너져내렸다. 사망자는 8명. 한 건물은 당국의 안전진단에 의해 일찌감치 출입이 금지되었으나 옆 건물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세계적인 관광지지만 오바뉴 거리는 전통적으로 노동자 계층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다. 오바뉴 거리의 많은 주민들이 북아프리카의 옛 식민지 출신 이민자들과 그 후손이었으며 낮은 임대료를 찾아 모여든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던 것이다. 당국의 관리 부실과 소극적 대응으로 초래된 참사는 프랑스 사회에 인종과 계급,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며칠 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행진에서 또다시 발코니가 무너져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고의 원인이 얼마나 뿌리깊은지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이기도 하다.
프랑스 그림책 『하늘에서 내려온 콜롱빈』은 이 일을 기억하기 위해 쓰여진 그림책으로, 오바뉴 거리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유제니 할머니와 암탉 콜롱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제니 할머니의 식당은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고, 할머니는 날마다 부지런히 시장을 보고 메뉴를 정하고 손님들을 대접한다. 늘 반복되고 별다른 일 없는 일상을 보내던 중, 시장에서 도망쳐나온 암탉 한 마리가 식당에 나타난다. 암탉은 우연히 열린 문으로 들어왔을 뿐이지만 할머니는 빨갛고 어여쁜 닭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식당 손님들은 암탉을 그저 음식 재료로 바라보지만 천만의 말씀. 닭에게 '콜롱빈'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할머니는 식당 손님들에게 벌컥 화를 낸다. “잡아먹다니! 무슨 소리야? 얘는 내 반려 닭이야. 나랑 같이 살 거라고!”
이제 할머니와 콜롱빈은 서로에게 둘도 없는 가족이다. 많은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를 기꺼이 삶의 반려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유제니 할머니에게 콜롱빈은 그저 사랑스러운 반려 닭이다. 할머니는 콜롱빈에게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를 내주고, 손님들의 무례한 말을 피해 콜롱빈을 집에 두고 출근했다가, 콜롱빈이 분리불안으로 시름시름 앓자 아예 식당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난다. 가족을 애지중지 보살피고 아낌없이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휴가를 떠난 일주일 뒤, 충분히 회복한 콜롱빈은 할머니에게 근사한 선물을 준다. 다름 아닌 매끄럽고 반짝이는 금빛 달걀. 콜롱빈의 달걀을 맛본 할머니는 생각한다. 콜롱빈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지도 몰라!
Author
라파엘르 프리에,마리 미뇨,안의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과 소설을 쓰고 있으며, 2018년 몽트뢰유 도서전에서 줄리앙 마르티니에르와 『블레즈에게 일어난 일Le tracas de Blaise』로 황금페피트Pepite d’r 상을 수상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과 소설을 쓰고 있으며, 2018년 몽트뢰유 도서전에서 줄리앙 마르티니에르와 『블레즈에게 일어난 일Le tracas de Blaise』로 황금페피트Pepite d’r 상을 수상했다.